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지를 질문받아서 대답할 경우 상대방이 보이는 반응 중에 거부감이 드는 게 있어요.
"시골에서 왔네" 라는 표현이 바로 그거예요. 그리고 전국을 서울과 서울 아닌 곳으로 보는 시각이 담긴 경향(京郷)이라는 말에도 그렇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아요. 뭐랄까, 와서는 안 될 사람이 와 있는 차별의식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좋아하지 않아요.
뭐, 시골 출신인 건 맞아요. 태어난 동네가 인구 1천명도 안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의 작은 촌동네 출신이거든요. 그리고 여러번의 이사를 거쳐서 변두리이긴 하지만 국내 유수의 대도시에서 살고는 있고, 어디에서 살든간 몸담은 곳이 부끄럽거나 멸시당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해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그게 어땠다는 건지.
대학생 때 겪었던 게 있어요. 진보를 자처하는 누군가가 저를 외견만 보고 서울 강남 출신으로 착각했는지 서울 강남 출신의 기득권층 자녀 운운하면서 매도하던 것도 있었고, 다른 누군가는 제가 영남지역 출신인 것을 어떻게 알고는 보수반동 운운했던 것도 있었어요. 흔히 말하는 시골 출신이니까 민중 어쩌고 할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으니 실망도 안 했지만요.
다시 서울생활을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바라지도 않고, 세상에는 다른 좋은 곳도 많으니 집착할 생각도 없어요. 어차피 지금 사는 곳이든 서울이든 여러 많은 지역 중의 하나인데 그걸 이유로 차별하고 그럴 이유 같은 게 필요할까요? 그저 웃고 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