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여러 인물들 중에는 존경할만한 사람도, 또한 그렇지 못할 사람도 모두 존재해요.
그리고, 적대진영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인품이나 능력 등 많은 면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찾기란 어렵지 않아요.
당장 국사에만 하더라도 김유신과 계백처럼, 살아서는 적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후세에는 귀감이 될만한 사례도 적지 않아요.
그리고 삼국지에서는 유비 진영의 관우, 조운 및 황충, 조조 진영의 장료, 서황 및 학소, 손권 진영의 황개, 여몽 및 육손처럼 진영만이 달랐을 뿐 인품과 능력에서는 독자들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인물들이 있어요. 반면에 동탁, 이유, 이각, 곽사, 장개, 원술, 황호 등과 같이 어떤 시각에서도 절대로 좋은 평은 들을 수 없는 자들도 존재하여 180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비난받고 있기도 해요.
현대사로 눈을 돌려볼까요?
공산주의, 전체주의 등의 위험한 사상이 세계를 지배한 20세기에도 명장으로 칭할만한 인물들은 있어요.
소련에는 게오르기 주코프, 콘스탄틴 로코소프스키, 니콜라이 쿠즈네초프같은 걸출한 지휘관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치독일에는 에르빈 롬멜, 에리히 폰 만슈타인, 군국주의 일본에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이노우에 시게요시같은 인물들이 있어서, 그들을 요제프 멩겔레, 이시이 시로, 무타구치 렌야 같은 자들과 도매금으로 취급하는 것이 부당하기까지 해요.
그럼, 이런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1950년에서 1963년까지 무장공비로 살아가면서 살인과 강도행각을 벌이고, 심지어 출산중인 임산부를 무참히 살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하다가 체포되어 1985년까지 복역, 출소후에 2004년에 병사한 마지막 여자 무장공비.
http://mnd-nara.tistory.com/1307
사망 직후에는 자칭 진보세력들은 그 자를 애국통일열사로 칭하며 추앙하기도 했어요.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2951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시대적 상황이니 하는 여러 외적 요인을 모두 다 제외하고 볼 때, 이 무장공비는 어떤 인물로 봐야 할까요.
존경할만한 인물일까요, 아니면 존경하지 못할 인물일까요.
어쩌면 앞으로 이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강력범죄자의 집에서 성적인 묘사가 있는 컨텐츠가 발견되면 흔히들 그러잖아요? 변태성욕자가 음란물을 보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면서 성적인 컨텐츠를 다 때려잡으라고.
반대로, 강력범죄자의 집에서 마르크스, 레닌, 스탈린, 모택동, 김일성 등이 쓴 저작물이 나온다면, 그는 예의 진보 운운하는 자들이 애국통일열사로 추앙하고 양심수를 석방하라느니 인권침해니 하면서 시위를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지나친 냉소일까요.
아무리 관점이 다종다양하다지만, 이것을 생각의 다름으로 넘겨야 할지가 의문이예요.
그리고, 그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이 행위의 옳고 그름을 결정한다는 저 사고방식이 두렵지 않을 수 없어요. 어떻게 봐도 존경못할 사람을 저렇게 영웅화하는 것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그 병든 사고방식이 우려가 되고 있어요.
P.S. 올해 6월 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2회 민족민주열사 희생자 추모제의 추모대상에 예의 무장공비가 포함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