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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9. 아라비아 중심의 중동편

마드리갈 2024.05.31 13:26:31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1. 개관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2. 일본 중심의 동북아시아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3. 중국대륙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4. 제정러시아 및 소련편(상)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5. 제정러시아 및 소련편(하)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6. 동남아시아 및 태평양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7. 호주, 뉴질랜드 및 남극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 8. 인도 중심의 남아시아편


2024년을 맞이하여 시작된 폴리포닉 월드 포럼의 프로젝트인 100년 전 지도로 보는 세계의 아홉번째는 한 세기 전의 아라비아 중심의 중동편으로 결정되었어요.
이번에도 이 지도의 편집에 TheRomangOrc님께서 힘써주셨어요.
이 점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원본 및 편집된 지도를 같이 소개할께요.

원본이 일본어 사용자를 상정한 일본국내의 출판물인만큼 1924년 발행 당시의 일본의 관점을 그대로 보일 수 있도록 원문표현은 가능한 한 충실하게 번역했다는 점을 명시해 드릴께요. 해당 표현에 대해서만큼은 저의 주관이 배제되었으니 그 점을 꼭 염두에 두시길 부탁드려요.

그러면 원본을 소개할께요.
당시 표기방식은 가로쓰기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방식이예요. 게다가 현대일본어가 아닌 터라 한자 및 히라가나의 용법도 현대일본어와는 차이가 여러모로 두드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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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TheRomangOrc님께서 편집해 주신 한글화 지도를 소개할께요.
손글씨로 표기된 것은 자연관련 사항으로 갈색은 육상지형, 남색은 해양 및 도서지형, 녹색은 각 도서 및 속령, 청록색은 천연자원, 보라색은 도시인 반면, 고딕체로 표기된 것은 각 지역의 특이사항이니까 참조해 주시면 좋아요.
원문자에 대해서도 이런 원칙이 있어요. 적색 테두리의 흰 원 내의 검은색 알파벳 원문자는 각 지역의 상황, 그리고 청색 테두리의 검은 원 내의 흰색 번호 원문자는 추가설명이 필요한 각 지역에 대한 표시임에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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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urtesy of TheRomangOrc


이번 글의 제목이 "아라비아 중심의 중동" 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길고 복잡한 사정이 있어요.
여기에 대해서는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볼께요.

사실 아라비아와 중동은 같은 개념이 아니예요. 즉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별개의 개념인데다 정립된 시기도 맥락도 완전히 다르죠.
아라비아(Arabia)란 서아시아에 있는 바다로 뻗은 긴 땅이라는 의미(Cambridge Dictionary 참조, 영어). 

이 지도 가운데의 아라비아반도(Arabia Peninsula)가 서쪽의 아프리카대륙과 북쪽의 유라시아대륙과 이어져 있으면서도 서쪽은 홍해이고 동쪽은 호르무즈해협 및 오만 만으로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볼 때 두 대륙 사이에 끼여 있는데다 흔히 말하는 반도와는 좀 형태가 다르더라도 반도라는 점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게다가 반도 한가운데가 거대한 아라비아사막(Arabian Desert)인 사정상 생태계도 매우 독특해요. 한낮은 섭씨 50도(=화씨 122도)를 넘는 극한의 더위를 기록하면서 밤중에는 영하(=화씨 32도 미만)로도 떨어지는 등 일교차도 혹심한데다 강수량은 연중 100mm(=3.93인치)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라서 물 자체가 매우 부족하기도 하다 보니 생명체에는 대체로 가혹하지만 살고 있는 생명은 매우 강인한 것으로 정평있어요. 탁월한 지구력과 아름다운 자태로 유명하여 세계적인 명마로 꼽히는 아라비아 말(Arabian Horse)도, 사막을 생활권역으로 하는 유목민(遊牧民)들의 생계수단인 동시에 사막을 건너며 상업활동에 종사하는 카라반(Caravan)의 교통수단인 단봉낙타(Dromedary/영어, Camelus dromedarius/라틴어)도, 1924년 당시에는 아라비아사막 각지에 서식했던 아라비아타조(Arabian Ostrich/영어, Struthio camelus syriacus/라틴어)도 거칠고 혹독한 아라비아반도에 사는 대형동물이예요. 단 아라비아 말과 단봉낙타의 경우는 이미 저 시대에도 야생은 없고 모두 가축뿐인 상태인데다 아라비아타조는 1966년에 마지막 개체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완전히 멸종해 버렸지만요. 
재미있는 것은 낙타와 타조의 한자표기. 낙타의 한자는 駱駝인데다 타조의 한자는 駝鳥. 즉 타조는 낙타같은 새라는 의미.
그리고, 중국 명대인 1405년에서 1433년 사이에 이루어진 해상 실크로드 개척인 정화(鄭和, 1371-1434)의 대원정 때 지금의 소말리아나 에티오피아 일대에서 발견한 긴 목의 포유류를 기린(麒麟)이라고 명명한 것 또한 상상의 동물의 이름을 실제의 동물에 붙인 것으로, 새로운 종류의 동물을 보고 기존의 것에서 이름을 딴 발상이 여기서도 드러나는 게 보여요.

