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의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초는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주변에서 별별 일이 많이 일어나서 그다지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것들에 안 지려고 힘쓰고 있는 중이예요. 그래서 기분전환을 겸해서 약간 가벼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어요.
창작물에서 캐릭터들의 성이나 이름이 잘못 불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간단하게 정리해 봤어요. 몇몇 사안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1. 볼프강 뮐러 (익스플로러)
1985년작 미국 SF영화인 익스플로러(Explorers)의 등장인물인 볼프강 뮐러(Wolfgang Müller)는 독일식 이름 볼프강을 잘못 불리고 있어요. 작품의 배경은 미국이고, 그래서 그의 이름은 울프갱으로 불리기 일쑤인데, 영어로는 이름의 의미 자체가 늑대악당이 되어 버리고 말아요. 독일어를 쓰는 국가에서는 보통의 남자이름인 것이 영어식으로 읽으면 굉장히 흉악하게 바뀌어 버리니 정말 난감하겠어요. 일본식 이름에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후쿠라는 발음이 들어가면 이게 로마자 표기로는 fuku가 되어 버리니 욕설같이 보인다나요.
2. 하라무라 노도카 (사키 시리즈)
작중에서 노도카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경우는 한 가지만 있어요. 류몬부치 고교의 아마에 코로모는 늘 노도카를 노노카라고 부르고 있어요. 사실 그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일본어의 탁음이, 개인별, 또는 지역별로 다른 발음같이 들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니까요. 그래서 노노카로 잘못 듣고 부를 수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에 코로모가 나이에 비해 체구가 너무 작아서 간혹 코도모(=어린아이)라고 불리면 "코도모가 아니라 코로모다!!" 라고 외치는 경우가 있어요. 이게 상당히 코믹하게 보여요.
3. 타카나시 소타 (WORKING!!)
타카나시라는 성 자체는 실존하기는 한데 한자가 小鳥遊인 경우에는 매우 드물어서, 저 성을 가진 사람은 실제 인물보다 창작물 캐릭터가 더욱 많다고 해요.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타카나시 소타. 그의 성은, 같은 학교의 선배이자 아르바이트를 권유하게 된 타네시마 포푸라가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서 그녀가 발음할 때는 늘 카타나시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문제는 카타나시(形無し)라는 말의 쓸모없다는 의미...이렇게 불러도 되는 사람은 포푸라뿐이고, 이걸 이나미 마히루가 따라했다가 소타가 화낸 적도 있어요.
4. 히키가야 하치만 (역시 내 청춘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
성 부분의 한자가 꽤 특이한 경우인데, 比企谷라는 성은 읽는 방법을 확실히 알지 못하면 히키타니로 읽기 십상이고, 그렇다 보니 주변 학생들은 히키타니로 계속 부르는 중이예요. 작중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서술장치로서 활용하고 있기도 해요. 일례로 하야마 하야토는 처음에는 그를 히키타니로 부르다가 나중에 히키가야로 부르게 되어요. 한편, 미우라 유미코는 그를 히키오라고 칭하고 있어요. 아예 관심 자체가 없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
5. 카자미 유지 (그리자이아 시리즈)
그를 거두어들인 쿠사카베 아사코가 유지를 미군에 보내게 되면서 유지는 미국인들과 함께 군사훈련을 받게 되는데,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이 별별 방식으로 그를 부르게 되어요. 쇼티, 지니, 유즈리 등등...그래서, 유지는 미국인들은 남 이름을 마구잡이로 부른다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미워하지는 않고 있어요. 그렇게 이름을 잘못 부르던 동료 군인 중 유지를 쇼티라고 부르던 다니엘 본이 전사하자 그의 장례식에서 유지는 "거짓말이지..." 라고 혼잣말하면서 그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이게 되어요.
6. 사카키 유미코 (그리자이아 시리즈)
토힌그룹 회장의 딸이지만 집안에서 사실상 내놓은 터라 토힌그룹에서 설립한 미하마 학원에 사실상 유폐되어 있는 사카키 유미코는 이름을 잘못 불리는 경우가 과실편 및 미궁편에서는 나오지 않아요. 하지만 낙원편에서, 모종의 음모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몰려 체포되어 있는 카자미 유지에 대해 정보를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제임스 오카다라는 이름의 메밀국수 가게 주인을 만나게 되어요. 그의 정체는 전직 군인이자 카자미 유지의 동료. 사카키 유미코가 자기소개를 하려는데 이미 알아봤다면서 이름을 쥬비코로 잘못 불러요. 그것도 2번이나!! 그래서 사카키 유미코는 굉장히 화난 어조로 "유미코!!" 라고 답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름의 한자인 由美子의 由가 自由의 두번째 글자인데인데다 美의 발음이 대체로 "비" 인 점에서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이 높아요. 게다가 제임스 오카다는 일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7. 아키 토모야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아키 토모야는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로부터 흔히 윤리(倫理, 일본어 발음은 린리) 군으로 잘못 불리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이름을 혼동해서가 아니라 일부러 그렇게 비꼬듯이 부르는 거예요. 우타하는 토모야의 한자가 倫也인 점을 이용해서, 그가 윤리관 등을 준수하려 하는 것을 놀리는 의미에서 그렇게 별명을 붙이듯 이름을 비튼 것이니까요.
