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의 에너지원 중에 의외로 석탄이 두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2018년 6월에 영국 석유회사 BP에서 발간된 세계 에너지통계를 보면, 2017년도의 전세계 에너지 소비량 135억 1120만 MTOE(=Million Tonnes Oil Equivalent, 석유 100만톤 환산) 중 석탄은 2위인 37억 3150만 MTOE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것은 전체대비 27.62%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해요. 석탄은 단위질량당 에너지가 석유보다 낮은 수준으로, 같은 질량 대비 최대 70% 정도에 지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소비량을 에너지량 대신 질량으로 표시한다면 석유(46억 2190만 MTOE)를 훨씬 뛰어넘는, 최소 53억 3071만톤 이상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현대는 여전히 석탄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산업혁명기에 제조업이 급성장한 곳에는 예외없이 석탄이 풍부했어요.
영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후발주자에 속했던 미국, 독일, 일본 또한 석탄을 자급할 수준이 되었어요. 프랑스는 탁월한 기초과학역량, 농업생산력 및 대서양과 지중해에 모두 맞닿은 천혜의 조건에도 불구하고 석탄 생산량 부족으로 제조업 발달이 뒤처졌던 핸디캡이 있었고, 그래서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프랑스는 전승국으로서 패전국 독일의 서부지방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어요.
브렉시트 등의 문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의 시초에 의외로 석탄이 작용하고 있어요. 1952년에 벨기에, 프랑스, 서독, 네덜란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의 6개국이 결성한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 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는 유럽연합 출범이라는 역사를 달성하고 2002년에 해산되었어요.
남아프리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그렇게 집중하지 않다 보니 이 나라가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경우가 꽤 있어요. 하지만 석탄을 이용한 합성석유제조에 대해서는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국가가 바로 이 남아프리카.
사실 일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다량의 열만 있다면 석유를 제조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은 1925년 독일의 화학자 프란츠 피셔(Franz Fischer, 1877-1947)와 한스 트롭쉬(Hans Tropsch, 1889-1935)가 개발했어요. 이름하여 피셔-트롭쉬 공법(Fischer-Tropsch Process).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이 국토 내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석탄을 전차 및 항공기에 필요한 가솔린으로 변환하는 데에 많이 이용되었는데, 상업적으로는 1950년 남아프리카에서 설립된 기업인 사솔(SASOL)이 1955년부터 피셔-트롭쉬 공법으로 합성석유를 양산하면서 본격화되었어요. 석탄이 풍부한데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 남아프리카의 자원사정은 이렇게 극복되었고, 사솔은 세계 33개국에 사업장을 두는 남아프리카 최대의 기업이 되어 있어요. 심지어는 합성석유 기술의 원류인 독일에 진출했을 정도로.
석탄 관련 영어 표현을 좀 보기로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