이 아라비아에 관련된 것이 바로 아랍(Arab)이고, 그 지역의 셈족(Semitic people)에 속하는 한 분파를 이루는 민족이 아랍인(Arabic People)인 것이죠. 그래서 페르시아인도 투르크인도 민족적으로 아라비아반도에 기반하지 않으니까 아랍인이 아닌 것이 당연해요. 당연히 이슬람교(Islam)의 신자인 무슬림(Muslim) 국가들을 총칭하는 개념인 무슬림 월드(Muslim World) 또한 아랍과 완전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닌 것이죠. 동남아시아에도 동유럽에도 무슬림 월드에 속하는 국가는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중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것은 북미 및 서유럽 위주의 시각을 일본에서 번역하여 정착시킨 것으로, 과거 율령국가 시대에 일본의 지역구분을 수도에서의 거리를 기준으로 가장 기까운 지역을 킨고쿠(近国), 가장 먼 지역을 엔고쿠(遠国), 중간쯤에 있는 지역을 츄고쿠(中国)로 부르던 관행을 서양의 대아시아관에 대입하여 근동(近東, Near East). 중동(中東, Middle East) 및 극동(極東, Far East)의 3개 층위로 번역한 것이죠(일본의 기묘한 은행사정 참조). 그런데 근동이라는 흔히 오스만 투르크로도 잘 알려진 오토만 제국(Ottoman Empire, 1299-1922)을 지칭하기 위해 고안된 말로 주로 지중해 동부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통용되다가 20세기 후반에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중동과 합쳐져 중근동(中近東)으로 불리기도 하면서 퇴조해 갔고, 오늘날에는 아예 쓰이지 않게 되었어요.
중동이라는 어휘는 이미 19세기 후반에 등장했지만 개념이 일정하지 않아서 한때는 인도와 아라비아 사이의 지역인 페르시아(Persia)를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기도 했지만, 1957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아이젠하워 독트린(Eisenhower Doctrine)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사용된 이래 개념이 잡혀서 냉전기에는 아라비아반도 일대는 물론 아프리카 북동부와 이란 및 파키스탄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정의되었고 소련 해체 이후로는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의 각국까지로도 그 범위가 확장되어 대중동(大中東, Greater Middle East)이라는 개념도 창안되어 쓰이고 있어요.

이 시기는 오토만 제국이 해체된 직후라서 국경의 획정 같은 것이 제대로 이루어진 시기가 아닌데다 중동의 맹주이자 이슬람교의 수호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을 8년 앞둔 때라서 꽤나 혼란스럽다는 것을 염두에 두실 필요가 있어요. 이 배경까지 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이하에 소개되는 각 항목을 토대로 그 시대의 상황을 조금씩 이해해 가기로 해요. 




적색 테두리의 흰 원 내의 검은색 알파벳 원문자 항목으로 시선을 옮겨볼께요. A부터 M까지 13개 항목이 있어요.

