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체력부족을 느낍니다. 딱히 하는 일도 없는데 이상할 정도로 피곤해지는 일이 많아졌어요. 불규칙한 수면이 원인이 아닐까 싶긴한데 어느 쪽이든 현재 상황으로는 해결할 수 없군요..
2. '가면라이더 고스트'가 국내방영 중이라고 하는데 로컬라이징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지 못하더군요. 솔직히 제가 봐도 기겁할 만한 내용들이 있어서 변호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가면라이더 고스트'는 위인(위인이라고 해도 실제 위인보다는 'Fate 시리즈'의 서번트마냥 그냥 역사 속 인물들이라서 악인들 역시 있습니다)들의 힘을 사용하는 가면라이더인데, 일본 작품이다보니 당연히 일본의 위인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국내 정서상 일본 위인들을 그대로 내보낼 수가 없어서 로컬라이징을 하면서 바꿔버리긴 했는데, 다른 건 그렇다쳐도 오다 노부나가를 삼국시대의 영웅인 백발중으로 로컬라이징한 것은 기가 막히더군요.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시대 인물이니 그나마 비슷한 삼국시대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후삼국이 비슷하지 않나 싶지만요)로 로컬라이징한거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문제는 노부나가의 힘을 빌리는 변신이 총을 사용한다는 겁니다. 거기다가 설명을 '검과 조총을 함께 사용하는 삼국시대 영웅'이라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삼국시대에 조총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그라다보니 '일본도와 조총을 사용하는 삼국시대의 장수 백발중의 힘을 빌리는' 기묘한 가면라이더가 되어버렸습니다.
2.1. 로컬라이징하니 떠오른건데, 제가 어린 시절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던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로컬라이징을 했었죠. 그 당시에는 지금 이상으로 왜색에 대한 규제가 심해서 일본 전통 문화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삭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에피소드는 억지로 수정하려다가 이상한 결과가 나왔죠. 아무리봐도 기모노를 입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고 '한복'이라고 주장해서 아이들이 한복이 기모노처럼 생겼다고 착각하거나, 신년에 신사참배를 가는 것을 '절에 간다'라고 로컬라이징해서 '새해 첫날에는 절에 간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든가…….. 이게 뉴스에 까지 나와서 비판을 받기도 했죠. 제가 언급한 두 사례 중 후자의 경우, 저희 어머니 같은 불교신자들은 신년에 절에 가는 경우도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전자는 심각한 문제였으니까요.
3. 특촬 얘기하다보니 떠오른건데 최근 들어서 특촬과 애니 양쪽 모두 거의 안보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작들을 보지 않고 예전 작품들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유는 최근에 나오는 애니나 특촬들이 제 취향이랑 좀 어긋나서 그렇습니다. 드라이브 이후의 가면라이더 시리즈의 경우, 뭐 특별한 이유는 없이 그냥 제 취향이 아니고 (오히려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이 더 제 취향이었습니다), 애니 쪽은 제 취향과 최근 인기 있는 작품 경향이 차이가 커서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요즘 애니메이션은 일상물 쪽이 아무래도 대세이다보니…….
3.1. 이와는 반대로 미국 드라마 중 '데어데블'이랑 '애로우' 같은 히어로 드라마가 제 취향에 맞아서 넷 플릭스에서 재미있게 시청 중입니다. 또한 의외로 국내 무협소설에서 정말 제 취향인 작품이 있더군요. '전생검신'이라는 소설인데 무협과 크툴루 신화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설정을 잘 어울리게 만든 특이한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이 죽고 죽으면서 전생을 하는 루프물인데, 50대 삼류무사였던 주인공 백웅이 '천암비서(팬들은 크툴루 신화의 마도서 암흑의 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더군요)'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지만 근처에 있던 함정에 살해당합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12살 시점으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데 이후로도 주인공은 죽으면 이 시점을 돌아와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미래를 알고 무공 지식도 있으니 천하에 내 이름을 떨치며 떵떵거리며 살아보자'라는 생각으로 한량처럼 살아가던 주인공이 우연히 세계의 이면(크툴루 신화)을 보게 되면서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 이후는 크툴루 신화의 신들을 없애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전생을 반복하며 발악하죠. 보통 이런 류의 작품이 크툴루 신화의 신성들을 최강급 고수들에게 썰리는 레이드 보스 정도로 표현하는 것과는 달리 자타공인 중원무림 최강자인 백련교주가 크툴루 신화의 신성인 차토구아의 팔 한짝에 전신이 걸레짝이 되면서 "벌레"라는 감상을 들을 정도니 무한히 도전해서 모든 신들을 죽여버리겠다는 주인공의 목표는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4. 그림 관련해서는 최근 좀 지지부진 하고 있습니다. 어째 다 그리고 명암까지 넣은 이후에 시간이 지난 이후 다시 보니 미흡한 면이 그제서야 보여서 다시 그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그림을 막 완성했을 무렵에는 기분이 좋아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5. 소설 쪽에서는 현재 지역 이름 붙이기와 초반 전개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5.1. 도시 설정은 요약하자면 '인세지옥'입니다.
