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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ARC-V 마지막 듀얼의 문제점

Dualeast 2017.05.07 00:29:43

포럼에 접속할 수 없었던 기간에 포함된 지난 3월 26일, 유희왕 ARC-V가 148화로 종영되었습니다. 물론 평가는 좋지 않았죠. 현시점 기준 니코동 스트리밍 애니메이션 평가에서 애니 총합점은 5584작품 중 5570위, 애니 평균점은 2679작품 중 2674위, 2014년 애니메이션 종합점 264작품 중 264위라는 놀라운 기록, 또한 최종화의 니코동 앙케이트는 "매우 좋지 않았다"가 94.2%, "매우 좋았다"가 2.8%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만들어냈습니다. 매우 좋았다가 무려 2.8%나 나온 이유가 있는데, 니코동 앙케이트는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않거나 시청 도중에 이탈하면 전부 매우 좋았다로 판정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0%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고 그걸 기대했죠.


할말이 매우 많지만 ARC-V 최종화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보자면...


1. 자기가 했던 일도 까먹는 각본가

주인공과 라이벌이 처음 듀얼을 한 액션 필드(간단히 그냥 무대라고 보면 됩니다)와 마지막 듀얼에서 사용한 액션 필드는 동일한데도 이름이 다릅니다. 심지어 등장인물이 "이어서 할 생각인가?!"(그 듀얼은 끝을 내지못하고 중단되었습니다)라는 대사를 한 걸 봐서 같은 필드를 쓴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심지어 두 방영분의 각본가는 카미시로 츠토무로 같습니다.


또한 마지막 듀얼이 있기 전에 한 듀얼에서 주인공은 자신들의 드래곤에게 "너희들은 패왕이 되지 않아도 강해!"라는 말을 했는데, 정작 바로 다음 듀얼에서 아무 말 없이 드래곤들을 패왕룡으로 진화시킵니다. 패왕이 되지 않아도 강하지만 패왕이 되면 더 강하지! 물론 그 듀얼의 각본가도 카미시로 츠토무로 같습니다.


2. 마지막 듀얼의 당위성

듀얼을 하는 상황도 매우 이상합니다. 기존의 라스트 듀얼은 이벤트 듀얼, 즉 지면 세계의 존망이 왔다갔다 하는 그런 듀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ARC-V의 마지막 듀얼은 메인 스토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막말로 주인공이 죽어도 지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이 듀얼에서 상대가 이기려고 하는 게 멍청한 짓이죠.


또한 라이벌이 주인공에게 듀얼을 신청한 이유는 "주인공은 프로 자격을 갖추었고 자신과 듀얼을 하는 것으로 그 자격을 시험하겠다" 대충 이런데, 주인공이 프로가 될 이유가 없습니다. 4에서 후술하겠지만 유야의 본체인 자크는 듀얼리스트의 정점에 올랐던 존재였고, 그런 유야가 굳이 프로가 될 이유가 있기는 합니까?


3. 형편없는 듀얼 로그(듀얼 내용)

라이벌인 아카바 레이지는 레오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의 사장답게 현실적이거나 효율적인 콤보를 구사하는데, 마지막 듀얼에서는 그런 거 없이 그냥 마법 카드 3장을 써서 자신의 에이스를 진화시킵니다. 이건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오드아이즈 게이트라는 밑도 끝도 없는 카드로 몬스터를 막 진화시킵니다. 거기에다 기본적인 숫자도 체크 못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형편없는 듀얼 로그의 최고봉은 바로 EM 오홍의 마술사. 이해를 위해 효과를 첨부하자면...


서로의 플레이어는 각자 이하의 효과를 적용한다.
① : 자신 필드에 카드를 세트했을 경우 발동한다. 그 턴을 종료한다.
② : 자신이 드로 페이즈 이외에 카드를 패에 넣었을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 그 카드를 세트한다.
③ : 자신이 마법 & 함정 존에 세트한 카드가 4장 이하인 경우, 자신은 드로 페이즈를 스킵할 수 있다. 스킵하지 않았을 경우, 자신은 턴 종료시까지 마법, 함정 카드를 세트할 수 없다.
④ : 자신의 마법 & 함정 존에 세트한 카드가 4장 이하인 경우, 자신 필드의 몬스터의 공격력은 0이 되고, 공격할 수 없고. 효과는 발동할 수 없다.
⑤ : 자신의 마법 & 함정 존에 세트한 카드가 5장일 경우 발동할 수 있다. 이 카드의 ①, ②의 효과의 발동을 무효로 하고, 그 후 자신 필드의 모든 몬스터의 공격력을 원래의 공격력으로 되돌리고 공격력을 2배로 한다.


자 이걸 보면 의문이 들 겁니다. TCG를 잘 모르시더라도 드로 페이즈를 스킵해야 카드를 세트할 수 있고, 그런데 카드를 5장이나 세트해야  몬스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카드를 5장이나 세트하냐고요? 그건 액션 듀얼이라는 작중의 특수한 듀얼 방식 때문에 성립할 수 있는데, 필요한 것만 설명하자면 필드에 액션 카드라고 언제든지 주워서 쓸 수 있는 마법 카드가 필드에 뿌려져 있습니다. 그걸 주워서 세트하는 거죠. 그러면 듀얼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누가누가 먼저 카드를 주워서 5장 세트하나 게임이 되었습니다. 이래서 마지막 듀얼 별명이 카루타. 우리는 유희왕이 보고 싶었지 카루타가 보고 싶은 게 아닙니다.


