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공작창에 쓰던 설정들을 다시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 보니 정리해 볼 겸 글을 써봅니다. 물론 설정이란 공통점 외엔 좀 중구난방입니다.
1. 귀족계의 이단아, 카놉스키 왕조
가문에 대한 설명에서 짤막하게 나온 정도인데 이 왕조는 직게의 혈통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혁명에 의해 방계로 왕위가 바뀌었다고 적어놓았지요. 그런데 제가 써놓고 가만히 생각하면 이거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은 둘째치고 그 사람들을 이끌고 또 그 사람들이 준 왕관을 받아줬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단적인 사고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19세기, 길게 잡아도 20세기까지만 해도 왕권은 신에게 위임받은 것이라는, 그러니까 왕권신수설이 꽤 보편적인 사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배경을 적용시킨 설정에서 같은 왕족, 하다못해 귀족도 아닌 시민에게 받은 관을 넙죽 받고 그 이전에 시민들의 저항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사실 자체가 귀족으로서 심히 뒤틀려 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건 아무래도 같은 가문 내 친척들 뿐만이 아니라 그냥 주변 국가들의 군주들에게 미움받기 딱 좋은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어떻게 왕위를 유지했는지까지 생각해 봐야 하나.;;;;;
2. 독수리! 쓰고 싶어!
공작창에 왕조 문장을 만들어 올리긴 했는데 최근 들어 독수리 문장이 끌려 집어넣고 싶어지더군요. 그리폰이나 사자 같은 것도 좋긴 하지만 좌우대칭으로 날개를 펼칠 수 있다는 점 역시 독수리 문장의 매력.
그런데 한편으로 독수리의 상징성이 "동물들의 왕"으로서 현실에선 로마 제국 및 로마를 계승했다 주장하는 신성로마제국, 그리고 황제와 관련된 귀족들이 주로 가문 문장으로 사용했다 보니 "제국"의 가치가 현실과 비슷할 뿐더러 제국과는 인연이 1도 없는 발티아로선 독수리의 상징은 어떨까....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주목한 건 폴란드의 흰 독수리였죠. 피아스트 왕조의 문장이 폴란드의 상징으로 굳은 건데 이건 제국과 상관없이 슬라브 창세신화에서 따온 것이더군요. 체코와 루스의 레흐가 흰독수리를 발견했는데 붉은 태양빛이 쏟아져 날개가 금빛처럼 빛났고 그 둥지는 하얗게 보였는데 그곳에 슬라브가 자리를 잡았다 하더군요.(덧붙여 그 장소라 알려진 곳이 현재의 그니에즈노. 도시 이름 자체도 폴란드어로 둥지에서 따왔다는 듯)
그 외에 한 때 스페인에서 쓰인 독수리는 카스티야의 이사벨라 1세의 문장에서 따온 건데 이건 성 요한의 독수리가 기원이라 하죠. 자신을 박해하는 자들 앞에서도 여전히 예수를 위풍당당하게 묘사하는 용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이게 마지막으로 쓰인 시기가 팔랑헤당 집권기, 그러니까 프랑코 총통이 통치하던 때라서 스페인 극우의 상징이 되어버렸다는게 문제지만.(...)
그런 이유로 뭔가 추가적인 상징을 쓰고 싶다면 또 스토리를 덧붙여야 할 듯 싶네요. 흠흠
3. 편가르기
설정을 짜면서 느낀 거지만 많은 창작물들이 국가가 여럿 있어도 묶여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정을 짜며 깨달은 건 다루는 세력 및 국가가 많아질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것 때문이었죠.
제가 참고로 한 작품들 중 전장의 발큐리아 시리즈를 에로 들자면 주역 세력인 갈리아 공국을 제외하면 다른 세력이라는 곳들이 대서양 연방과 동유럽 연합제국. 결국 국가가 여럿 있어도 뭉쳐있는 형태지요. 예전에는 이런 형태를 이해 못했는데 직접 설정을 짜다 보니 어느 한쪽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다른 쪽에 구멍이 생기고 이걸 메우다 보면 또 다른 쪽에 구멍이 보이다 보니 끝이 없더군요.
일단은 한 쪽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에 대해선 공백이 많은 상태입니다. 언젠간 다 메울 수 있을지...
대략 이러합니다. 스스로도 이걸로 괜찮을까 하는 의문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그래서 한 번 풀어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