A, 하기아 소피아 사원
비잔틴제국 당시인 537년에 건립되어 정교회성당으로 시작한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의 하기아 소피아(Hagia Sophia) 대성당은 1453년에 오토만제국이 비잔틴제국을 멸망시키고 나서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Mosque)로 개조되었어요. 외부에는 모스크 특유의 첨탑인 미나레트(Minaret)가 세워지고 내부 또한 그리스정교의 양식에 이슬람 양식이 혼재된 기묘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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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Battle over whether Turkey's Hagia Sophia should be a mosque or museum goes to court, 2020년 7월 4일 NBC NEWS 기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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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Inside Hagia Sophia: Exploring the Imperial Gate, Sultans' Lodge, & More, HAGIA SOPHIA 웹사이트, 영어


B. 아름다운 페르시아 융단이 생산된다.
어디까지나 사견이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기준은 민족이 아니라 생활양식에 있다고 보고 있어요. 특히 실내에 있을 경우 주로 바닥에 앉는가 의자에 앉는가에 따라서 아시아와 유럽의 차이가 극명하거든요. 전자의 경우가 아시아, 후자의 경우가 유럽. 
융단(絨毯) 또는 양탄자는 그런 서아시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매일의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바닥마감재로서 중요시되어 왔어요. 그러니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이야기도 중동 판타지의 근간을 이루어 왔을 거예요. 여기저기서 기르는 양에서 채취한 털로 자은 실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기하학무늬로 짠 모직융단은 일교차가 큰 거친 중동에서의 생활에 빼놓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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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シルクロード絨毯ミュージアム 灘・東灘
(실크로드 융단박물관 나다-히가시나다, Feel Photo 웹사이트, 일본어)


C. 세계 문명의 발상지
현재의 이라크(Iraq) 국토를 종관하여 바스라(Basra) 해안으로 흐르는 두 강인 티그리스(Tigris) 및 유프라테스(Euphrates)는 강 사이의 땅이라는 의미의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의 수원(水源)으로서 중요하게 여겨졌고, 그 두 강이 좁아지는 중류지역에는 현재의 이라크의 수도이자 전통있는 교역도시인 바그다드(Baghdad)가 세워졌어요. 특히 증발량이 많아 사막이 형성되기 쉬운 북위 30도대에서 두 강은 정말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고, 그 덕분에 막대한 농업생산력이 창출될 수 있었어요. 세계 문명의 발상지로서의 메소포타미아의 중요성은 그래서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가장 큰 성과는 시간 및 각도에서의 60진법.


D. 이름난 칼의 생산지
원문에서는 명도(名刀)로 나와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풀어썼음을 알려드려요.
사실 칼은 크게 2종류가 있어요. 굽고 한쪽에 날을 가져 베기에 특화된 도(刀)와 곧고 양쪽에 날을 가져 찌르기와 베기에 모두 대응가능한 검(剣). 그 중 페르시아를 위시한 중동에서 많이 쓰였던 반달 모양의 칼인 시미터(Scimitar)는 확인된 문헌상으로는 현재의 이란 북부의 이란고원은 물론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및 우즈베키스탄 등지에도 걸쳐있는 지역인 호라산(Khorasan) 지역을 중심으로 9세기 때부터 생산되어 명성을 떨쳤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한 말을 탄 기병이 빠르게 휘두르는 데에 매우 적합하여 중동인들이 전투민족으로 불릴만한 명성이 바로 이 이름난 페르시아산 시미터에서 기원한다는 것도 추론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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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Refocused museum, 2022년 12월 2일 Alabama Living Magazine 기사, 영어


E. 그리스도 십자가에 매달리다.
예루살렘(Jerusalem)은 유태교, 기독교 및 이슬람교 공통의 성지이자 이스라엘의 수도이고,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가 십자가에 매달려 사형당한 곳이기도 해요. 그 시대의 예루살렘은 로마제국의 강역에 있었던 유다이아(Judaea)의 일부였고 당시 총독이 바로 본디오 빌라도라는 표기로 잘 알려진 폰티우스 필라투스(Pontius Pilatus). 그의 이름은 지금도 사도신경(Symbolum Apostolicum)에 남아 있어요.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crucifixus etiam pro nobis sub Pontio Pilato)" 라는 표현으로.