도시 자체의 크기는 현대 대한민국 기준으로 구나 군 정도의 사이즈이며, 만(bay)과 만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섬(만의 60% 정도) 지형이 특징입니다. 섬과 해안가는 다리로 이어져 있고, 섬 윤곽은 성벽이 세워져 있어서 외부인 출입을 막도록 되어있고 섬의 중앙에는 거대한 신전(지구라트 형태)이 있죠. 본래 이곳은 신관들과 지역수비를 위해 주둔하는 해군, 소수의 어민들, 그리고 그런 어민들과 해군들을 상대로 모인 유흥업소 정도만 있는 시골 도시였습니다. 문제는 100년 전에 있던 사건. 당시 통일제국의 황제가 제후국 하나를 통째로 사신(邪神)에게 인신공양해버린 사건 때문에 대륙 전역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사신의 힘을 손에 넣고도 반란군에게 패배한 황제는 이 도시로 이주해서 다시 인신공양을 계획했습니다. 물론 황제를 막기 위한 반란군 역시 이 도시로 진격했고 결국 황제 토벌에는 성공했지만 황제는 최후의 발악으로 도시를 외부와 격리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전투력을 지닌 인구수용한계를 넘어선 숫자의 사람들이 도시에 갇혀버리는 사태가 발생했죠. 처음에는 나름대로 질서를 갖추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내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도시는 인세지옥으로 변모했습니다.
작중 현대 시점에서 도시는 크게 세 구역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첫째 구역은 섬 지역. 본래 토벌군의 엘리트 병사들(마법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보니 겉으로만 보면 중세를 배경으로 한 코스모폴리탄(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시로딜 같은) 지역처럼 보입니다. 이는 마법사들이 부족한 식량을 특수한 소환수들로 해결하거나 호문쿨루스 제작 기술을 응용한 인조고기 (다만 제 설정상 호문쿨루스는 일종의 클론인지라 실질적으로는 인조인육)를 먹는 걸로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여전히 일부 마법사들은 인신공양을 위한 제물이나 실험용 모르모트, 일반적인 노예, 성노예, 그리고 고기를 위해서 외부의 인간들을 납치해서 사육하기도 합니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면 섬 밖으로 추방당하지만 대다수의 마법사 단체에서는 이를 묵인하는 성향이 강하죠.
둘째 구역은 해안지대. 이쪽은 완전히 슬럼화된 상태입니다. 일단은 황제가 외부와 이 도시를 격리하면서 생겨난 광휘(오로라와 비슷하지만 상시 하늘에 떠있습니다)라는 현상 때문에 아인이라는 돌연변이들이 태어나며, 이런 아인들은 운이 좋으면 거리의 범죄조직에 들어가서 범죄자가 되거나 우연히 외출한 마법사들의 눈에 띄어서 제자가 되어 섬에 들어가지만 절대다수는 그저 가축이 됩니다. 가축이라는 건 노예를 비유한 것이 아닌 말 그대로의 의미로, 가축이 된 아인들은 도축을 당해서 고기로 쓰이거나, 강제로 임신 상태를 유지해서 젖소처럼 활용되거나, 알을 낳는 아인(하피라든가)은 알을 낳기 위한 가축으로 취급한다든가, 일부 아인들은 성노예 겸 아이를 낳을 경우 그 아이를 도축해서 고기를 얻는 일종의 생산플랜트로 사용됩니다. 참고로 아인들만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도 노예로 잡히면 비슷한 꼴이 됩니다. 법 같은 것도 없이 추방된 마법사들이 중심이 된 범죄조직이 지역을 지배하며 이런 범죄가 일상이 되어 아무도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죠.
마지막 구역은 인간이 살지 못하는 외곽 지역으로 사람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짙은 광휘와 수정으로 된 지형지물로 가득한 상태입니다. 이 지역에 평범한 사람들이 들어가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미쳐서 자해하다가 전신에 피를 흘리고 사망하며, 마법사가 들어가게 될 경우 힘의 대부분이 억제된 상태에서 전신에 격통을 느끼다가 몰려온 괴마(몬스터)들에게 능욕 당하고 갈기갈기 찢겨서 잡아먹히기 일수입니다. 이 외곽 지대 때문에 어떤 존재도 도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존재도 도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5.2. 초반 전개는 히로인의 의뢰(협박)를 들은 주인공이 히로인의 가족이나 다름 없는 사람들을 납치해간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어떻게 할까 조금 고민 중입니다. 현재 떠올린 두 가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히로인은 이미 범죄자를 찾았지만 범죄자는 외곽 지역에 자신의 거주지를 마련해놓았으며 어째서인지 미치거나 괴마의 먹이가 되지 않고 멀쩡한 상태. 이에 히로인은 외곽 지대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도울 것을 강요했다는 설정으로 이 경우 일종의 오지 던전 탐험물에 가까운 내용이 됩니다.
-히로인은 범죄자를 찾지 못해서 고민하던 와중에 외곽 지역마저 자유롭게 들락거린다는 주인공에 대한 소문을 듣고 주인공을 찾아왔고, 주인공은 해안 지역이 범죄자들로부터 정보를 모아서 히로인의 범죄자의 거주지를 찾아낸다는 설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전자가 쉬워보이기는 하는데 지나치게 단조로워질 위험이 있다고 보고 후자는 좀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반반 섞는 것도 어떨까 생각 중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