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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고음악계의 위기

마드리갈 2013.03.06 01:30:14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27/2013022702656.html


보통 고음악(古音?, Ancient music, early music)이라고 하면, 바로크 및 그 이전의 르네상스, 중세 등의 음악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그 시대의 악기는 현대악기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에, 유물이나 설계도의 형태로 남아있는 고악기를 복원하여 그것을 사용한 연주를 하기도 해요. 그것을 정격연주(正格演奏, authentic performance)라고 하고, 이렇게 분류하면 밸브구동식의 금관악기, 대형화되고 각종 링크 및 개폐버튼을 장착한 목관악기, 5옥타브 건반 대신 고저 1옥타브씩을 추가장착하여 7옥타브 건반이 된 피아노 등이 발명되기 직전인 고전파 시대의 음악 연주에까지 그 활동영역이 다소 넓어지기도 해요.


그 고음악 연주의 대가들을 언급하기에는 화면이 다 모자라겠지만, 일단 주요한 인물만 언급하자면 이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 중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음악가들은 바로 벨기에의 쿠이켄 형제. 이들이 조직한 세계적인 권위의 고음악 연주단 라 프티트 방드(La petite Bande)가 존속에 큰 위기를 맞고 있어요. 지난달 28일에 서울에서 연주를 했지만 리더 지기스발트 쿠이켄(이는 독일식 발음으로, 화란식 발음은 시히스발트 카위컨)이 상당히 어려운 현재 상황을 토로하고 있어요. 이유인즉, 정부 보조가 중단되면서 올해 6월부터는 악단의 존속 자체가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되었거든요. 경제위기를 이유로 플랑드르 주정부가 56만 유로의 보조금을 끊고, 사정은 지지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에도 호전되고 있지 않아요.


불황중에도 정신적 자산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유럽이 이제 정말 각박해진 걸까요.

옛날 책에서 읽었던,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벨기에 등의 선진국에서는 불황에도 꾸준히 문화자산의 축적에 힘써서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상식이 되어가고 있어요.

게다가, 집에 있는 음반 중 벨기에에서 나온 것이나, 플랑드르 지역의 바로크 음악유산에 대한 것도 좀 있는 터라 이러한 벨기에 내의 어려운 사정이 상당히 안타깝게 보여요.


또한 쿠이켄 일가는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해요.

한국 출신의 입양아 둘을 맞이한 사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국내 언론에 알려져 있었고, 해당 기사에서도 다시 언급되어 있어요. 또한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 중에는 벨기에에서 정착해 있는 경우도 많다는데, 이런 사정도 있는 이상, 유럽 내 한국계에 대한 관심, 그리고 벨기에와의 교류 증진 차원에서라도 한국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고음악 애호가인 제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어요.

경제의 이름으로 문화가 훼손되지 않았음 해요.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고음악에의 재조명 열풍이 분 것처럼, 21세기에도 폴리포닉 음악 위주의 고음악이 중흥하기를 기원해요.



P.S. 기사 내 표기에서는 지기스발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독일식으로 읽었기에 통일성을 위해 독일식으로 표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