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시스템에서 뚜렷한 위상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제를 판단하는 데에는 경상수지(経常収支, Balance of International Payments)가 중요한 지표가 되어요. 경상수지란 간단히 말해서 나라 안으로 들어온 돈과 나라 밖으로 나간 돈의 차이인 것. 들어온 돈이 더 많으면 경상수지가 흑자(黒字, Surplus)인 것이고 반대로 나간 돈이 더 많으면 적자(赤字, Deficit)가 되는 것이죠. 참고로 적자란 고대 인도의 상인들이 손실을 표현할 때 장부에 그 수치를 빨간색 잉크로 썼다는 데에서 유래해요.
그리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안미경중(安美経中), 즉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의존한다는 담론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굳건히 유지되고 있었어요. 상당 기간동안 현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의 유효기간은 이미 2021년으로 끝났고 2022년에는 상황이 달라져 이미 과거형이 되었어요.
그럼 2021년 대비 2022년의 우리나라의 주요 무역상대국/권역별 경상수지 현황을 볼께요.
지난해 21년 만에 첫 對중국 경상적자…對미국 흑자는 사상최대, 2023년 6월 22일 연합뉴스 기사
일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했다지만 2022년의 것은 2021년 대비 65% 줄었어요. 하지만 소개된 대표적인 국가/권역인 미국, 중국, 일본 및 유럽연합(EU)의 경우로 나누어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지죠. 미국에 대해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48%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일본에 대해서는 여전히 적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2021년의 80% 수준으로 적자를 억제할 수 있었어요. EU에 대해서는 흑자전환에 성공. 그러나 중국에 대해서는 적자전환이죠.
그러면 그 다음에는 미국. 중국, 일본 및 EU에 대한 지역별 경상수지의 상세내역.
이미지 출처는 위와 동일
2019년에서 2022년까지의 상황을 보면 미국에 대해서는 상품수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즉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이 잘 팔린다는 이야기. 그것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수지가 적자이긴 해도 적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요. 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둔 당시 서비스 시장이 개방되면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미국에 여지없이 깨질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갔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죠. 게다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각종 자본이득의 수지인 본원소득수지도 급증하고 있어서 2022년의 것은 2019년 수준에서 배증되고도 남았어요. 이 경향은 EU에 대해서도 대략 비슷하게 지속되는 중이죠.
중국의 경우는 계속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가 악화되고 있어요. 즉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도 한국기업의 서비스도 중국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특히 서비스수지의 악화는 중국기업의 게임컨텐츠 같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는 상품수지가 악화하다가 적자폭을 줄이는 데에 성공했고 서비스수지도 흑자전환에 성공해서 희망적이예요. 단 본원소득수지 면에서는 거의 횡보하는 적자구도가 지속되고 있어요.
그뿐만이 아니예요. 1998년 이래 미국에 대한 흑자는 2022년에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화학공업이나 석유제품 등의 대일수출의 호조가 이어져서 상품수지 적자를 상당부분 축소시킬 수 있었어요.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흑자전환한 게 의미깊어요. 서비스수지에서는 유럽계 금융회사들의 국내진출이 많은 것도 감안해야 하니 여전히 크다는 것이 보이지만 그래도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급증한 것은 고평가할만한 사안.
이제 안미경중 신화는 이렇게 깨졌는데다 우리나라의 국부(国富)의 창출루트가 다변화되고 있음이 이렇게 선명히 드러났어요. 그리고 경제를 위해 중국에 굽혀야 한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낡았음은 물론 올바르지도 않을 거예요. 그런 주장을 펴는 인사들이 어쩌면 중국과 운명공동체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