4. 캐릭터 붕괴

뭐 ARC-V의 캐릭터 붕괴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과장 좀 보태서 한 화마다 캐릭터가 붕괴되는 수준이었지만, 마지막 듀얼에서 일어난 캐릭터 붕괴만 살펴보겠습니다. 조금 설명하자면 주인공 유야는 원래 자크라는 한 사람이 분리되어 만들어진 분신 중 한 사람이었고, 나머지 분신은 유토, 유고, 유리가 존재합니다. 스토리 진행 중 결국 4명이 다시 합쳐지고 마지막 듀얼에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는데, 유토와 유고는 서로를 적으로 알고 오해를 풀지 못한 채 사망, 유고와 유리는 서로 적대 관계였으며 어떠한 해결의 여지 없이 둘 다 소멸, 유리는 유야의 아버지를 카드로 만들어버린 원수지간, 유리는 세계가 망할 걸 알고도 오히려 기뻐하며 악행을 계속하는 악당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 우리는 하나였으니까 얼마든지 힘을 빌려주지 이런 식의 말을 하며 순순히 협조합니다. 너희들 언제 그렇게 친해졌냐?


5. 엔터메는 무엇이었나

주인공 유야가 148화, 현실 시간으로 3년 내내 목 놓아 부르짖었던 엔터메. 1화에서부터 화려하게 폭죽 터뜨렸더니 등장인물들이 보고 감화되는 이상한 연출이 있었습니다만, 이때는 작품 초반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갔지만 결국 마지막 듀얼에서도 하는 일은 똑같았습니다. 결국 엔터메는 뭐였는지 명확하게 정의도 안 되고 마지막에 완성된다던 엔터메는 어떤 시청자도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ARC-V 종영이 엔터메


6. 성장하지 못한 주인공

주인공은 그동안의 스토리 진행에서 성장했다는 낌새를 찾을 수 없고, 설령 성장했다는 묘사가 있어도 얼마 안 지나서 언제 성장했냐는 듯이 리셋이 됩니다. 마지막 화에서 아버지인 사카키 유쇼가 "유야! 너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프로로서 싸워나갈 각오는 되어있느냐!"라는 대사를 했고, 주인공은 "자신은 분명 아버지를 뛰어넘는 엔터메 듀얼리스트가 될 거야!" 이럽니다. 그런데 유야는 스탠다드에서 손꼽히는 듀얼리스트이자 라이벌인 아카바 레이지에게 승리했고, 사카키 유쇼는 자크의 일부인 유리에게 패했으며 유야는 그 유리에게 승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주인공은 유쇼보다 강해요. 아니 이미 자크는 세계최강입니다. 이거 뭐하자는 겁니까?


7. 처벌받지 않은 전범

ARC-V의 또다른 중요 소재는 차원 전쟁입니다. 그리고 그걸 일으킨 아카바 레오는 세계를 대충 망하게 할뻔했고, 그건 마지막화 후반까지 현재진행형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차원 전쟁을 일으키며 한 차원의 대다수를 카드로 만들고 파괴 행위를 하여 시설은 파괴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범은 분명 처벌 받아야하는데, 아카바 레오를 처벌하기는 커녕 옹호만 해줍니다. 아니 최소한 자기가 파괴한 차원 복구 정도는 도와야하지 않나요?


8. 해피 엔딩을 가장한 배드 엔딩

유야가 원래 자크라는 한 사람에게서 갈라진 분신이며 마지막 듀얼 시점에서 원래대로 합쳐졌다는 얘기는 했는데, 여기에 더 첨언을 하자면 히로인인 히이라기 유즈도 원래 아카바 레이라는 한 사람에게서 갈라졌고 다른 분신으로는 린, 세레나, 쿠로사키 루리가 있습니다. 히로인도 극후반에 하나로 합쳐졌고 마지막 듀얼 끝에 돌아오기는 했는데, 주인공과 히로인이 그 여운을 만끽하는 시간이 겨우 3분 남짓. 그것도 모자라 주인공들과 히로인들은 결국 한사람으로 합쳐진 채 이야기가 끝납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유토의 친구이며, 히로인 중 하나인 루리의 오빠인 쿠로사키 슌은 "그 안에 살아있을 거라고 믿어!"라는 망언을 하면서 납득합니다. 마지막에 주인공들과 히로인들이 분리되어 서로 잘 먹고 잘 살았다 이러면 억지 해피 엔딩이라도 되었다 이런 망상이라도 가능한데 그것도 아닙니다...



제가 아는 문제점만 해도 이 정도네요. 아니 사실 문제점이 아닌 부분을 찾는 게 더 빠릅니다만... 감독과 각본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에 사진으로 남기겠습니다. 9년 전에 나온 말이 지금 적용될 줄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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