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면서 청개구리 본성에 대해 논문을 쓰려다 억지로 참을 정도입니다. 이번에도 하라는 연재는 안 하고 설정만 구상하거나 창작론에 대해 생각하고 있네요. 꼭 무엇인가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전 글에서 깨닫기는 한지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요 없다 생각되는 이벤트나 설정은 계속 정리하고 있습니다. 신캐릭터의 부각을 위한 에피소드는 어쩔 수 없지만요. (그러고 보면 Meatbomb Sparkgetti 에피소드는 신캐릭터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네요. 리퀘스트에 초점을 맞춰서...)
헌데 이번에 창작을 하면서 맞닥뜨린 고민은 바로 "원래 이런 주제였던가?"하는, 기존 방침에 대한 재고이자 반감입니다. 제목을 고쳐가면서까지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는데, 문제는 이게 '범죄물'이냐 '일상물'이냐는 겁니다. 역시 이전 글에서 '범죄물 쓰고 싶으면 쓰고, 일상물 쓰고 싶으면 쓰지 뭐' 하는 임시적인 결론을 내려두긴 했지만, 계속 줄타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둘 중 하나로 명확히 방향을 정해야 이후 소재 선정이나 유머(있다면 말이죠)의 수준 등을 결정할 때 쉬워집니다.
연재될 내용의 일부를 예시로 삼아서 얘기할게요. 레스터가 주축이 된다고 하면 일상적인 내용(택시기사, 자유기고가 등)이 나오고, 존이 주축이 되면 범죄적인 내용(불법적인 해결 등)이 나올 것입니다. 이럴 거면 따로따로 쓰면 되기는 하죠. 하지만 저는 뭔가... 선악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약간 있거든요. 모든 문제를 선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지, 선과 악은 항상 대립하기만 하는지 등등... 직전 글에서 레스터를 '선인(?)'으로, 존을 '악인(?)'으로 규정한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왜, 옛날 논리학 책에 그런 질문 많이 나오지 않습니까. '가난한 엄마가 아이를 위해 우유를 훔쳤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류의...
이러쿵저러쿵 써내려가면서 정리한 바로는...
?- 범죄물의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 레스터와 존은 경우에 따라 협력하기도 한다.
?- 주인공 일행이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 내지 구조적으로(조직범죄) 하는 것은 아니다.
?- 궁극적으로 주인공 일행은 모든 범죄자와 싸우는 입장이다.
...흠,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범죄물의 비중이 매우 크네요, 생각보다. 오히려 "왜 일상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하는가?"란 질문에 답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그럼 다시 또 주절주절 생각해 봐야겠네요. 왜 일상적인 요소를 넣고 싶어하는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픈월드 게임을 할 때 스토리 미션보다 사이드 미션에 관심을 두는 거라든가, AAA 게임보다 특징이 두드러지는 고전게임을 좋아한다든가... 어쩌면 일상적 에피소드를 연재하는 이유는 짧고 굵게 끝나는 내용을 통해 빨리빨리 쾌감을 얻고 싶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허구한날 범죄물 구상만 하다보니 지쳐서 일상물을 찾는 것일지도 모르죠.
쓰면서 퍼뜩 생각난 거지만, '겉보기엔 일상물이었는데 알고보니 사실 모르는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범죄물과 아주 미세한 연결고리를 두는 거죠. 하나부터 열까지 범죄물과 엮는 것 같아서 저도 좀 환멸이 느껴집니다만, 이렇게 덮어두고 연재하다 보면 뭐가 떡밥이 될지 모르니까요. 뭣보다 일상물의 주역인 레스터가 존의 공범(?) 역할이기도 하고...
이번에도 이래저래 써내려가면서 자문자답이 되었네요. 그런데 확실히 창작을 떠나서 이거 하고 싶으면 저거 하고 싶고, 저거 하다 보면 다시 이거를 하거나 다른 걸 하고 싶은 건 사람 심리인 것 같습니다. 뭔가 인간의 본질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만, 이건 얘기가 너무 길기도 하고 제 논리론 무리인지라 넘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