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분반조정의 시기가 왔습니다. 어느 강사가 학년별로 편성된 9개의 반을 나눠 담당할 것일지를 정하는 것인데, 분반조정용 서류를 들고 온 Y선생도 다른 강사인 K선생도 이미 선택을 다 한 상태로 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이미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의 K선생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왜 안 고르세요?"
그것에 대해서 저는 이미 결론을 다 내놓은 상태에서 누구더러 뭘 고르라는 거냐고 한소리를 해 놓았고, 문제의 Y선생은 한 마디도 반박을 못하더니 결국 분반조정 서류를 다시 뽑아왔습니다. 저는 또 들으라고 싫은 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제가 먼저 반을 선정했습니다. 어차피 달리 바뀌고 할 것도 없이, 이전에 제가 맡았던 최하위권이었던 3개 반씩.
그 서류를 받아든 Y선생은 분노 반 어이없음 반의 표정으로 저를 보다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결론은 동일했지만 처음에 내세운 그녀의 자존심 같은 것은 이미 다른 강사들이 보는 앞에서 박살나 버렸고 수습할 여지도 없어져 버렸으니 그런 행동밖에 선택지가 없었겠지요.
그리고 2개월 후. 교사들이 좋아하는 문제유형 및 잘 묻는 논점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정확한 답안을 쓰는 훈련 및 시험상황에서의 돌발상황이 일어난 것을 가정하는 훈련까지 시킨 결과 기말고사 후 몇 가지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첫째, 담당과목인 과학에서 제가 담당한 모든 반의 학생들이 최소 80점대를 기록한 것은 물론 Y선생이 독점했던 최상위권의 반의 과학성적의 최고점보다 제가 담당한 최하위권의 반의 학생의 최저점이 더 높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둘째, 학부모들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이전에는 전화를 걸어서 저를 욕하기 바빴다가 시험성적이 나오고 나니 감사의 전화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따로 꽃다발이나 선물이나 사례금까지 받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근무한 강사 중에서 저에게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셋째, 원장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실적이 향상되면 좋아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그게 또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먼저 채용한 강사보다 나중에 채용한 강사가 실력이 더 뛰어나니까 자신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틀려버린 것 같다고까지 원장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귀를 의심했습니다만...
저는 방학특강 프로그램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는 했습니다만, 2학기의 시작 직전에 공개된 시간표부터는 제 이름은 시간표에서 사라져 있었고 아직 출근하지 않은 다른 강사의 이름이 제 자리를 대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학원에서 마지막 급여를 받고 떠났고, 대략 1개월 남짓 지난 후 새로이 설립된 다른 학원에서 오퍼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새 학원에서의 출근 이후, 대략 1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낯익은 얼굴의 학생들이 3자리수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도 또 후일담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