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영향력은 샤프파워(Sharp Power)로 지칭되는 경우가 꽤 많아요.
샤프파워란 글자 그대로 "날카로운 힘" 으로, 어느 한 국가가 지목한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그 대상국의 정치체제를 잠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 더 간결하게 줄이자면, 사람의 몸을 비수로 찌르고 베어 만신창이로 만들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릴 정도의 힘이라는 것이죠. 샤프파워가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국가를 윽박지르고 괴롭혀서 종국적으로는 완전히 침묵시켜 버릴 수 있다 보니, 2000년대 후반에는 일본을 제친 데에 이어 2010년대에는 미국과의 세계 양강체제를 구축해 버린 중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하드파워(Hard Power) 및 절대적으로 열세인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벌충하는 수단으로서 이 샤프파워를 매우 활발히 썼어요.
그 양상도 아주 다양했어요.
일본과의 외교갈등은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유럽 각국과의 외교갈등은 특정국의 주력 수출상품을 수입하지 않는 것으로, 세계각지의 약소국에 대해서는 대만과의 단교를 강요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어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주한미군이 "사드" 로 통칭되는 종말단계 고고도방공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missile, THAAD)를 도입하자 미국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못하는 주제에 그 사드 기지의 부지를 공여한 기업인 롯데그룹의 중국사업장에 온갖 테러를 가하여 결국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을 종료한 것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한국산 컨텐츠를 금지하거나 한국기업 및 그 종사자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정책인 한한령(限韓令)을 무기한 발동하는 등의 횡포를 전방위적으로 자행하고 있어요.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싱가포르인에 대해 험구를 쏟아내고 있어요.
그 대상이 된 인물은 2022년부터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테마섹홀딩스(Temasek Holdings)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는 호칭(Ho Ching, 1954년생)으로, 싱가포르 제3대 총리였던 리셴룽(Lee Hsien Loong, 1952년생)의 부인이기도 해요. 그녀가 2025년 4월 21일에 소셜미디어에서 폴란드의 블로거 크리티컬 스펙테이터(Critical Spectator, 본명 마이클 피트레이어스(Michael Petraeus))의 포스트를 공유한 것에 대해 공격적일뿐만 아니라 관점에서 의심이 될 수밖에 없는 비난이 속속 등록되자 그녀는 그 리포스트(Repost)를 비공개 조치하여 더 이상은 열람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의 독립언론인 디 온라인시티즌의 보도를 인용해 볼께요.
Ho Ching’s repost of article likening Xi Jinping to “mafia boss” sparks backlash and concern, 2025년 4월 23일 The Online Citizen 기사, 영어
문제의 그 포스트에는 중국의 지도자인 습근평(習近平. 1953년생/시진핑)이 지난 12년간 마피아보스(Mafia Boss)처럼 행동해 왔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 내용은 어디까지나 폴란드의 블로거가 쓴 것이지 싱가포르인 호칭이 작성한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의 격렬한 그리고 관점이 의심되는 반응이 있었어요. 예의 기사 본문에서 원문을 재인용해 볼께요.
Madam, at this moment, I think you shouldn’t repost these comments.
As a former national leader’s spouse, you should understand diplomatic courtesy. You shouldn’t casually share posts that insult other nations’ leaders. Words can make or break a country.
첫번째의 것은 그나마 그러려니 할 수 있어요. "부인께서는 이 시점에 그런 것들을 리포스트하면 안될 듯합니다." 정도인데 두번째의 것은 매우 달라요. "전직 지도자의 배우자로서, 당신은 외교적 예양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그런 모욕적인 언급을 공유해서 타국의 지도자들을 욕보여서는 안됩니다. 언어란 나라를 만들수도 깰 수도 있습니다." 라는 취지의 이 발언에서 중국의 정보기관원 등이 어떻게 해 보려다 은연중에 자기 목소리를 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서 매우 섬뜩하게 보여요. 그 포스트를 공유한 사람에게도 이런 식으로 "내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 를 내세우는 게 보이는데, 만일 직접 문제의 표현을 작성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사실 인터넷 공간에는 아주 많은 글이 올라오는데다 거기에 일희일비하기에는 매일의 일과 및 관심분야에 할애해도 빠듯해요. 그런데 그 많은 것 중 폴란드 블로거의 글을 리포스트한 것을 두고, 그걸 한 사람이 전직 총리의 부인이라는 신분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공격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으며 또 누구일까요.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가지.
하나는, 중국의 샤프파워는 싱가포르의 한 개인에게까지 그 마수를 뻗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샤프파워라는 것도 결국 중국산 비수라는 것. 결국 그 블로거에 대한 공격은 못하네요. 게다가 테마섹홀딩스에 대해 불매운동하자는 말도 못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