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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는 진정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을까?

마드리갈 2016.10.18 20:28:56

예전에 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학교 및 입시사정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 중에서 외국인들이 특히 놀란 것은, 간혹 자정을 넘겨서 일과가 끝나는 고등학생들의 삶, 그리고 수능시험의 듣기평가 도중에는 항공기 이착륙마저 금지될 정도의 배려. 이것들을 들은 외국인들은 상당히 당혹스러워하였어요. 학생들의 개인생활을 구조적으로 박탈하면서 이상한 데에서 배려심이 넘친다고.

그리고, 이전에 거쳤던 학교생활을 다시금 생각해봐도 학생들을 위한다고는 이곳저곳에서 많은 목소리를 내지만 그게 피부로 와닿았던 적은 없었어요.


정말 이 사회는, 진정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해서,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단호한 대답에 반론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예상은 충분히 하고 있어요. 주변에 참된 교육자가 많이 있다고 하는 반응도 분명 있을 것이고, 그 점에 대해서 굳이 반박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개별 교육자의 차원을 넘어서 시스템의 측면에서 보자면 미진한 부분이 너무도 많고, 이것은 개인이나 개별학교의 노력 차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어요.


학교라는 장소를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구성원들의 속성을 중심으로 재편해 보기로 할께요. 통상적인 경우 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연령차가 대체로 5년, 중학교 및 고등학교는 2년으로 크게 좁아지는데, 학교의 인적 구성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동질성이 상당히 큰 집단이라는 것이 보여요. 특히 교실이라는 물리적 격벽으로 구분되는 최소 생활단위 속의 학급 구성원을 보면, 담임교사 1인만 성인이고 나머지는 연령차가 1년 미만인 학생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요. 게다가 교실에서 같이 생활하는 시간은 보통의 경우 6시간은 넘기 마련이고, 야간에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 등을 시행할 경우 하루의 절반 이상을 교실에서 머물러 있어야 하는 상황이 정례화되기 마련이예요. 이렇게 높은 동질성을 가진 개인들이 좁은 한 공간을 장시간 공유하고 있으면 전염병의 전파가 아주 용이할 것은 시간 문제이기 마련인데, 설상가상으로 교실의 환경이 그리 청결하게 유지되지도 않으니 위험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예요. 그런데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과문의 탓인지 별로 본 적이 없어요.


게다가 학생들이 키와 몸무게는 느는데 체력이 약해서 나약해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생각을 달리해 보도록 해요.

학생들은 언제나 단정할 것, 학생다울 것을 요구받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 요구사항에 따라 매일의 생활을 영위하면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부유층 자녀들이 다니는 학비가 비싼 학교는 다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국내의 일반적인 초중고 각급학교의 경우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데다 샤워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도 없다 보니 체육시간에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게 되어요. 특히나 여학생의 경우는 체취로 인해 불쾌해질까봐, 그리고 교복이 땀에 젖어서 속옷이나 속살이 비치거나 하는 등 갖가지 민망한 상황이 생기는 위험도 있기에 체육수업에서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는 신체발달이나 체력 등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하기 마련이죠.


이렇게 볼 때 현재의 각급학교의 상황은 보건상의 사각지대나 다름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할 수 없는 여지도 없이 비좁고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시달려간다고 볼 수 있어요. 이렇게 10대를 보내는 공간이 열악한데도 이 문제가 사회 차원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니 과연 이 사회가 학생들을 배려하고 있나 하는 의문이 안 생길 수가 없어요.


수능시험의 듣기시험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하는 이벤트성 배려보다는 늘 마주하는 생활환경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 실천으로 이끌어가는, 이런 방식의 배려가 더 중요하고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학생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희망이자 각 가정의 귀한 아들딸임이 분명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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