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3월 20일에 발생한 옴진리교의 독가스테러는 당시 고등학생인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당장 대구시내만 하더라도 나갔다 오면 새로운 것을 얻은 듯했던 저에게는 서울이나 도쿄 등의 대도시는 그야말로 로망 그 자체였고 언젠가는 대학생활 및 직장생활을 해보고 싶은 곳이었지요. 그리고 오래전부터 철도를 좋아했던 저에게는 세계최강의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도쿄의 철도시스템 또한 여러모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철도시설의 내부에 독가스가 뿌려지고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충격이 안 들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많이 놀란 것은, 그해 1월 17일의 고베 대지진으로 통칭되는 한신아와지대지진에 대해서 일본이 재해를 당했으니까 잘되었다 천벌이다 운운하는 시각이 그 사건에서도 여전히 작동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옴진리교의 인물이 독립투사라는 소리까지 공공연히 나왔던 것을 접하면서 정말 진정한 괴물과 악인이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나중에 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을 철학에서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만 그건 또 10년 뒤의 이야기이고...
1995년의 그 해의 상반기가 끝나가던 무렵인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이 발생하였고, 그 해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인 8월 21일에는 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으로 또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 것도 기억납니다. 생각해 보면, 그 해는 재난을 겪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정말 큰 보상이었나 싶습니다.
도시생활을 동경하던 소년은 이미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고, 그 동안 30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옴진리교의 잔영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그 옴진리교라는 단체는 없어졌지만 알레프를 위시한 후계단체에 30대 이하의 입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에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옴진리교 테러 이후 30년이 지났습니다만 재난의 도래가 단지 미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