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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뭘 써야 한다는 것도 강박증인 것 같습니다

Lester 2018.01.30 16:27:53

주말에 잠깐 소설을 하나 써서 아트홀에 올리고 내심 뿌듯했는데, 조회수가 적어서 다음날에 보니 내용 전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도로 지워버렸습니다. 처음은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에서 일거리를 받는 장면으로 나름대로 그럴듯한 전개가 이어졌지만, 이후 목표물을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뜬금없는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담론이 나와버렸습니다. 가장 압권은 목표물을 저격하려다 노상방뇨를 하는 목표물의 '그 곳'을 보고 OMG를 외치는 장면(…). 대체 무슨 생각과 목적으로 저런 장면을 쓴 건지 스스로도 황당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원인이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당시 연재분 말미에 덧붙이긴 했지만 그 때는 '일단 뭐라도 쓴다'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용이 이상하면 어떠냐, 완성하면 그만이지'였던 마인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가 윗 문단이지만요. 그리고 최소한 이렇게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단했다는 것은,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는 뜻이고요. 그러면 두 번째 의문이 남는군요. "나는 무슨 내용을 쓰고 싶은가?"


뭐라고 해야 하나, '애매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습니다. 아니, 정확합니다. 처음에는 약간 수위 높은 일상물 같은 걸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 어느 날 갑자기 딥다크한 물건이 되어 있고... 명확한 주제가 없는 상태에서 내용 불리기에만 급급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래서 주인공의 성격 묘사나 작품 분위기가 여기저기로 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작품 이전에 작가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해서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겠지만...


뭐 일단은 앞서 말한 대로 개그물까진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해결'의 방법이 정해지지 않아서 이렇게 계속 헤맸던 것 같은데, 개그물은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지도 않게 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썼다가 지웠던 글을 자기평가해 보자면, 너무 진지했어요. 아마 막판에 넣었던 노상방뇨 장면도 개그라고 생각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뜬금없었던 감이 있네요. 의식하고 쓰는 개그라서 더 재미없는 것도 있고.


그 외에 저 자신이 별로 즐겁지 않은데 즐거운 이야기를 쓸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남기는 하는데 이것은 뭐랄까... 작가의 프로의식(???) 문제인 것 같아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중언부언하면서 오긴 했지만 결론은 '뭘 쓰고 싶은 건지 명확히 하자'가 되겠네요. 고전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글을 쓰기 전에 주제를 미리 맨 위에 명시해 둬야겠습니다. 안 그러면 딴 생각 하다가 잊어버릴 테니까;;;


그나저나 마지막에서야 제목에 있는 얘기를 하게 됐는데, 매번 쓰는 글마다 뭔가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 것은 역시 지나친 거겠죠? 더더군다나 재미가 중요한 소설이나 창작 작품이라면 더더욱. 어떤 글을 보다가 '작가가 노력을 들이면 들일수록 작품은 재미없다'는 개그성 코멘트를 본 것 같은데 딱 그 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포럼 분들은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