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最低賃金, Minimum wage).
이것은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의 하한선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의미해요. 즉, 바꾸어서 말한다면 노동력이 일정금액 미만으로 거래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죠.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상반된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요. 찬성론은 대체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 빈부격차 및 불평등의 완화, 종업원의 사기 증진, 사업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극 등에 초점을 두고 있고, 반대론은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률의 증대, 산업경쟁력의 악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오늘 마침 이런 기고문이 있길래 읽어 보았어요.
최저임금 올리기보다 더 시급히 시행해야 하는 것은...(자유기업원 최승노 부원장의 기고)
이 기고문에서는 대략 이러한 논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꽤 논리정연한 것 같아 보이죠? 그런데 저 논지들이 하나같이 결함투성이라는 게 문제.
그러면 하나하나씩 격파해 보도록 해요.
시장에서의 제품/서비스 가격은 기본적으로 경제논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게 맞긴 해요.
그런데 이것을 경제논리에 의해서만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사실 그렇게 결정할 수 없거나, 설령 가능하더라도 국가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득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일단 무기류 같은 것은 대체로 러시아나 중국의 것이 가격이 낮은 편이고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의 자유진영 국가들의 것은 비싸기 마련이죠. 그리고 국산화할 경우 상당히 비싸지기도 하죠.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각종 무기류는 러시아제나 중국제가 다수가 아니라 자유진영 국가들에서 도입하거나 국산화한 것들이 대부분일까요?
식품류의 경우도 수입육이 싼데 왜 수입육은 왜 더 비싼 한우 및 국내산 돼지고기를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못했을까요? 그리고 쌀 등의 곡물류도 왜 전량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있을까요?
임금의 결정이 생활비의 문제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은 할 수 있어요.
이미 다른 자산이 충분하거나, 임금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 즉 금융소득이나 지대 등이 충분하여 생활비를 모두 충당할 수 있고도 남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최저임금법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사람에게서 임금의 결정과 생활비의 문제가 분리가능한 사안인지도 의문이 안 들 수 없어요.
최저임금제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말에는 그냥 실소를 금할 길이 없어요.
타인의 노동력을 쓰면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그러한 경쟁력 없는 업자들이 언제부터 국민생활을 좌지우지할 권리를 지녔나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천부인권이라는 게, 사리사욕에 눈먼 업자들의 부당이득실현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용도폐기되어도 좋은 건가 보네요. 정규직 노조는 거대권력이 되어 건드릴 수 없으니 이제 업자와 저임금노동자들이 서로 물고 뜯기를 부추기는 건가요? 이렇게 본다면 오히려 기고문의 논지는 경쟁력 없는 업자들의 하층민 약탈을 허락하고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같은데요.
법이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면, 국가가 있을 필요도 없어지네요.
국가의 틀을 벗어난 경제시스템이라...
글쎄요.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 경제사조가 대세였던 산업혁명기 당시에도 이런 주장은 없었던 것 같은데, 과문의 탓일까요?
최저임금제보다 정부실패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네요.
그런데 정부가 실패한 사례는 세계 주요국가들보다는 흔히 말하는 취약국가들에 더욱 많이 보이고 있고, 시장이 실패한 사례는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가리지 않고 더욱 광범한 것 같은데, 아닌가요? 이미 1930년대를 휩쓴 세계대공황, 1990년대부터 이어진 일본식 장기불황,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등이 있는데. 시장의 실패에 대해서 책임은 누가 졌을까요?
저 기고문의 논지대로 추론을 해보니 참 재미있는 것들이 있어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러게 되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명제로 요약이 되니까 이 명제의 대우를 취해 보죠. 어떤 명제의 값이 참이라면 그 명제의 대우도 당연히 참이 되니까 저 명제의 대우를 만들면 이렇게 되어요.
여기서 인상되지 않는다는 말은 동결뿐만이 아니라 인하 및 폐지도 포함하는 개념이 되어요. 인상만 아니면 되니까요.
그러면 역시 이런 논리도 성립하겠어요.
마이너스의 가격으로 노동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야 산업경쟁력이 강화된다.
잠깐, 이거 어디서 보았던 것 아닌가요?
맞아요. 이전에 썼던 글인 악독함과 불공정의 안쪽, 시즌2에서 우려했던 것 그거예요.
한국보다 최저임금이 높은 국가인 호주, 룩셈부르크, 모나코, 산마리노, 프랑스, 뉴질랜드,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영국, 캐나다, 안도라, 미국, 이스라엘, 일본, 슬로베니아, 스페인은 모두 정부가 실패했고 경쟁력이 형편없는 국가들이네요? 그리고 노예 무역업자, 마약 밀매업자 등과 같이 사람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자들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사업가들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