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대학가에서 많이 유행하던 논리였는데, 북한의 간첩 남파는 전혀 나쁠 게 없다는 논리가 참 기막히게 성립했습니다. 북한만이 간첩을 남파하는 것도 아닐테고 우리나라도 간첩을 북파하니까 간첩 자체는 어차피 나쁜 게 아니고, 애초에 대한민국은 미국의 괴뢰정권이고 북한은 소련의 괴뢰정권이다 보니 6.25 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었으니 민족 동족상잔이었던 것만 아쉬웠을 뿐 그것으로 북한을 미워하거나 경계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나타나더군요.
미국의 앞잡이는 친미사대매국주의자이고 소련의 앞잡이는 반제국주의의 선봉이자 선각자들이라고.
대칭성에 충실한 논리니까 그 양쪽이 거울이미지같아야 할텐데, 그게 각론으로 들어가면 또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미군은 나쁜 점령군이고 소련군은 착한 점령군이라고.
그런 논리 속에서 저의 세대보다 앞서 청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이 좋든 싫든 그런 논리에 물든 것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보니 균형감각을 운운하면서도 각론이나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진영에 따라 판단을 완전히 뒤엎는 그런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에 중독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세대들이 이미 장년층이 된 지도 오래고 이제는 노년층으로도 달려가고 있다 보니 그것을 바꾸기는 더더욱 늦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는 나중에 할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
그건 또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에서 실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