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설을 이용할 때 "여기가 내 생애 마지막으로 있을 곳" 이라는 마음을 갖는 경우란 거의 없어요. 특히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방문하는 시설에서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법인데, 일본의 수도 도쿄의 번화가인 아카사카에서 일어난 개별실 사우나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30대 미용사 부부가 화재로 탈출하지 못한 채 사망한 사건에서 총체적 난국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이고 있어요.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아카사카 사우나 화재, 비상버튼 수신기 "지금까지 전원을 넣은 적 없음"...오너가 설명, 2025년 12월 17일 요미우리신문, 일본어)
사건은 12월 15일에 5층 규모의 개별실 사우나점포인 사우나타이거(SAUNATIGER)에서 발생했어요. 그리고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 사이와이구(神奈川県川崎市幸区)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미용사 마츠다 마사나리(松田政也, 36세) 및 네일리스트인 아내 마츠다 요코(松田陽子, 37세)가 탈출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어요.
이 사고에서 확실히 알려진 문제는 이렇게 요약가능해요.
- 문 손잡이가 사우나 개별실의 바깥쪽이든 안쪽이든 모두 떨어졌다.
- 비상버튼 수신기는 전원조차 연결되지 않아서 갇힌 사람이 비상벨을 눌러도 소용없었다.
- 사고 발생당시에는 점주도 고용된 종업원도 사무실내에 없었다.
즉, 이 사건은 하드웨어적으로도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완전히 실패했어요. 문을 열고 닫는 기계적인 장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경보체계도 전혀 쓸모없었어요. 게다가 다른 개별실의 문 손잡이 또한 상태가 안 좋은 채 방치되었는데다 비상버튼 수신기에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점주가 아예 그 기기를 본 적조차 없다는 데에서는 설비를 운용하는 사람의 무심함이 이렇게 참사를 만든 점에 분노가 안 들 수가 없어요.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용하는 시설에 내재된 온갖 결함이 겹치고 겹쳐서 일상이 완전히 박탈당해야 하는 상황은 얼마나 더 희생이 있어야 개선될까요. 그리고 이것은 그냥 바다 건너 다른 나라의 사건사고 소식이만 할까요? 당장 국내사정으로 눈을 돌려 보면 산업재해를 엄단하겠다는 그런 정책기조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계속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사람들이 희생되는 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