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방면의 언어생활에서 절실히 통감하고 있는 게 있어요. 몇몇 어휘는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껄끄러운 감을 떨치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글을 쓸 때에는 정치권에서, 특히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명칭 등에 쓰이는 어휘를 되도록 쓰지 않도록 여러모로 신경쓰고 있어요.
정치의 대립되는 두 성향인 보수/진보 또는 보수/혁신 등은 어쩔 수가 없어요. 보수와 진보는 묶어서 보혁(保革)으로, 그 두 진영간의 알력이나 충돌 등은 보혁갈등(保革葛藤)으로 쓰면 되니까 이 정도면 그나마 대체할 수도 있고, 예의 대분류 어휘의 쌍은 특정성이 다소 낮다 보니 그나마 문제가 적은 편.
그러나 "민주" 와 "진보" 의 조합이라든지 "자유" 와 "시장" 의 조합이라면 이때부터는 특정성이 상당히 높아지죠. 이 경우부터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우니 아무래도 주의할 수밖에 없어요. 사실 개인의 관점이라는 것 자체가 중립적일 수도 없고 보수성향이 강한 저의 성향 자체를 부정하거나 숨길 생각도 없지만, 그 이전에 글은 독자를 상정하는 것이니 독자를 배려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 이 정도의 고려는 필수불가결해요.
이런 어휘들은 더욱 더 조심스럽죠.
정부기관 웹사이트에 잘 쓰이거나 국립국어원이 줄기차게 밀어붙이는 "누리" 라는 어휘는 거부감이 드네요. 이미 현존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연상될 수 있어서 회피하고 있어요. 이것 이외에도, "더불어" 라는 어휘의 경우는 현존하는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연상되어 이 또한 회피의 대상.
인민, 민중 등의 어휘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같네요.
이렇게, 정치 덕분에 쓰기에 저항감이 드는 어휘는 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