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더워서 윈도우를 열어놨습니다.
바람을 쐬면서 차를 타고 가는데, 제 바지단에 뭔가가 붙어있네요.
딱정벌레였습니다.
"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씨끄러워라! 갑자기 왜 그래!?"
"버...벌레 있어, 엄마!!!!"
※ 저 벌레가 몸에 달라붙는 거 싫어합니다.
일단 떨어트려는 놨는데, 얘가 차 바닥을, 그것도 구석진 쪽으로만 기어다니더군요.
차에 떨어져있던 영화표가 있길래, 거기에 얘를 태워서 밖으로 버리려고 했습니다.
※ 전 벌레 만지는 것도 무지 싫어합니다.
근데 이게, 분명 태운 다음에는 영화표 길이상 제가 얘를 버리기 전에 얘가 제 손으로 오거든요?
그게 꺼림찍해서 그랬나, 몇번을 실패했습니다.
운전하던 아버지가 말씀하세요.
"야, 뭐해?"
"벌레 버리려고;;;;;"
"그냥 잡아 죽여라."
"싫어!!"
※ 전 벌레 죽이는 건 더더욱 싫어합니다. 밟아죽이는 거 제일 싫어;;;;;
"그럼 그냥 먹어라 ㅋ"
"그거 더 싫어!!!"
"번데기라고 생각하고!"
"번데기 싫어한다니까요!!!!"
※ 순대와 조개류와 함께 제가 싫어하는 음식 TOP 3입니다.
암튼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부모님이 배달하실 게 있어 잠시 차를 멈추셨습니다.
이때다 싶어 문을 열고서는, 얘를 그냥 떠밀어보내려고 했습니다.
잘 안 떨어지네요.
이 실갱이를 보신 우리 아버지께서 얘를 잡아서 밖에 방생하셨습니다.
전 "잘가~" 해 줬습니다.
어머니께서 돌아오셨어요.
아버지는 싣고 오신 제 자전거를 가져다두신다고 먼저 가셨고요.
어머니께 벌레 집에 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엄니, 생각해보니깐 걔는 집이 없잖아?"
"아니, 집 있어."
"진짜?"
"응. 여기가 다 얘 집이야."
"쩐다!!! 얘 완전 부자네!? 부동산만 해도 얼마야!?!?"
"근데 싸워서 얻어야 해."
"깡패네!!!"
"서부시대야."
"그렇구나!"
결국 벌레는 서부시대의 터프 카우보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집이 나오길래, 어머니와, 마침 기다리고 계시던 아버지와 함께 실려있던 짐 들고 집에 왔어요.
고래의 하루는 오늘도 평온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