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차지맨 켄 간단리뷰

마드리갈 2014.01.22 22:04:03

차지맨 켄(원제チャージマン研!)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한번씩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1974년 4월 1일에서 6월 28일까지, 즉 그 해의 2분기에 TBS에서 방영된 65회짜리 애니인 차지맨 켄은, 21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쥬랄성인인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소년 이즈미 켄의 활약을 그린 히어로 애니예요. 그런데 정작 이것으로 유명해졌다기 보다는 다른 컬트적인 작품으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어요.


차지맨 켄 하면 생각나는 건 어떤 게 있을까요?

"잘도 이런 미치광이 레코드를!!" 이라는 표현, 그리고 "박사님, 용서해 주세요!!" 로 요약되는, 볼가박사를 납치한 후 개조되었다고 주장하고 끝내 쥬랄성인의 우주선에 떨어뜨려 폭파시키는 상황 등이 있어요. 그런데 65회 전회차를 전부 보고 나니, 이러한 황당한 요소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금방 알게 되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애니는 제대로 된 구석이 단 하나도 없어요.

진짜 이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어디가 잘못되었냐구요? 이렇게 요약가능해요.


우선 개연성 없는 스토리라인부터 볼께요.

극중에 등장하는 쥬랄성인의 목표가 대체 뭔지를 알 수가 없어요. 1화에서는 지구의 어린이들을 납치하여 인질로 삼는다고 마왕이 목적을 밝히는데, 나중에는 이건 온데간데없고 지구인 말살 및 지구정복을 말해요. 그리고 마지막회인 65화에서 지구에 총공격을 해요. 게다가 1화에서는 갑자기 이즈미 켄이 변신을 하고, 그 외계인들을 쥬랄성인이라고 부르게 되어요. 어떻게 켄이 쥬랄성인에 대해서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고, 캐론과 바리캉이 갑작스런 켄의 변신과 전투에 대해서 전혀 의문을 갖지도 않아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 5분 남짓한 각 회차의 앞과 뒤가 전혀 연결되지 않고, 심지어는 회차의 제목과 내용마저 전혀 맞지 않아요. 보고 있으면 그냥 정신이 멍해져요. 이걸 어떻게 다 봤는지 믿기지가 않아요.


비상식적이고 잔인한 발상은, 이게 정말 아동용 애니가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예요.

44화에서는 가짜 켄이 토마토 쥬스를 마시는 것을 보고 켄의 가족들이 그 가짜 켄을 죽이려고 총을 들이대어요.

45화에서는 캐론이 식칼을 들고 휘두른다든지, 어머니가 캐론을 "Damn!" 이라고 외치면서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와요.

51화에서는 어느 소녀가 이사가면서 개를 말뚝에 묶어놓고 버리는 장면, 그리고 불량배들이 몽둥이로 그 개를 때리는 장면이 나와요.

54화에서는 마릴린 먼로를 별것 아닌 사람, 드라큐라를 위대한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56화에서는 켄의 아버지가 차로 말을 치어 죽이는 장면도 나오고 있어요.

사실 이런 장면은 성인이라고 해도 제대로 그리 좋게 받아들일 수 없는, 깜짝 놀랄만한 장면인데, 대체 이런 것을 넣어서 뭘 하겠다는 걸까요.

더 큰 문제는, 켄의 발상이예요. 쥬랄성인이니까 죽인다는 게 아니라, 죽여놓고 보니 쥬랄성인이 맞다는 식. 게다가 사고방식에 합리라는 건 전혀 안 보이고 있어요.


작화가 너무 성의없고 부실해서 보다가 헛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죠.

그 레전드의 35화의 경우, 볼가박사를 납치한 악당들의 모자 색깔이 바뀌기도 해요.

52화에서는 해저유전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딜 봐서 이게 해저유전일까요?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제정신이 아닌 대사는 "잘도 이런 미치광이~" 시리즈도 유명하지만, 그것 말고도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요.

23화에서는 켄의 아버지가 자신의 직장인 병원을 이딴 곳이라고 비하하고 있어요.

33화에서는 "달에는 기지(基地)가 다섯(いつつ)" 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게 꼭 키치가이(=미치광이)로 들려요.

25화에서는 유이치가 "오늘부터 매일 집을 불태우자" 라고 해요. 방화범을 합리화하는 듯.

52화의 "전문적인 것은 됐고" 라는 황당한 설명이 나와요. 안 하느니만 못한 설명이지요.

