인간의 심리에는 모순된 성향의 것도 혼재하기 마련인데, 이를테면 남과 다르고 남보다 위에 있고 싶어하는 자부심 그리고 남들과 다르지 않고 싶어하는 동조심리 같은 것들이 그렇습니다. 사람은 자부심만으로도 동조심리만으로도 살 수 없는데다 그 둘이 개별적으로도 복합적으로도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합니다.
자부심의 근거가 무엇인지는 역시 각인각색.
저 또한 인간인 터라 자부심의 근거가 되는 것을 갖고 싶습니다. 이것도 그럭저럭 이해합니다.
그런데, 간혹 어떤 사람들의 자부심의 근거가 요상한 데에 있고, 그 사람들이 저에게 굳이 그걸 이해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이게 결과적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핸드폰은 얼마나 오래된 것이고 요금 매달 얼마씩 내냐고 2년 다 되어가고 월 3만원 이내라고 답했더니 저에게 하는 말이 원시인이나 극빈자냐고, 자신은 월 10만원 넘게 쓰고 핸드폰도 1년 안에 바꾸니까 우월하다고...
"예, 그 말씀이 언제나 옳습니다." 라고 일단 비위를 맞춰주고, 그 사람은 우쭐해 하면서 돌아가고 그랬습니다.
그가 저의 현재의 경제력으로 넘볼 수 없는 고급차, 대저택, 요트 등을 갖고 있지 않은 게 저에게는 천만다행이고, 또한 자부심이라는 게 연 100만원대 후반의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세워질 수 있는 게 그 사람에게도 천만다행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게 인생인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