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의 구조가 다르다.
?2)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
1)의 경우는 처음부터 판을 너무 키워둔 게 문제였습니다. 가령 옴니버스를 표방하고 있었음에도 모든 에피소드가 적잖게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참고한다든가, 참고작품을 떠나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설정을 구상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모든 옴니버스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한 번 쓰고 그 다음엔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다가 의외의 떡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거의 항상 큰 그림을 그려두려고 했던 겁니다. 레귤러 캐릭터들을 손보는 과정에서 계속 '첫 등장 에피소드'란 것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까지도 에피소드 구성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빼야겠습니다.
----------------------------------------------------
2)의 경우는 저 혼자 해답을 찾기 힘들고, 한편으론 다른 분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주제라서 문단을 나누겠습니다.
일단 저는 8~90년대의 작품이 좋습니다. 따져보면 게임이 가장 오래됐고(DOS, NES, 8~90년대 아케이드 등), 만화나 영화는 2000년대까지 미묘하게 걸쳐 있네요. 어떤 부분이 좋느냐고 한다면, 뭐랄까... 감상적인 부분이랄까요? 근래의 작품들은 리얼리즘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나게 자세하거나 치밀한 구석이 있고 한편으로는 '냉철'한 면모도 상당합니다. [다크 나이트] 이후로 히어로물은 대부분 고뇌하게 됐다던가요?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또 딱히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여기도 심각, 저기도 심각' 하는 식으로 비슷한 분위기가 너무 형성되다 보니 약간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8~90년대의 작품들은 은근히 '유치'하거나 '조잡'한 구석이 있습니다. 영상만 봐도 화질이 구리고, 음악이나 소재, 표현 등이 딱 구닥다리 느낌이 나죠.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근래의 작품에 비하면 감정이 훨씬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즐거워지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기도 쉬워요. 얘는 착하고 얘는 나쁘고, 그리고 나쁜 녀석은 시원하게 얻어터지거나 망하고. 반전이다 대립이다 하다가 목표를 잘못 잡아서 모든 팬에게 까이는 근래의 몇몇 영화에 비하면 훨씬 나아요.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나홀로 집에(1990)]를 2010년대에 만들면 재밌을지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함정을 스마트폰으로 처리하는 게 재밌으려나요? [쥬만지(1995)]를 리메이크한 [쥬만지: 새로운 세계(2017)]가 개봉된 지 꽤 됐습니다만, 보면 옛 추억을 망칠까봐 걱정입니다. 대강 검색해 보니 엄청나게 우월한 것도 아니고, 원작은 기승전결이 충실하고 주제도 명확했는데 그것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었나 의문입니다. 뭐 저만 그런 것일수도 있으니까 넘어갈게요. 어쨌든 8~90년대의 작품은 로망이 풍부하게 느껴져서인지, 저는 지금보다 그 시절에 제작된 작품들이 마음에 듭니다.
------------------------------------------------------
그래서 제 작품도 8~90년대를 배경으로 할까... 했는데, 자료조사를 다시 해야 하나 걱정되네요. 지금까지 쓴 에피소드들은 기술 수준을 특별히 명시해 두지 않았기에 상관없지만, 핸드폰이나 이메일, PDA 등은 꼭 등장시켜야 스토리 전개에 쉬운데 이게 시대와 맞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그냥 뭐, 2000년대 배경이다 치고 아직 8~90년대 스타일이 남은 세계관이라고 땡치면 끝나려나요?
그 외에, 혹시 8~90년대에 대한 감상이나 생각, 기억에 남는 작품들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