F. 터키가 아르메니아인을 학살하다.
이 지도에서 가장 이상하게 여겨진 부분으로, 아르메니아인들이 학살되었는데 정작 위치가 아르메니아(Armenia)가 입지한 코카서스 산맥 인근이 아니라 레반트(Levant) 지역으로 되어 있었다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더 깊이 찾아보니 그 연유를 알았어요. 이 아르메니아 대학살(Armenian Genocide)은 오토만 제국 당시 기독교 다수인 아르메니아인들을 지금의 시리아(Syria)의 강역에 해당되는 사막으로 강제이동시킨 후 대다수를 죽이고 성인여성과 아동은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시킨 이후 오토만 제국의 국민가정에 강제로 편입시키는 체계적인 인종청소(人種清掃, Ethnic Cleansing)이었어요. 이렇게 살해당한 인원은 6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추산되고 강제개종된 인원들도 20만명은 넘는 것으로 드러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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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The Armenian Genocide (1915-16): Overview, HOLOCAUST ENCYCLOPEDIA 웹사이트, 영어


이 대학살에 대해서 터키 및 파키스탄은 부정하고 아르메니아는 계속 터키를 적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Azerbaijan)의 전쟁으로 소련 말기인 1988년부터 이어져 왔던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Nagorno-Karabach Wars)에서 아르메니아가 터키제 드론인 바이락타르를 이용한데다 아르메니아는 동맹국 러시아로부터 무시당해 결국 패전하고 영토 상당부분을 아제르바이잔에 할양해야 했어요. 그 원한은 1세기 뒤인 지금도 여전해요.


G. 카라반
대상(隊商)이라는 한자어로도 번역되어 쓰이는 카라반(Caravan)은 사막에서 발군의 내구성을 발휘하는 동물인 낙타의 힘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상인들을 의미해요. 낙타는 장기간의 굶주림을 견딜 수 있어서 다른 가축보다 월등히 유리할 뿐만 아니라 발이 큰 편이어서 모래가 많은 사막지형에서 발빠짐이 적은 장점도 있어요. 이렇게 낙타를 타고 유라시아대륙, 아라비아반도 및 북아프리카를 오가는 카라반 덕분에 무역이 성행할 수 있었어요.
단, 카라반에 사용하는 낙타의 경우 유라시아대륙에서는 등에 혹이 2개 있는 쌍봉낙타(Bactrian Camel)가 주류인 반면 중동에서는 혹이 1개 있는 단봉낙타가 주류인 점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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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amel Caravan, Morocco, WORLD HISTORY ENCYCLOPEDIA 웹사이트, 영어

카라반이라는 용어는 자동차나 항공기의 이름에도 잘 쓰이고 있어요.
이를테면 미국의 미니밴인 닷지 카라반(Dodge Caravan)이나 일본의 원박스카인 닛산 카라반(Nissan Caravan)이라든지, 소화물배송에 잘 쓰이는 미국의 경비행기인 세스나(Cessna) 208 카라반 같은 것들. 


H. 세계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분지
원문에는 사발처럼 움푹 패인 땅이라는 표현인 쿠보치(窪地)가 등장하는데다 그 원문 왼쪽에는 사발이 그러져 있어요. 실제로 저 지역, 정확히는 현재의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국경에 있는 극한의 염도로 유명한 염수호인 사해(死海, Dead Sea)의 연안이 해발고도 -430.5m(=-1,412.4피트)로 가장 고도가 낮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죽어가는 사해(死海)를 살릴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협력 참조).


I. 프랑스인 레셉스가 이곳을 열다
이 서술은 1869년 11월 17일에 완공되어 154년 넘게 운영중인 수에즈 운하(Suez Canal)에 대한 것.
길이 193.3km(=120.1마일)의 이 운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항로를 절반 정도로 줄인 혁명 그 자체인데다 19세기 최대의 토목공사라고 해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게다가 이미 기원전부터 지중해와 홍해를 이으려는 운하의 건설은 시도되었다가 번번이 실패한 것이다 보니 수에즈 운하의 개통은 그 자체로 기념비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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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A crisis of two canals, 2024년 2월 16일 Shipping Australia 기사, 영어

이름의 유래는 남단의 도시인 수에즈로, 역시 유럽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북단의 도시인 포트 사이드(Port Said)보다는 남단의 도시를 이름으로 택하는 게 자연스러웠을 것으로 보여요. 사실 프랑스 파리(Paris) 시내의 7개의 터미널 철도역 중 4개가 행선지의 지명인 아우스테를리츠(Austerlitz), 리용(Lyon), 몽파르나스(Montparnass) 및 생나자르(Saint-Lazare)로 명명된 관행이 있고 이 사업을 주도한 페르디낭 드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 1805-1894)가 프랑스의 외교관 및 엔지니어인 것을 감안하면 그게 자연스러운 발상일 거예요. 

