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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문제를 대체 누구의 관점에서 말하는가?

SiteOwner 2018.03.29 21:55:11

같은 사안에 대해서 말하더라도 관점이 확연히 다른 표현을 쓰면 순간 멈칫하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가치관에서 수용할 수 없거나 저항감이 큰 표현이 나오면 결코 시각이 우호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두 문장이 있을 때의 가치판단은 분명 같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두 문장들은 6.25 전쟁의 시작을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말하는 "남조선과 미제 괴뢰놈들의 북침" 어쩌고 하는 헛소리 대신, 두 문장 어디에도 거짓은 없습니다. 하지만 두 문장이 완벽히 상호호환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문장은 남북의 군사충돌이라는 사실은 말하지만, 귀책사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반례를 생각해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결론이 도출되는 사안도 분명 있으니까요. 일한병합, 일본의 조선으로의 진출 등의 용어도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용어이니 옳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주장해도 되겠습니다만, 일어날 문제는 훤히 보입니다.

둘째 문장은 남북의 군사충돌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분명히 나옵니다. 배경이 나오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짧은 문장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는데다, 첫째 문장에 비하면 내용의 충실성 및 진실성은 아주 높게 확보됩니다. 그래서 관점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오늘의 전직 관료의 발언 하나와 현 정치권의 대응 하나는 대체 북한문제를 누구의 관점에서 말하는지 의심이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우선은 전직 관료의 발언 하나를 보겠습니다.

정세현 "북핵 상호주의로 풀어야...리비아식 안돼" (조선닷컴 2018년 3월 29일 기사)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의 발언의 흠결을 짚어내자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딱 두 가지만 봐도 문제는 존재합니다.

우선, "미국은 그동안 일괄타결을 언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보상에 대한 희망을 주지 않았다" 라는 발언. 이것은 북한의 핵개발 이유가 정당하다는 전제가 아니면 성립하기 힘든 논지를 지니고 있으며, 미국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 상대로 모는 게 아닌가 반문할 여지 또한 충분합니다.

그리고, “한중 간 협력을 통해 동시 행동 원칙을 합의하고 미국이 공짜로 (북핵을) 뺏으려고 하는 생각은 버리도록 해야한다” 라는 발언 또한 관점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북한에 핵무기로 위협당하고 있고, 미국은 우리나라의 동맹이라는 사실은 어디에 간 것인지 모를 일이군요.


그리고 또 하나는 F-35 전투기 출고식에 대한 현 정치권의 대응.

첫 F-35A 떴다… 한국도 이젠 스텔스 보유국 (조선닷컴 2018년 3월 29일 기사)


원래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의식해 출고식을 조용히 치르려다 비판여론이 대두되자 그제서야 국방차관을 파견하는 것으로 바꾸었다는데, 남북정상회담과 국방 문제가 언제부터 섞어도 되는 것이었습니까. 그러면 북한이 대화에 더 잘 응하면 무장해제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남북정상회담을 중시하는 건 좋지만 다른 문제를 끌어다가 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중국이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를 뒤섞어서 사드(THAAD) 관련으로 온갖 치졸한 공작을 벌인 전례도 있는데, 중국은 큰 나라와 소인배의 인성을 평균하면 그나마 중국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그러면 중국은커녕 소국으로도 못 남게 될 수 있습니다. 대체 누구 좋으라고 그러는지, 아직도 역사에서 배운 적이 없는 게 여실히 보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누구의 관점일지 모를 희한한 발언은 줄잇겠지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모두 역사에 차곡차곡 남고 평가될 것입니다. 그 때에도 당당하게 그 관점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반핵 평화를 부르짖다가 북핵이 일리있다가 북핵이 우리 것이 되니까 좋다 하다가 탈원전에 찬동하다가 해외에 건설되는 원전이 축복이라 그러듯 태세전환을 거듭하는 모습을 하도 많이 봤기에, 일관된 관점의 지사가 그립습니다. 아, 이왕이면 신념을 위해 생을 바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