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제(6월 8일) 전국 노래자랑의 영원한 MC이자 가수, 그리고 1927년생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모든 사건을 보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송해 선생님이 작고하셨다는 뉴스가 우르르 올라오더군요. 이사오기 전에도 집에서 TV를 안 본 지가 꽤 됐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옛날(그러니까 15년 혹은 20년 전, 일요일 점심에 부모님한테 타박받으면서 미역국 먹던 시절)에 봤던 전국 노래자랑에서 늘 즐겁게 사회를 보시거나 궁상맞은 참가자들 때문에 난색을 표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사실 제가 전국 노래자랑을 엄청 챙겨본 것은 아니니 솔직히 앞의 내용은 미사여구라고 해도 될 거에요.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셨다는 점에서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1-2. 살짝 연관이 없으면서 있는 문제입니다만, 본문에 링크를 걸려고 했더니 썩 영양가 있는 기사들이 없네요. 그나마 2006년 무렵부터의 사진들이 담긴 이 기사가 좀 나아서 링크합니다. 지금 찾아본 기사들은 조회수 낚시라도 하려는 건지 유재석이나 전현무 등 몇몇 유명 연예인들이 과거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가지고 친분을 과시하다가 추모하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기분이 좀 그래요(그나마 유재석 기사의 경우엔 향을 올리는 사진을 올려서 덜한데, 전현무 기사는 그 깐족 웃음을 짓는 사진을 올려서 뭐 어쩌자는 건지). 속칭 시체팔이 같기는 하지만서도, 기자 속을 누가 알겠어요. 팔리면 장땡이지.
2. 만화 "검은 사기"를 정주행하다 과거 거품경제 이야기가 잠깐 나와서, 같은 배경을 다룬 게임 "용과 같이 제로: 맹세의 장소"에서의 묘사를 생각하다가 당시 KBS 다큐멘터리까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댓글창은 똑똑한 사람들과 멍청한 사람들이 드글드글했지만요. '일본이랑 우리나라랑 체제가 다른데 뭘 걱정하느냐' 혹은 '(너 친일이냐는 뉘앙스로) 일본을 왜 걱정하냐'는 반문도 있고... 그런데 본인의 경험을 담은 댓글 같은 경우엔 본인이 실제로 봤다니까 정말 그런가보다 하는 면이 있고 또 저는 일본에서 이런 상세한 모습을 들여다본 적이 없기에, 궁금해서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가독성을 위해 불필요하거나 틀린 문장은 쳐냈습니다)
"2017년에 출장 겸해서 일본 도쿄에 처음 가봤는데, 생각보다 일본의 인프라가 우리나라보다 낙후되어 있어서 놀랐다. 대중교통부터 결제 시스템, 사내 업무처리 방식까지 우리나라 2000년대 초반과 흡사해 보여서 당황스러웠다. (중략)
일본인들은 사회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정치적 관심 같은 게 아니라. 핸드폰 요금제나 주식 정보 및 은행 상품 등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적극적으로 알아보거나 공유하지 않고 전문가들이나 하는 일처럼 여긴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효율적인 처리를 중요시해서 항상 좋은 방법을 강구하는데, 일본인들은 정해진 대로만 하는 경향이 있어서 답답했다. 이게 지금(해당 댓글은 2022년 4월에 작성됐습니다)의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만든 것 같다.
현재 일본이 한국의 미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게 아닌 것 같다. 과거 산업화시대에는 공급자(기업)와 수요자(고객)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져서, 일본인들 특유의 수동적 문화가 일본의 장인 문화와 만나서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로 오면서 그 역할이 모호해져서 수동적 고객보다는 능동적 고객들의 시너지가 시장의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끼쳤고, 이것이 사회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한국인들과 더 잘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수용자의 의견과 활동을 토대로 데이터의 구축과 성공적인 서비스 기획이 수월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게 어렵다. 그래서 일본 IT 사업이 몰락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마법의 말 '본인 뇌피셜이니 틀릴 수 있음'으로 마무리)"
그런데 생각해보니 맞는 말 같긴 합니다. 수동적 및 경직적인 구조와 그 악영향은 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연공서열제라든지, 정권 변화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다든지... 뭐 자세한 배경까지는 모르는지라 저로서는 속단하기 힘듭니다. 뭣보다 일본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판단이 '어렵다'기보다는 '불가능하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아무튼 제 현재 궁금증을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1. 과연 일본은 한국의 미래이며, 그들의 몰락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인가?
2. 일본의 몰락은 정말로 수동적인 국민성(폄하가 아닙니다. 보편적인 nationality를 말함)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