저 지도에서 묘사된 것처럼 수에즈 운하가 넓지 않고 다른 자연하천과 거의 같다는 것에는 주의해야겠죠.
페르디낭 드 레셉스는 수에즈 운하의 성공 이후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 설립기념식에 프랑스의 사절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등 계속 성공가도를 걷는 듯했지만 이미 1882년에 시작한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미주의 파나마 운하(Panama Canal)의 프로젝트에서 벌어진 각종 재해문제 및 자금난으로 운하회사가 파산하면서 갑자기 몰락했어요. 그리고 그는 그 파나마 운하 스캔들을 둘러싼 법정공방에서는 1893년에 최종승소하긴 했지만 실추된 명예는 되돌릴 길 없이 결국 마음의 병을 얻어서 그 다음해인 1894년에 프랑스 중부지방의 한 정신병원에서 89년의 생애를 마쳤어요.


J. 마호메트 태어나다/마호메트 죽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Mahomet, 570-632)는 요즘은 아랍어 표기에 따른 무함마드(Muhammad)로도 잘 표기되고 있어요. 그는 570년에 메카(Mecca)에서 태어나 632년에 메디나(Medina)에서 죽기까지의 62년간의 생애 동안 메카의 다신론자들에게 박해당하기도 하였고 615년에는 그의 소수의 추종자들을 아비시니아로 도피시키는가 하면 622년에는 근거지인 메카에서 북서부의 다른 도시인 메디나로 피신하기도 하면서 이슬람교의 교리를 만들고 설파하는 데에 주력했어요. 이슬람력의 기원이 서기 622년인 것도 바로 그 메디나로의 피신인 히즈라(Hijrah, 헤지라(Herija) 표기도 병존)을 기념해서예요. 
이후 네지드(Nejd)의 술탄(Sultan)으로 헤자즈(Hejaz)의 왕을 거친 지도자로 흔히 이븐 사우드로 잘 약칭되는 압둘아지즈 빈 압둘 라만 알 사우드(Abdulaziz bin Abdul Rahman Al Saud, 1875-1953)가 아라비아반도의 중앙부분을 통일하여 1932년에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가 건국되어요. 글자 그대로 사우드(Saud) 왕가의 아랍국가라는 의미. 그리고 사우드 왕가는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를 겸하고 있는 동시에 그 초대 국왕의 이름은 그 두 성지에 가까운 도시인 제다(Jeddah) 소재의 국제공항이자 무슬림이라면 평생 최소 한 번 이상은 해야 하는 성지순례를 위한 관문인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King Abdulaziz International Airport)으로 기념되고 있어요.


K. 미인 클레오파트라가 출현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다.
지중해 동남부해안을 거점으로 하는 그리스계 왕국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Ptolemaic Kingdom, 305BC-30BC)의 마지막 군주였던 클레오파트라(Cleipatra, 30BC 사망)는 21년간의 치세를 누렸지만 로마의 전방위적인 공격에 패해면서 자신이 잡히면 로마의 정복전쟁의 전리품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것을 알자 음독으로 삶을 끝낸 비운의 미인 여왕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그녀의 죽음 이후 그리스계 왕국은 두번다시 지중해의 제해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로마의 지중해 제패시대가 열렸어요. 
그 클레오파트라는 종교적 관용에서는 뛰어난 면모를 보여 각각 이집트의 신과 그리스의 신을 위한 종교시설의 건립은 물론 이집트 내의 유태인들을 위한 예배당인 시나고그(Synagogue)의 건립도 추진했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위기관리능력에서는 역부족이었고 다발하는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이상은 높고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어요.

