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맨스 스캠을 1건 적발했습니다.
페이스북의 한국어 공부 겸 언어교환 모임에서 대충 활동 중인데, 가끔 나타나서 한국어에 대해 답변을 주거나 성남 근처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남겼더니 냅다 친구 신청부터 보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군요. 하지만 전 SNS 친구에 생각보다 의의를 두다 보니 용건이나 사람됨이 확실하지 않으면 바로 거절합니다. 실제로 '친구'가 되고 싶다, 한국어 배우고 싶다고 해놓고선 그냥 "나 한국인 친구 있다" 하고 자랑할 목적으로 달아두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수작질이 뻔히 보이는데 이용당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SNS에서 친구가 쓸데없이 많아봤자 공허하다는 생각만 들어서, 필요한 사람만 남겨두는 게 더 위안이 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어느 백인 금발 미녀가 친구가 되고 싶다면서 친구 신청을 보내더니 '좋은 오후야, 잘 지내?' 이런 질문을 연달아 보내오더군요. 요새 몸이 안 좋기도 했고 제 감정에 충실하자고 생각한 터라 딱히 별 일 없다는 식(nothing)으로 답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왜 나한테 화내는 거야? (why are you mad at me)"라고 하질 않나, 필요 이상으로 애매한 말줄임표(2개, ..)를 자주 쓰는 등 미심쩍인 구석이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결정타를 먹인 게 이런 질문이었죠. (현재 해당 대화를 차단해놔서 자세한 기록을 찾기 힘듭니다)
'그녀' : Are you married with kids?
나 : You crazy? Do you even know what you're saying?
'그녀' : What do you mean
나 : You asked me I married with kids or not
'그녀' : I mean are you married? Do you have kids?
이런 식으로 (아무리 금발백인이 멍청하다는 속설을 적용해도) 영어 사용자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실수를 한 것이었죠. 게다가 이런 식으로 지적을 해도 별다른 사과 없이 'You cannot understand me..'라며 저한테 은근히 책임을 돌리는 게 더욱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쓴 이름인 Cynthia Kelvin으로 검색해보니 트위터에서도 같은 사진을 쓰는 계정이 나왔으나 이상하게 한국 정치계 뉴스만 리트윗하는 편이었고요. 마치 한국에 관심이 있다고 어필하려는 듯이 말이죠. 뭐 제가 배배 꼬아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페북 계정에 올린 사진을 구글 검색해 봤더니 한때 '미녀 장관'으로 유명했다가 매국노로 전락한 나탈리야 포클론스카야가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나오)더군요. (추가: Cynthia Kelvin scam으로 검색해보니까 진짜로 로맨스 사기 주의보가 발령됐네요. 포클론스카야 사진을 쓴다는 점까지 명시하면서 말이죠. (
링크)) 그래서 '그녀'에게 "그 사진에 찍힌 건 누구야? 너야?"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자기라고 대답하더군요. 저는 이 시점에서 페북 등 SNS를 이용해 사기치려는 일당이라고 판단하고 적당한 선에서 꼬집은 후 차단했습니다. '그녀'도 자기가 사기꾼이란 걸 아는지 "Thanks for calling me fake"라며 넘겼고, 제가 "Good luck for your 'business' ('장사' 잘 해라)"라고 비웃었더니 기도하는 이모지로 응수하더군요.
일전에 이미 그런 사기꾼들(
뉴스)을 보기도 했고, 이미 외로움이라는 것에 익숙해진데다 여러 사기 사례에 대해 연구(?)를 해서 그런지 금발미녀라고 홀라당 넘어가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인연에 비해 크게 상심한 건 없었고 오히려 재밌기까지 했어요.
==============================================================
2. 허리인지 등인지에 힘이 없네요.
수요일에 인디크래프트라는 인디게임 전시회를 오후 내내 서서 돌아다니며 참관했다가 돌아왔는데, 목요일에 어디 안 가고 푹 쉬었는데도 오늘(금요일) 새벽에는 도저히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창 밖은 이미 밝고 잠도 안 오고 눈만 적당히 감은 상태였던지라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상하게 침대에 달라붙은 듯이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면 일어나고 싶다는 기분이 전혀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굴러서라도 강제로 일어날 수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거든요. 마치 최면 상태에서 특정한 동작을 시켜도 '이게 편해요'라고 그만두지 않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결국 누운 상태로 적당히 다리로 사이클을 돌리거나 비슷한 스트레칭을 취한 뒤에야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만... 몸이 정말 약해졌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어제 약속했던 모임이 파토나기도 했고 그만큼 고독감이 쌓여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따져보면 수요일에 참석한 행사도 원래 같이 참석하려고 했던 게임 개발자 지망생(나중에 따로 글을 쓰겠습니다)은 주차 및 숙소 문제로 안 오겠다고 했고, 오랜만에 뵌 번역회사 이사님은 저녁에 길게 뵈려고 했더니 후원사 분들 모시느라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떴다고 해서 무산됐고(사실 괜찮았습니다. 저보단 훨씬 바쁘시고 중요한 일이시니까요), 그래서 목요일에 개인적으로 만나서 놀기로 한 보드게임 하우스장은 사내 회식 문제로 무산됐거든요. 이렇게 어찌저찌 약속이 모두 파토나니까 심신 모두가 지쳐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거죠.
게다가 페이스북 광고글에서 우울증이 심하면 근력도 약해진다는 얘기를 봤는데, 찾아보니까 비슷한 뉴스나 연구결과도 제법 있더군요. (
뉴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이 햇빛 보고 운동을 하라고 권하나 봅니다. 집이 언덕에 있고 근처 초등학교는 (동네 치안 문제상) 교문을 열어두지 않아서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지만요. 집 뒤에 있는 주민센터도 1층 전체를 쓰는 헬스장을 아직도 코로나 때문에 열지 않고... 이래서 수도권이 영 마땅찮다니까요. 돈은 이상한 데에서만 나가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서.
==============================================================
3. 대규모 작업 중 하나인 스톤샤드 업데이트가 끝났습니다.
소제목과 같습니다. 지긋지긋하고 자질구레한 스킬 설명들도 지난주에, 책 내용도 지난 주말에 다 끝내서 제대로 머리 비우고 쉴 수가 있게 됐습니다. 게다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게임의 배치10 번역료가 들어와서 문자 그대로 기분 째집니다. 늘 그렇듯이 외국에서 번역료가 들어오면 은행(농협)에서 외화를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전화로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액수가 굉장히 커서인지(7천 유로) 무슨 일이냐고 꽤나 놀란 모습이더군요.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사기 등의 범죄 관련 자금이면 계좌를 동결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하다보니 민감해졌나 봅니다. 그렇게 돈 받고 계좌 동결됐으면 저 진짜 죽어요. 개같이 일한 돈인데 못 쓰게 된다니.
사실 4천 단어짜리 애매한 작업이 아직도 남아 있긴 하지만 정신건강만 좀 다스린다면 금방 끝낼 수 있으니까요. 몸도 몸이지만 정신건강이 가장 문제인 것 같습니다. 더위도 더위지만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말도 안 섞으면서 고립되다 보니 미칠 것 같아요. 주말에 보드게임을 명목삼아 사람들을 만나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직장인이라서 사람들을 얼마든지 만나니 보드게임은 어디까지나 여흥이자 지적 취미라서 그런지 인간관계에는 딱히 관심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니면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상대적으로 어울린 기간이 적은 저는 별로라고 여길 수도 있고.
정신과는 보나마나 답변이 정해져 있을 것 같아서 최대한 안 가고 버티는 중입니다. 결국 땀투성이가 될 것을 각오하고 운동을 해야 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