8. 카토 메구미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아키 토모야가 조우하게 되고,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을 제작하게 된 계기가 된 평범한 여학생인 카토 메구미. 그런데 토모야는 그녀의 성을 카노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어요. 나중에 그녀의 이름이 변형되어, 개발중인 게임의 히로인의 이름이 카노 메구리로 지어지게 되는 계기로 이어지고 있어요.
9. 모로쿠즈 타케히토 (감옥학원)
여고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하치미츠학원의 첫 남학생 5명 중인 모로쿠즈 타케히토는 타케히토라는 이름보다는 가쿠토라는 약칭으로 더욱 많이 불리고 있어요. 한자는 諸葛岳人로, 확실히 이름 부분만 보면 가쿠토라고 읽기 쉬워서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냥 이 발음이 통명으로 쓰이고 있어요. 그렇게 불려도 상관없는 것인지 본인이 따로 지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어요.
10. 하마사키 덴스케 (낚시바보일지)
대규모 건설회사인 스즈키건설에 입사한 하마사키 덴스케는 어떻게 입사했는지가 신기할 정도로 낚시바보 만년 평사원. 그런데 그의 성이 하마사키로 불리는 경우보다는 하마자키로 불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영화판에서는 거의 신경을 안 쓰는 듯한데, 2015년에 나온 신작드라마에서는 직장 상사가 하마자키라고 부르면 하마사키라고 지적하는 모습이 나와요. 출신지인 큐슈에서는 탁음을 적용하지 않아서 하마사키라고 한다는데...주인공의 출신지인 미야코노죠가 속한 현인 미야자키는 미야사키로 발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체 뭐가 규칙인지를 모르겠어요.
11. 타테와키 쇼타로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동물골격에만 흥미를 가진 미녀 표본사 쿠죠 사쿠라코의 조수가 되어버린 고교생인 타테와키 쇼타로는 대부분의 경우 사쿠라코로부터 그냥 소년이라고만 불리고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살인사건의 현장을 보다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자 그 쇼타로를 소타로라고 잘못 부르면서 위험하다고 알리게 되어요. 이후에 그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결국 사쿠라코에게 소타로라는 남동생이 있었고, 그가 어린 나이에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요.
12. 이노가시라 고로 (고독한 미식가)
그의 성이 화제가 되는 것은 시즌5의 12화에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서류를 작성하는데 직원들이 그의 성명을 보더니 하나같이 잘못 읽어요. 그의 성은 한자로 井之頭인데, 이것을 이노아타마(頭의 훈독은 아타마, 그리고 카시라가 있음), 이노즈(頭蓋, 頭痛 등의 경우 頭의 발음이 즈), 이노토우(頭의 가장 일반적인 발음은 토우)로 하나같이 잘못 읽으면서, 그 성과 비슷한 철도노선인 이노카시라선(井の頭線)은 알고, 혹시 사는 곳이 그 철도노선 주변인 키치죠지인가 어쩌고 하면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고 있어요. 고로는 "이 사람들, 일부러 이러는 건가?!" 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13. 오오지마 유키 (사랑과 선거와 초콜릿)
타카후지 학원의 식품연구부 부원 오오지마 유키는 성씨인 오오지마(大島)가 잘못 읽혀서 오오시마로 불리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大島는 오오시마로 읽는 편이 대부분이라서, 오오지마로 읽는 경우가 찾기 힘들어요. 시노노메 사츠키는 이런 오오지마 유키의 성씨를 확실히 기억하지만 이후에 "○○지마군" 이라고 장난스럽게 부르기도 해요. 성씨의 유래는 도쿄도 코토구의 오오지마(東京都江東区大島).
14. 쿠루가야 유이코 (리틀버스터즈)
이름의 한자는 来ヶ谷唯湖로, 개별 한자는 흔히 쓰이는 범위에 들지만 조합해 놓으면 읽기 힘들어서 읽는 방법을 알지 못하면 틀리기 쉬워요. 실제로 이노하라 마사토가 성씨인 쿠루가야를 라이라이다니로 잘못 읽기도 했어요.
읽기 어려운 이름만큼이나 속마음을 알기 힘들고 비밀도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아름답고 유능하고 속깊은 사람. 그래서 여러모로 마음에 들고 있어요. 특히, 노우미 쿠드랴프카 및 카미키타 코마리를 괴롭힌 두 여학생에 대한 징벌 장면은 정말 통쾌했어요.
일단은 이렇게 정리해 보았어요.
이 사례들 말고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해져요.
(2016년 8월 11일 사례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