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1990년대 전반, 중학생이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름방학 도중의 어느 날, 마루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집에 찾아 오셔서 인사를 했는데, 그 아주머니의 질문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질문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습니다.
"학생, 수금포 하나 빌려줄랑교? 파뜩 쓰고 갖다주잉께."
다른 말은 이 지역 사투리니까 알아 들을 수는 있었지만, 문제의 "수금포" 가 대체 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되물었습니다. 대체 수금포가 뭔지 모르겠다고.
그 아주머니는 저희집 마당 한켠의 창고를 보더니 삽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수금포는 삽 아잉교, 그러면 잠깐 쓰다 갖다줄께잉."
그렇게 아주머니는 삽을 빌려가고 그날 해질 무렵에 다시 오셔서 그 삽을 창고에 놓고 가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여러가지 어휘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국어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제가 그 사건을 계기로 언어생활에 대해서 다각도로 생각하는 한편 국어과의 학과성적도 오르고, 글을 잘 쓴다는 평가도 받게 되는 등 여러모로 그 아주머니의 영향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그때의 소년이었던 저는 벌써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그 아주머니가 이미 고인이 된지도 10여년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사는 곳도 달라져 있습니다만, 수금포 사건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