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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적 망상 외전 5 - 북한의 웨스턴 골든카무이

마드리갈 2022.12.02 15:13:07
북한에서 일어난 한 괴사건이 여러모로 주목되어요.
사실 북한은 그 존재 자체가 매우 괴이하기 짝이 없는 것. 그러다 보니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정상적일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겠죠. 게다가 이번의 사안은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는 수법과 금을 찾아 본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의 군상극인 골든카무이(ゴ?ルデンカムイ)가 같이 떠오르다 보니 더더욱 주목이 안 될 수가 없어요.

사건은 대략 이런 것이라고 하네요.
“미국 영화 따라했다” 트럭 바닥 구멍 뚫고 김정은 금 200kg 훔친 도적들, 2022년 12월 2일 조선일보 기사

요약하면 이런 것이죠. 평안북도 모처의 금광에서 생산되어 평양으로 운송도중인 금괴가 200kg 이상 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 그 수법 또한 증언이 엇갈리고 있어요. 혹자는 운송용기 및 트럭바닥에 구멍을 뚫어 금을 탈취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고, 외신에서는 복면강도가 차량을 급습해서 금괴를 털어갔다고도 하는데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어요. 확실한 것은 금괴가 대량으로 없어졌고 누구의 소행인지도 특정불가능한데다 그 수법이 미국의 영화에 나오는 것을 모방한 것이라는 정도일까요.

평안북도는 한반도 최서단(最西端)의 지역으로 국사교과서에도 언급되는 개화기 당시의 아시아 최대의 금광이었던 운산금광이 소재하는 지역이기도 하죠. 게다가 운산금광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금광이 많이 소재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저 기사를 읽다 보니 묘하게 골든카무이가 생각나네요.
골든카무이는 일본의 만화가 노다 사토루(野田サトル)가 연재하는 만화 및 그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거기에서는 러일전쟁이 끝나고 포츠머스 강화조약이 체결된지도 2년이 지난 1907년의 시점에서 일본육군 출신의 전직군인 스기모토 사이치(杉元佐一)가 어릴 때 고향친구인 우메코(梅子)의 눈병 치료를 위한 미국으로의 도미자금 및 치료비를 확보하러 홋카이도로 건너가서 사금을 채취하러 다니다가 아이누의 숨겨진 황금 이야기를 듣게 되는 데에서 시작해요. 그리고 그가 불곰에게 습격당하는 위기를 겨우 극복한 뒤에 아이누 소녀 아시리파를 만나게 되어 모험을 시작하게 되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육군 제7사단 보병제27연대의 정보장교인 츠루미 토쿠시로(鶴見篤四?) 중위가 논공행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부하들을 위해 북해도 정복을 꿈꾸고 그 군자금으로서 아이누의 숨겨진 황금을 찾아나서고 그 정보가 수록된 지도가 아바시리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의 몸에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는 것도 알아내어 부대원들과 함께 그 죄수들을 사냥하러 나서기로 하죠. 한편, 현실세계에서는 이미 1869년의 하코다테 전투에서 패해 행방이 묘현해졌던 야심가 히지카타 토시조(土方?三, 1835-1869)가 골든카무이의 세계에서는 신분을 숨긴 채 1907년 시점에서도 살아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는 과거의 동지 나가쿠라 신파치(永倉新八, 1839-1915)와 합류하여 단명한 채로 멸망한 에조공화국(蝦夷共和?) 재흥을 꿈꾸며 그 군자금으로서 문제의 아이누의 황금을 확보하러 들어요. 그들의 모험과 분투는 판이 아주 커지고,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폴란드인들이 주동한 러시아 황제 암살미수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는 글로벌 스케일의 것인데...

200kg의 금괴는 현재의 시세로 판단할 경우 대략 세전 150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어요. 이것은 적어도 작다고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양으로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장기간 일상생활을 영위할만한 규모의 자금일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자금으로서도 꽤 큰 금액이죠. 그 금괴가 누구의 손에 들어갔든간에 그 금괴를 절실히 필요로 했던 누군가는 대만족했을 것이고, 북한 당국은 뼈아픈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 분명해요.

그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