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 핀란드화와 한국 제하로 글을 쓴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권이 바뀌긴 했는데 어째 핀란드화만큼은 달라지기를 거부한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한중 관계정상화 합의문에서 중국에 대해 천명한 이른바 3불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사드(THAAD)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MD 프로그램에의 가입의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하든 말든간에 그것 자체를 우리나라가 중국에 말해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말할 필요조차 없을 뿐더러, 사실 말해서도 안됩니다. 외교전술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싶지만, 국가의 주권평등원칙, 그리고 우리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될 때 발생할 전략적 유연성 부족 등의 문제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하지하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동맹국 사이라고 할지라도 발언해서는 안될 사안인데, 왜 이런 것을 말해야 했을까요.
게다가, 중국의 그간의 횡포에 대해서 사과 및 시정을 요구하는 자세는 과문의 탓인지 전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중국 측이 내세우는, 중국의 인민이 제재한 것이지 정부 차원에서 제재한 적이 없다는 그런 궤변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물론, 한국산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한 비관세장벽 같은 것은 여전히 세워져 있는 상태.
이래서 어쩌자는 것일까요.
나중에 중국에서 반중여론을 단속하라, 반중 성향의 인물을 제재하라, 중국의 주요기업의 경쟁자가 되는 한국기업을 처분하라 등의 요구를 하면 아주 잘 따르겠군요.
중국이 강대국이니까 따라야 한다면, 그 중국보다 훨씬 강한 미국에게는 일절 이의제기를 하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민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일본과의 합방을 결심했다는 을사오적도 그 논리로 정당화됩니다. 당시 일본은 유럽 5대 열강인 러시아를 전쟁에서 이겼으니까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요즘, 적폐청산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전 정권을 적폐 그 자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런데 외교 하는 것을 보면, 2년 전 친중 일변도로 가던 전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적폐 정권이 하던 것과 다를 게 없으니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적폐의 심장을 찌르면서 하는 말은 이런 것이겠지요.
"적폐를 계승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