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서 벌써 천안함 폭침이 4년을 맞았습니다.
정말 시간이 빨리 흘렀다는 것을 느끼고, 게다가 그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극을 그저 진영논리의 강화에 활용하고자 억지를 부리는 자들이 있음에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믿으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럴 듯하지도 않은 증거를 디밀어 대지요. 그런데 그 증거라는 것이 증거로서의 수준을 갖추지 못하는가 하면 이스라엘까지 끌어들여서 만드는 음모론을 아직도 신봉하는 수준이니 그냥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공자의 분석 대신 해당 분야의 문외한들이 나서서 진영논리를 진실로 포장하는 것을 보니, 탈무드에서 말하는 "진실의 옷을 훔쳐입은 허위" 의 득세가 이런 것인가 하고 느낍니다.
게다가 그 폭거의 피해자들에 대한 모욕도 서슴지 않는 그들은 일단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리 방비를 잘 하더라도 기습을 모두 원천차단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선제공격의 위험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주지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그 희생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데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입니까. 성범죄 피해를 당한 여성이 자기 몸 간수를 못했으니 피해를 입어도 당연하다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주장하면서 진보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아무리 지향하는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다고 한들, 이렇게 비인간적인 발상이 과연 사상과 발언의 자유 뒤에 숨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어집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비극을 희화하거나 조롱하거나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왜곡해도 당연하다는 의미는 갖지 않습니다. 이념을 주장하기 전에 그 이념이 올바른지, 그리고 얼마나 떳떳한지를 돌아봐야 하고, 인간으로서의 전제는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이것조차도 무시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다가 대규모의 재난을 겪어도 진영논리가 우선인 세상이 될까 두렵습니다.
이미 우리에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앞두고 조선 사회가 당쟁의 폐해에 눈이 멀어서 급박히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눈감은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1910년의 경술국치는 패전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겠습니다.
천안함 폭침으로부터 4년이 지난 오늘, 진영논리에 경도되어 음모론과 몰염치를 주장하고도 자유 뒤에 숨는 이러한 혼탁상이 역사를 잊은 나라의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