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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의 역설

마드리갈 2022.09.19 23:58:25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라면 가장 먼저 거명되는 사람으로서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Пётр Ильич Чайковский, 1840-1893)가 있어요. 러시아 스포츠 국가대표들이 국가명으로의 출전을 금지당하고 올림픽위원회 등의 명의로 나왔을 경우에 러시아의 국가를 대신하여 연주된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제1악장이었을 정도로.

바로 이 음악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


그런데 생각해 보니 참 역설적이죠.

차이코프스키라는 성씨는 폴란드계. 게다가 조부의 출신지는 현재의 우크라이나에, 차이코프스키 본인이 청년기에 우크라이나에 거주한 적도 있었어요. 또한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애자였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지만 정작 러시아는 법률에 호모포비아(Homophobia) 경향을 드러낼 정도로 동성애 혐오가 짙은 국가라면서 차이코프스키에 대해서는 예외인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외면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 소재한 국립음악원의 이름에 차이코프스키의 이름이 붙어 있다든지(Московская государственная консерватория имени П.И.Чайковского, 공식사이트 바로가기/러시아어), 러시아 연방정부 및 문화청이 주관하는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Международный конкурс имени П. И. Чайковского, 공식사이트 바로가기/러시아어)가 있다든지 하죠.


이런 역설 속에서, 국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2022년 4월부터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주요 콩쿠르에서 배제되었어요.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공식사이트 바로가기/영어)에서는 내부투표결과를 근거로 4월 1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행위를 규탄하며 해당 콩쿠르의 회원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렸어요. 이에 따라 차이코프스키의 역설은 한층 더 강해져 버렸어요.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던 차이코프스키의 청년기 거주주택도 러시아군에 파괴당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