미인으로 알려진 소녀 여왕이 겪은 비극적인 말로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붕괴되고 그 강역이 로마제국에 편입된 뒤에도 여러 예술작품에 인용되는 것은 물론 그 영향이 현대에서도 지속되고 있어요. 특히 서양문명에서 잘 묘사되는 이집트환상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클레오파트라.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혈통을 무시한 채 단지 그녀가 이집트를 근간으로 하는 왕조의 군주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흑인으로 판단한 전제하에 만들어진 최근의 영상물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2천년 넘게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어요.


L. 최근 투탄카멘왕의 분묘가 발굴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투탄카멘(Tutankhamun, 1341 BC-1323 BC)은 20세를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소년왕이지만 그의 유산은 확실히 많이 남아 있어요. 그의 존재는 사후 3,245년이 지난 1922년 11월에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 1874-1939)가 이끄는 발굴팀이 룩소르(Luxor) 일대에 조성된 왕족 및 귀족의 묘지인 왕가의 계곡에서 그의 분묘가 발굴되면서 세계 고고학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어요. 오컬트 분야에서 잘 회자되는 투탄카멘의 저주는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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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King Tutankhamun was a 'battle-hardened warrior' and NOT a sickly boy-king as previously thought, experts claim, 2023년 6월 9일 Mail Online 기사, 영어


M. 야수가 돌아다닌다.
아프리카 하면 연상되는 맹수는 역시 사자. 물론 다른 맹수들도 많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사자가 멸종되었고 대부분의 사자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이외에는 인도에 소수가 서식하는 그 정도에 지나지 않다 보니 역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맹수는 사자라고 할 수 있겠죠. 또한 지도가 발행된 저 시대에는 사하라사막 이북의 북아프리카 등지에도 광범위하게 살던 아종으로 아틀라스사자 및 이집트사자 등으로도 불리던 바르바리사자(Barbary Lion)도 있었어요. 이 바르바리사자는 1960년대에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1996년에 개체가 존재함이 발견된 이후 사육되는 개체가 전세계에 수십마리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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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Rare captive Male Barbary Lion, Adobe Stock 웹사이트, 일본어




그 다음은 청색 테두리의 검은 원 내의 흰색 번호 원문자항목. 1부터 9까지 9개 항목이 있어요.

1. 간디아 섬
이 섬은 오늘날의 그리스의 크레타(Crete/영어, Κρήτη/그리스어) 섬을 가리키는 말로, 간디아라는 이름은 9세기경 이 섬을 지배했던 이슬람세력이 세운 도시인 라브드-알-한다크(Rabd-al-handaq)가 이후 그리스어 명칭인 한다크(Χάνδαξ)로 불린 것이 다시 라틴어인 칸디아(Candia)로 불리게 된 데에서 유래해요. 이 지역은 다시 오토만 제국의 지배를 받아 기리트(Girit)로 불리다가 그리스가 1821년에 독립을 선언한 후 벌인 독립전쟁 끝에 다음해인 1822년에 독립을 쟁취하면서 300년 가까이 지속된 오토만 제국의 통치도 끝났어요. 


2. 아르딘
터키 서부의 무역항 아르딘(Aydin)은 아이딘, 귀젤히사르(Güzelhisar) 등의 다양한 표기가 통용되고 있어요. 일단 아르딘이라는 발음은 저 지도의 표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고 현재는 아이딘이라는 표기가 대세적으로 통해요. 토지가 비옥하여 특히 무화과의 재배가 성행했던 이 에게해안의 도시는 유서깊은 역사유적이 많을 뿐만 아니라 터키 철도교통의 여명기가 시작된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3. 알렉산드리아
그리스 문명의 영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이집트의 지명 하면 역시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를 빼놓을 수 없어요. 글자 그대로 알렉산더 대왕(Alexander the Great, 356BC-323BC)의 도시라는 뜻, 사실 이집트(Egypt)라는 지명도 그리스어 발음에서 유래하고, 오늘날의 이집트는 이집트 아랍어 발음으로는 미스르(Misr)로 읽혀요. 
알렉산드리아에는 한때 세계최대의 도서관이 있었다고 알려졌지만 그 도서관은 이집트가 이슬람화된 이후에 파괴되어 남아 있지 않았고 소장 고문서도 모두 없어졌어요.


