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설정은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에도 가상과 대체역사 사이의 어딘가라는 상당히 미묘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틀은 현실의 유럽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모든 국가들은 현실에서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현실의 국가들과 같은 곳은 아닙니다. 분명 가상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현실을 기반으로 한 탓에 대체역사 냄새가 풀풀 나고 있지요.
이렇게 된 이유를 꼽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애니 하늘의 소리 및 게임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들이 그러한 양상을 보였지요. 전자의 경우는 발티아 크로니클로 개편하기 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짜는데에 영감을 주고 후자는 현재의 발티아 크로니클을 짜는데에 영향을 주었죠.
(이것이 그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 세계의 지도. 발트해에 위치한 국가 발티아는 저기서 영향을 받았답니다.)
한 편 가공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본인의 설정을 현실의 유럽에 대한 동명이인도 아닌 이복/이부 형제 수준으로 만드려다 보니 미묘한 곳에서 고집이 생겨버렸습니다. 적어도 몇 가지만은 꼭 지켜야겠다 하는 그런 것 말이죠.
그리고 이 고집 때문에 타 작품에 대해 보는 시선이 미묘해 지는 부분이 생겼는데 그것은 이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의 외전작이자 최신작인 푸른 혁명의 발큐리아에서의 세계 설정에서 그런 걸 느꼈던 것입니다.
본 작품에서 주인공의 세력은 유틀란트 왕국이라는 곳입니다. 처음에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올린 곳은 바로 덴마크. 그렇지만 전작들의 갈리아 공국은 그 이름에도 불구하고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꼭 중앙유럽에 있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반적으로 유럽이라 떠올리는 부분을 벗어나리란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푸른 혁명의 발큐리아의 지도)
위치를 보고 나니 갈리아와는 다른 상당히 미묘한 감정이 들고 말았던 것입니다. 현실의 흑해에 해당하는 내해인 애주어 해를 끼고 있는데 마침 불가르, 그레시아 등 어디서 본 것 같은 국가들이 있는 남동유럽, 현실의 펠레폰네소스 반도가 위치해 있는 곳까지 해서 딱 아나톨리아와 맞아떨어지는 곳이지요.
그런데 제게 아나톨리아 반도라 하면......
여기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죠. 물론 중세까지는 비잔티움 제국이 지배하던 곳이니 그곳을 저 세계의 유럽 국가가 계속 지배하고 있었건 혹은 탈환했건 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덧붙여 더 큰 지도를 보면서 또 다른 위화감을 느꼈는데
(유튜브 실황 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라 실황인 본인이 노출되어 계셔 임의로 잘라냈습니다. 이 점에 양해를...)
유틀란트와 적대하는 루시 제국 외의 다른 제국들의 존재때문이었습니다. 비록 현실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치세 이후로 황제 및 제국에 대한 권위가 떨어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그 명칭의 사용에 대해선 굉장히 조심스러웠던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세계 최강의 패권국에 올랐던 영국의 국왕도 인도 제국 설립 후 인도 황제란 칭호가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칭호의 일부였을 뿐 스스로 황제 및 제국을 칭한적은 없었지요.(물론 그 위엄 때문에 대영제국, British Empire라는 말이 생기긴 했지만)
그런데 이 세계는 유럽 안에 루시 제국을 포함해 5개나 되는 제국이 있더군요. 브리타니아 제국에 프랑세즈 제국에 합스트리아 제국에....현실보다는 제국의 이름에 대한 무게가 훨씬 더 떨어진 세계였나 싶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설정이란 창작자들 마음이니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제 성향 때문에 비슷한 류의 설정에서 배경에 따른 위화감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것 뿐이죠.
애초에 저런 부분이 보일 경우 이렇게 딴죽을 걸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이성 : 잘 들어. 저건 저 세계가 그렇단 설정일 뿐이다. 알겠지?
본성 : 앗, 예.
이러고 넘어가지요. 대략 그러하였습니다.
PS. 전차가 등장한 계기는 참호전, 발티아 크로티클에선 어떻게 전차가 나오게 되는지를 위해 여러모로 고민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