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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역사는 짧기만 할까

SiteOwner 2018.09.06 18:58:58

우리나라에서는 긴 역사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래서, 대략 4천여년 남짓한 역사를 5천년, 심지어는 반만년 운운하면서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고 있고, 고조선에의 자존심이 지나친 나머지 환단고기 같은 유사역사학이 준동하는 등의 폐해까지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것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 한민족이 일본에 문물을 전해준 데에서 기인한 일본에 대한 폄하를 당연시한다든지, 미국이 18세기말에 영국과의 전쟁으로 독립해서 생겼으니 역사가 200여년 남짓할 정도로 짧고 전통없는 나라라고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든지.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근본도 없다 등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너무나도 쉽게 남발됩니다.


그런데 미국의 역사는 짧기만 할까요?

미국 독립전쟁의 시기는 1775년에서 1783년이고,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1799)은 1789년에서 1799년까지 미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재임했습니다. 이 시기는 한국사에서는 조선 정조의 재임기간인 1776년에서 1800년 사이와 거의 중첩됩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정조 당시의 각종 제도와 문물 중 지금도 계승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미 2018년의 우리나라는 전제군주국 조선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니 아예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있습니다. 당시의 것 중에 지금도 유효한 것은 행정구역의 단위인 도(道), 군(郡), 읍(邑), 면(面), 리(里) 정도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군의 기관장인 군수(郡守) 정도. 나머지는 딱히 언급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이것을 다른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지금의 미국의 각종 제도는 한국사에서 정조 때에 만들어진 것들이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현대의 도시, 철도망, 표준시 체계, 대학 등은 19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 대다수이고, 미 공군이나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문물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도시화 붐보다도 훨씬 전에 등장한 것입니다. 즉 근현대문명의 문물로 따지자면 미국의 역사가 우리나라의 것보다 압도적으로 길다는 이야기. 이렇게 봤을 때 미국을 역사가 짧고 전통없는 나라, 근본없다 등으로 비하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게 보일 것입니다.


국내 각계각층이 역사문제에 민감하고 그래서 별별 역사관련 담론이 오가는데, 의외로 이런 점에 대해서는 왜 목소리조차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렇다면 저라도 이렇게 미약하게나마 목소리를 하나 내 봐야겠지요.

이 발제가 여러분의 역사인식 등에 일말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