4. 하르툼
수단(Sudan)의 수도 하르툼(Khartoum)은 1821년에 백나일강(White Nile)과 청나일강(Blue Nile)의 합류지점에 세워지면서 1882년에 영국이 이집트를 장악함에 따라 영국령 이집트수단의 중심이 되었음은 물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56년 이후에도 계속 수단의 제1도시로 군림하고 있어요. 


5. 파쇼다
알렉산드리아를 기점으로 남하하는 이집트국유철도(Egyptian National Railway) 산하의 종관철도는 1924년 당시에는 파쇼다(Fashoda)까지 뻗어 있었어요. 이 파쇼다는 영국의 종단정책과 프랑스의 횡단정책으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경략이 일촉즉발의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었던 1898년의 파쇼다사건(Fashoda Incident)의 무대로도 매우 잘 알려져 있어요. 1,500명 가량의 영국군 및 이집트군이 132명의 프랑스군과 마주쳐 1898년 7월 10일부터 그 해 11월 3일까지 대치했다가 그 상황은 다행히도 단 1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은 채 프랑스군이 물러나면서 종료되긴 했지만 열강들의 싸움이 언제든지 크게 번질 수도 있었다는 데에서 매우 중요하게 기록되고 있어요.


6. 아비시니아
현재의 에티오피아(Ethiopia) 및 에리트레아(Eritrea)에 해당되는 아비시니아(Abyssinia) 제국은 1270년에 건국된 이래 1974년에 일어난 공산주의자들의 국가전복 이전까지 존속했던 아프리카의 제국으로 1924년 당시에는 아프리카대륙에 단 2개국만 있는 독립국의 하나였어요. 다른 독립국은 서안(西岸)에 있는 라이베리아(Liberia).


7. 소말릴란드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로 묘사되는 아덴만 대안의 해안지형은 소말리인(Somali People)의 땅이라는 의미의 소말릴란드(Somaliland)라는 지명으로 불렸어요. 그러나 현재에는 소말릴란드는 현재의 소말리아(Somalia) 북부의 미승인국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지역의 간단한 역사는 대략 이렇게 정리가능해요. 과거 영국이 지배했던 영국령 소말릴란드(British Somaliland)가 1960년에 독립했지만 직후 과거의 이탈리아의 지배하에 있었던 소말릴란드 신탁통치령(Trust Territory of Somaliland)와 통합되어 오늘날의 소말리아가 되었지만 1991년에 다시 분열되어 북부와 남부는 사실상 다른 국가가 되어 있어요. 게다가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었던 소말릴란드 서부지역은 현재의 지부티(Djibouti)라는 독립국가가 되었어요.


8. 아덴
예멘(Yemen)은 특이하게 수도 사나(Sanaa)보다는 다른 도시들이 잘 알려져 있어요. 주요 무역항인 아덴(Aden) 및 모카(Mocha)가. 아덴은 정국불안이 지속중인 현재의 예멘의 임시수도이기도 한데다 모카는 커피의 한 종류인 모카커피의 유래가 된 무역항이기도 하죠. 오늘날의 예멘은 이제 과거의 무역거점으로서의 지위도 잃었지만...

이 아덴이 국내 미디어에 대거 알려지게 된 계기는 2011년의 아덴만 여명 작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화물선 삼호주얼리호의 승무원 21명은 1월 15일에 전원 구조되고 화물선도 무사히 귀환할 수 있게 되었어요. 


9.. 라리스탄라리
라리스탄라리는 현재의 이란의 걸프지역 항구도시인 반다르 압바스(Bandar Abbas)로 추정되지만 지도에서의 일본어 표기의 유래는 현재 확인할 수 없어요.
일단 반다르 압바스라면 그 지역은 이슬람 이전의 페르시아 제국시대의 다리우스 대제의 시대부터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의 식민통치를 겪은 이후 18세기말부터 오만(Oman) 및 동아프리카의 잰지바르(Zanzibar)를 통치하던 술탄령으로 편입된 이후 페르시아만 및 오만만을 잇는 항구도시로 번창했다 1902년에 대지진으로 멸망한 역사가 있어요.




이렇게 아라비아 중심의 중동편을 완성했어요.
다음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6월 23-30일 기간 동안 2편이 등록될 예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