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국은 조변석개(朝変夕改)라는 말조차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이제는 아예 재판의 개념마저 완전히 달라질 것이 가시화되고 있어요. 어제 쓴 글인
위인설관(為人設官)이라는 말이 생각나네요에서 비판했던 상황은 이제 또 다른 국면으로 흐르는 것이죠.
대략 전말은 이러해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공판절차가 정지되지 않도록" 이라는 수정취지가 담겨 있는데, 그렇게 진행되는 재판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으며 무슨 권위를 지닐까요? 그렇게 결과가 정해지는 재판이라는 것은 불능의 조건을 전제한 상황이어서 논리적으로는 성립할 수조차 없어요. 뭐랄까, 한때 유행했던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의 약칭인 "답정너" 가 생각나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만일 이게 가능하려면 어떤 상황에서는 유죄추정의 원칙에 근간한 기소와 재판도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니까 결국은 무죄추정의 원칙 자체가 부정되어요.
게다가, 대통령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한 경우에 개표종료시까지 재판을 정지시키는 내용이 추가되는 것에도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어요. 누가 죄를 지어서 재판받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참도 친절하시네요. 이런 배려.
아무튼, 재판이 재정의되려는 것을 보니 이제 이렇게까지 말하게 되네요.
내일은 또 뭐가 재정의의 대상이 될지. 인권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