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창작물을 능가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정도로, 창작물에서 상정한 온갖 기괴한 이야기가 평범하게 보일 정도로 현실에서는 별별 괴상한 일이 다 일어나는데, 오늘 본 뉴스가 그야말로 저 담론을 만족시키는 사례가 아닐까 싶어요.
간단하게 사실을 요약해 보자면, 한 서울시의원이 저렇게 주장했고, 그래서 서울시청, 서울시 내의 각 구청 및 공립학교에 일본제 물품사용현황의 전수조사를 요구했다는 것이죠. 어떻게 그럭저럭 물품 전수조사가 완료되었고, 결과에 대해서 저 의원 왈, 전수조사가 허술했으니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여 추가조사를 추진하겠다고. 그리고, 일본제 물품을 안 써야 진정한 광복이라는데...
발상의 저열함은 차치한다 치더라도, 문제가 아주 많네요.
현장 업무에도 바쁜 공무원들은 무슨 죄인가요? 저런 데에 야근까지 강요당하게.
또, 우리나라가 맞이한 광복은 그럼 가짜 광복이 된 거네요. 주장을 어떻게 하든 그건 자유인데, 그 주장이 초래하는 결과에서조차 자유롭다고 생각하면 안되겠죠.
기회가 된다면 저 의원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카메라 쓰지 마시고, 자동차나 비행기는 일절 타지 마시길.
카메라는 대부분 일본의 기업이 관여하고 있거든요. 캐논, 소니, 니콘, 펜탁스, 파나소닉, 후지 등...
자동차의 점화플러그나 터보차저, 변속기 등에도 일본기업의 생산품은 많거든요.
비행기 및 공항설비에도 일본기업이 제조한 제품이 아주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를테면 탄소섬유는 도레이, 아라미드섬유는 테이진, 제트엔진의 점화플러그는 NGK, 공항의 탑승구 설비는 신메이와 제품이 많이 쓰이고 있어요.
뭐 멀리 갈 것도 없네요.
일본과 단교하자고 정부에 건의하면 일사천리로 일본제를 쓰고 싶어도 못 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