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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과 세대갈등과 일본여행

Lester 2024.01.30 20:19:41

(제목은 오늘 있었던 순서대로 나열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저점을 찍는 출산율로 인해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자, 그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국민연금 및 국민연금 개혁 또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어머니께서 전화로 이참에 국민연금 가입하라고 연락하셨는데, 마침 경제 유튜버로 손꼽히는 슈카월드가 서브채널인 슈카월드 코믹스에서 국민연금 개혁에 영상(위 참고)을 올렸기에 시청했습니다. 27분이라 좀 길며, 슈카의 개인적 주장은 17:58로 건너뛰시면 됩니다.


SiteOwner님과 마드리갈님께서 자주 '비용의 문제'를 언급하셨는데, 영상을 보고 국민연금 개혁 또한 여기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가장 피부로 와닿는 주제'임을 깨달았습니다. 슈카 말마따나 중노년층은 줄 수는 있어도 그대로죠. 하지만 젊은 인구는 현재로서는 갑자기 늘지 않아요. 이렇게 미래 세대가 부담을 지는 게 확정된 상황에서, 과연 '(너네는) 많이 내고 (우리는 고갈되기 전에) 많이 받는다'라고 한들 누가 그렇다고 할지 미지수입니다. 물론 제작진 중 한 명이 말한 것처럼 7광구라든가 하는 구국의 산업이 대박을 터트리면 좋겠습니다만 그게 또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요.


1주일 전쯤에 벌어진 이준석(개혁신당 대표)과 김호일(대한노인회 회장)의 충돌을 비롯해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갈등도 그렇고, 정말로 나라가 존폐위기에 몰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한국 붕괴론'을 논의하는 곳도 있더군요. 물론 위 영상에 나오듯이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처럼 고액의 세금을 통해 유지될 수는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대다수에게 쉬운 구조는 아니죠. 그렇다고 (슈카야 당연히 유튜버로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언급을 자제했고) 영상의 댓글란에서 정치인에 대한 성토와 선거 결과를 비웃는 냉소가 뒤섞여 난장판이 된 것을 보면 잘 풀릴지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이러한 국내 여론 분열은 3개월 전에 쿠르츠게작트(Kurzgesagt)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지적(영문판, 한국판)한 이후 트렌드가 됐는지, 1주일 전에 미국의 자기개발서 작가 겸 파워블로거인 마크 맨슨(Mark Manson, 1984~)이 한국을 방문한 영상이 올라오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한국어 자막이 이상한 데에서 끊기거나 오역이 있으므로 영어 자막을 추천합니다) 맨슨이 주요 문제로 지적한 것은 유교주의였는데 이 유교주의에서 중시하는 개념 중에 하나가 '효(孝)'임을 감안하면 꽤나 사실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인 청년들이 아닌 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아직 '심연'을 보지 못했다는 반박 겸 조소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나라 망신이고 다르게 보면 해외에서도 꽤나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겠죠. 아마도. 그래도 우리나라의 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저출산을 통해 가시화됐다는 점은 억지로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사실 슈카의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것이 맨슨의 영상에도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는데, "과연 요즘 젊은 세대의 고생이 산업화 세대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이것을 그냥 '노력을 하란 말이야'로 넘길 수 있는 것인지, 넘기면 그저 불행의 되물림에 지나지 않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작 이렇게 논의를 해야 할 청년층조차 성별갈등으로 분열되어 있으니 참담할 따름입니다. 아니, 통합됐다고 잘 풀릴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요. 혹시 모르죠, 68혁명처럼 이상한 데로 폭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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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글의 진짜 목적 겸 본론을 쓰겠습니다.


부모님께서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아버지가 전화를 거시더니 '한가할 때가 언제냐'고 물으셨습니다. 용건인 즉 네가 한가할 때 같이 일본여행이나 다녀오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본어가 되겠느냐며 거절했지만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오자는 말이 돌아왔죠. 사실 저도 여행지를 엄선해서 계획을 착착 세워 다녀오는 편이 아니다보니 패키지 여행이라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같이 여행을 가는 사람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갈 때마다 꼭 저를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저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오겠느냐, 우리가 살아 있을 때 같이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 근거는 많고 다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부 일방적인 형태라는 겁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보니 멀리 다니는 것을 싫어하고, 가더라도 혼자 돌아다니거나 감상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야 '제' 추억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부모님이랑 같이 여행 갔을 때 유일하게 좋았던 데라곤 제주도 여행에서 (지금은 폐관한) 다빈치 박물관이었어요. 부모님은 관심이 없으니까 차 안에서 기다리시고 저만 관람했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저 당신들이 가시고 싶은 곳에 가서, 그마저도 계획에 없던 곳을 추가로 들르고, 그러고 나서 별로라며 실망하고, 사진을 찍을 때도 당신들끼리 추억을 만드는 게 아니라 꼭 저를 사진 찍자며 여기저기로 세우고, 나중에 여행을 갈 때도 이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건 부모님이 제가 걱정된다며 수도권으로 잠깐 올라오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럽긴 해도) 제 식대로 최적화된 집을 대청소라는 명목으로 뒤집어 놓으시거나, 당신들이 수도권 여행을 갈 베이스 캠프로 삼는 것도 모자라 저한테 수도권 안내를 요구합니다.


가족이라지만 '저'는 없어요. 부모님만 있을 뿐이지.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스라이팅'인가 싶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모르시죠. 최소 20년을 같이 살아왔으면서요. 그렇다보니 결국엔 '이해하고 싶지 않은 거다'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애초에 전화를 잘 안 거시니) 어머니랑 통화를 하면 화가 나서 끊어버리는 경우도 많죠. 심지어 제가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데도요.


각설하고 - 그래서 이번에 일본여행을 가자고 하십니다만 저는 가면 혼자 가지 부모님과 같이 가는 건 결사반대입니다. 국내여행도 그랬는데 일본여행이라고 다르겠어요? 이거 봐라, 여기 서 봐라, 이거 뭐냐, 그거 어디 있냐, 네가 왜 몰라... 이제는 불효자식 소리를 들어도 상관없어요. 저도 이제 한계입니다. 더 이상은 가족이니 아들이니 하는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고서도 절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자체검열)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