게다가 바리캉은 욕을 너무 많이 해요. 아동용 애니에 전혀 필터링이 없어요.


회차제목도 정상이 아니예요.

그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얼마 되지도 않는 부실한 스토리라인이 드러나는가 하면 맞춤법이 틀려 있어요.

44화의 제목은 가짜 켄을 해치워라(研の偽物をやっけろ!)인데, 동사 부분은 やっつけろ가 맞아요.

61화의 제목은 한자가 틀려 있어요. 바리캉의 옛 친구가 방문했다는 의미로 쓴 것 같은데 동사가 尋ねて로 되어 있어요. 이렇게 되면 질문한다는 의미가 되거든요. 맞게 쓰려면 訪ねて가 되어야 해요.


그나마 차지맨 켄에서 멀쩡하다고 여겨진 게 음악이긴 한데, 회차를 보면 상황과 음악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그나마 연주퀄리티가 좋았다고 여겨지는 음악조차도 어떤 회차에서는 망가져 있어요.

45회의 피아노 연주는 굉장히 듣기 괴롭지만 원래 사람을 미치게 할 목적으로 괴기스럽다는 설정이 붙었으니 이해하죠.

그런데 58화는? 서커스 배경음악으로 1902년에 발표된 노래인 아름다운 천연(美しき天然)이 연주되는데, 음정과 박자가 틀려 있는 엉터리 연주예요. 최소한 일본의 길거리에서 연주하는 아마추어 친돈야(チンドン屋, 노상에서 연주하는 소규모 악단)조차도 저렇지는 않아요.

효과음의 경우는 아주 참담해요. 게다가 미사일이 무음으로 날아가거나, 주먹을 휘두르는데 총이 발사되는 소리가 나거나.


촬영필름의 보존상태가 안 좋은 걸 갖고 음모(陰毛)다 뭐다 하는 건 이미 고전이 되었어요.

사실 화면에 그런 털같은 게 간혹 보이니 할 말이...


성우의 발성이 심하게 안 좋아서 여러 예가 있어요.

5화에서는 "바카메(=바보녀석)"라고 말한 게 "와카메(=미역)" 로 들리기도 하고 있어요.

37화에서는 캐론이 "마마, 코와이(=엄마, 무서워)" 라고 말하는데 "나마코, 왕왕(=해삼 멍멍)" 으로 들려요.

44화에서는 이즈미군을 부르는 말이 꼭 미쿠미쿠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성우의 발성이 안 좋은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저예산으로 만들다 보니 극단 킨다이자(劇団近代座) 소속의 사람들을 동원했다고 해요. 이 사람들이 전문 성우가 아니다 보니 한계가 있어요.

더 놀라운 건, 출연 성우의 정보마저 틀려 있다는 것.

유일하게 정확한 정보는 마왕 역의 성우가 사토 노보루(佐藤昇, 1950년생)라는 것밖에 없어요. 이것조차도 2012년에 알려져 있어요. 다른 성우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거나, 있는 것도 틀려 있어요. 이즈미 켄 역의 성우가 사와다 카즈코(沢田和猫, DVD 패키지상에는 沢田和子, 1940년생)라는데 이 정보는 잘못되어 있어요. 미야카와 세츠코(宮川節子)라는 설이, 당시 프로듀서인 모가키 히로미치(茂垣弘道)의 증언으로 유력해져 있는데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아요. 제작사의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정보는 없어요.


제작도중 스탭 일부가 일을 손놓고 마음대로 바다에 놀러간 일도 있었다니까 부실은 파도 파도 끝이 나오지 않아요.

게다가 회차당 50만엔의 저예산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스탭들이 의욕을 가졌을 리도 없을 테구요.


2007년에 나온 DVD 패키지에는 성우의 정보도 틀려 있는데다 회차순번도 틀려 있어요.

그래서 아예 TV방영판과 DVD 패키지의 수록번호를 회차제목을 보고 일일이 대조해 봐야 해요. 일치하는 건 전 65화 중 8개뿐. 일례로 그 유명한 "머리 속에 다이너마이트" 회차는 TV방영판은 35화인데, DVD 패키지에서는 33화. 1화가 5번째이고 마지막의 65화가 61번째라는 데서는 아예 생각을 그만두게 해요.



이렇게 정상적인 부분이 조금이라도 없는 애니가 또 있을까요?

차지맨 켄을 뛰어넘을 괴작은 없을 것이라고 믿어요.

사실 지적해야 할 부분이 더 많지만, 확인을 위해 또 돌려보면 저도 심리상태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해 두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