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만, 북한에 대해 진보세력이 분노하는 것만큼은 본 적이 없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이라든지 그 유명한 "삶은 소대가리" 발언이라든지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 주장이라든지 이번에 김여정이 "허망한 개꿈" 운운하는 등 말이든 행동이든 할것없이 민족주의 자주통일을 지상과제로 삼는 진보세력의 존재이유를 철저히 부정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과문의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흔한 유감표명조차도 없습니다. 국내의 다른 정파에 대해서는 불구대천의 원수 취급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욕설을 해대고 이상한 법제도를 만들어서 옥죄고 죽이고 하려 들면서. 누구에게는 "분노조절장애" 를 거리낌없이 발산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분노조절잘해" 상태인 그들의 인내심은 우주보다더 더 넓고 깊기라도 한 것입니까.
2022년에 쓴
반일 반미론자들의 속사정을 의심해 봅니다 제하의 글에서 언급된 러시아어 콤프로마트(Компромат)가 다시 생각납니다. 타협의 영단어인 컴프로마이즈(Compromise)에 대응되는 이 단어는 사실 별로 좋은 의미로는 안 쓰입니다. 저 단어에 다른 러시아어 단어를 붙여 검색을 해 보면 별별 것이 나오는데 섹스비디오같이 명예를 제대로 실추시킬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남녀간의 성관계도 그런데 러시아에서 법제도 차원에서 탄압하는 동성애의 영역이라면 치명타인데, 국내 진보세력의 성관념은 그런 것들을 "따위" 로 전락시킬 레벨이라서 그건 아닌 듯한데...
만일 북한이 진보세력의 주요인물의 행적을 희화화하는 매드무비라도 만들어서 배포하면 그것에는 화를 낼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이미 그것도 "삶은 소대가리" 발언에 대해 비판을 사실상 자체검열한 전례가 있다 보니 기대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아무튼, 그 인내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