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다사다난한 일상이 지속중인 세계입니다만, 오늘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서 일어난 국립박물관 대화재 뉴스는 여러모로 충격적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사 및 인류사의 상당부분을 이 화재로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화재사고가 시사하는 점을 내셔널 지오그래픽 2018년 9월 3일(회사소재지 일자기준) 기사(영어)를 통해 보겠습니다.
원문을 요약번역해서 소개해 드립니다.
1818년에 설립된 브라질 국립박물관(포르투갈어 Museu Nacional)은, 브라질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시설이고 라틴아메리카 내에서 가장 크고 명성이 높은 박물관 중의 하나인, 소장품 2천만점이 넘는 과학 및 문화관련의 방대한 컬렉션입니다. 유명 소장품으로서는 11,5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골화석인 루시아(Luzia)는 물론, 목이 긴 공룡 막사칼리사우르스(Maxakalisaurus) 등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브라질 황제의 취향 덕분에 조성된 것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집트 미이라 등의 컬렉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건물 그 자체도 역사적으로 중요합니다. 그 건물에는 포르투갈 왕가가 나폴레옹 전쟁 당시인 1807년에 포르투갈을 탈출한 후 1808년에서 1821년까지 거주하였고, 1889년까지는 브라질 황제의 거처로서 사용되었다 1902년부터는 박물관이 되어 있습니다.
화재 이후 밝혀진 사항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화석보관용 금속제 캐비넷 일부는 화재를 견뎌냈다지만 내용물이 무사한지는 불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나마 연체동물화석 40,000점 중 일부는 구할 수 있었다지만요.
그러나, 본관에 보존중인 상당량의 화석, 이집트 문명 컬렉션, 무척추동물 표본 등은 파괴된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어류 및 파충류 표본, 식물표본 및 도서관은 다른 건물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고 추정되고는 있습니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지만, 확실한 것은 폐관 이후에 발생했고 부상자 보고가 없다는 것입니다. 소방관들은 밤새 필사적으로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피해는 크게 발생하였고, 많은 과학자들의 커리어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내고 말았습니다.
브라질이 자체적으로 쌓아 온 지식기반도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브라질 국립박물관은 독자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브라질 전국에서 채록한 원주민 고유어의 녹음도 있습니다. 그 녹음에 포함된, 이제는 구사하는 사람이 없는 언어들의 자료가 상당수 소실되어 버렸습니다.
이 화재에서 불타버린 서류의 재는 박물관에서 1마일 이상이나 떨어진 곳에도 떨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사실, 자연사박물관의 소실이 근년도 초유의 일은 아닙니다. 2016년 4월에는 인도 뉴델리 소재의 자연사박물관이 화재로 소실되었습니다. 또한 이 화재가 브라질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소실된 첫 사례인 것도 아닙니다. 2010년도에 상파울루 소재의 생물의학 연구시설인 인스티투토 부탄탄(Instituto Butantan)세계 최대의 유독성 동물표본 컬렉션 중의 하나가 소실었습니다. 100여년에 걸쳐 수집된 50만점 이상의 뱀, 거미, 전갈 표본이 그 화재로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사실 이게 브라질만의 문제로 치부될 것은 아닙니다. 전세계 각지의 컬렉션이 위험에 처해 있으며 관리에 소홀할 경우에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 대통령이 이 사태에 대해 비통한 날이라고 추모하기는 했습니다만,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정부를 향해 빗발치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브라질 국립박물관이 연간 128,000달러의 예산을 전액 지급받지 못하고 겨우 13,000달러만 받았습니다. 이듬해에는 강제폐관조치를 당했는데, 그 이유가 청소 및 경비인원 급여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직접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가장 인기있는 혹등고래 및 막사칼리사우루스 골격을 소장한 전시관 보수비용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까지 일어났습니다.
2018년 5월에는 30개의 전시행사 중 10개가 시설 손상을 이유로 공개되지 못했습니다. 벽 표면이 벗겨지고 전선이 노출되고 박물관 근처의 소화전 2개가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브라질 정부가 박물관 재건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고 문화장관이 다른 박물관의 화재대응시스템 점검을 요구하기로 했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브라질의 과학에 생긴 큰 구멍을 메우는 데에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연구예산이 계속 깎이고 있으니까요. 2017년 3월에는 과학연구 예산이 44% 깎여서 10억 달러로 낮춰졌습니다. 이것은 2005년 이후 최저수준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2017년 하반기에는 깎인 예산에서 추가로 16%를 감액하려 나섰다고 합니다. 일부 연구시설에서는 전기료 등의 기본적인 비용을 부담하기도 빠듯한 수준에 몰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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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소식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200년에 걸쳐 수집된 방대한 컬렉션이 이렇게 불타 없어졌는데 대체 이걸 무슨 수로 재건하겠다는 건지 알 수도 없고, 과학은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믿는 브라질 사회에 만연한 풍조가 결국 이런 사태를 초래해 버린 것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반과학주의, 반지성주의, 반문명주의가 발호하기 쉽다는 걱정이 듭니다. 브라질의 정치사 및 과학사의 중심인 시설에 대해서도 이렇게 거의 버려두다시피 했는데 다른 곳은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읽었던 책에 묘사되었던 남미의 기묘한 생물과 원주민 문화 관련도, 이제는 저렇게 많은 소장품이 사라져 버려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게 되어 버렸습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이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