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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에 대한 여러 경험을 간단히.

SiteOwner 2024.02.20 23:58:57
쌀에 대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들을 간단히 써 보겠습니다.

쌀은 역시 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다 보니 서양에서는 그다지 메이저한 식재료는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사용되는 어휘가 제한적입니다. 영어에서는 쌀 그 자체도 쌀을 사용한 요리도 rice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및 중동의 볶음밥 요리인 필라프(pilaf)라든지 스페인의 유명한 쌀요리인 빠에야(paella)라든지 이탈리아의 리조토(risotto) 같은 것은 전용의 용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주식(主食)으로서 먹는 쌀이 세계적으로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군복무 때였습니다.
예전의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카투사(KATUSA) 출신이고, 훈련소 생활을 제외하면 미군부대 영내에서 생활했다 보니 식사도 당연히 미군부대 내의 시설인 디팩(DFAC, Dining Facility)에서 해 왔습니다. 카투사라든지 미군 소속의 아시아계 장병도 꽤 있다 보니 아시아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잦았는데 미국인들이 표준적으로 여기는 쌀은 우리가 먹는 단립종(短粒種, japonica) 것이 아니라 장립종(長粒種, indica)의 안남미(安南米)였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면 날아가고 푸석푸석한 식감의 그 안남미. 미국인들은 단립종의 쌀로 지은 밥을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라고 불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선호하는 것이 안남미였습니다.
저도 적응하다 보니 괜찮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특히 그레이비 소스(gravy sauce)라든지 크림드비프(creamed beef) 등을 얹어 먹거나 볶음밥 등으로 먹기에는 안남미가 더 낫다고 평가하고는 있습니다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멥쌀과 찹쌀 이야기를 해 주니까 그들이 문화충격을 받는 듯했습니다. 찹쌀에 대해서는 당시에 마땅한 역어가 생각나지 않다 보니 super sticky rice라고 말해주었고 듣던 미국인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찹쌀의 역어 중 학술적인 것으로는 glutinous rice, 즉 글루텐이 포함된 쌀이라는 의미의 어휘가 있으니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한때는 베트남 요리도 좀 자주 먹었습니다. 포(Pho)라고 불리는 쌀국수라든지, 라이스페이퍼(rice paper)로 여러 식재료를 싸먹는 월남쌈이라든지. 요즘은 그다지 먹지는 않습니다만 갑자기 그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안남미의 안남이란 베트남과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산맥인 안남산맥(Annamite Range)과 공통적인 어원을 지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