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부터 갑자기 눈이 오기 시작하면서 겨울이라는 티가 확 나는 건 좋은데, 집안이 난방이 안 돼서 죽을 맛이네요. 바깥 창문에도 집안 창문에도 심지어 커튼 뒤에도 뽁뽁이를 붙이고, 난방은 5시간 간격으로 넣었는데도 어디선가 냉기가 계속 들어옵니다. 가뜩이나 컴퓨터가 창가 쪽에 있다 보니까 책상 속에 발을 넣는다거나 할 수가 없어요. 발바닥이야 어찌저찌 난방의 덕을 봐도 발등 위부터는 시리니까...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 것 같긴 한데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습니다. 결국 선풍기형 난로를 사서 내일(화요일) 도착하는데, 이걸 켜놔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2-1. 본업인 번역까지 추위 탓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몸이 추우니까 진짜 뭘 할 수가 없네요. 몸은 몸대로 우그러들고 머리는 이유없이 쑤시는데다, 번역해야 하는 게임 대사들은 RPG랍시고 독자적인 세계관도 모자라 문장을 이리저리 꼬아놔서 죽을 맛입니다. '이 부분은 이런 내용입니다' 하고 별도의 자료를 주면 좋은데 이번엔 안 주고 있네요. 요청하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신은 없어서.
2-2. 그 밖에 자잘한 일거리도 쌓여 있긴 한데, 하나가 안 풀리니까 다른 것도 안 풀리는 것 같아서 갑갑합니다. 그냥 요즘 들어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느낌이 더해요.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저 막막합니다. 딱히 얘기할 상대도 없고, 집에는 아무도 없고 춥고, 그렇다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때우기도 힘들더라고요. 무슨 이유에서인지 허기마저도 잘 들지 않아서...
2-3. 글쓰기는 이제 거의 관뒀다 싶은 지경까지 가 버렸네요. 깨어 있는 시간을 오롯이 번역에 쓰는 것도 아니고 비는 시간 많은데 그 남는 시간에 글쓰기니 그림이니 하는 것도 안 하는 걸 보면, 이젠 그냥 핑계거리만 찾아다니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저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솔직히, 정말 솔직히, 이제는 '무엇 때문에' 글을 쓰고 싶어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제딴에는 상상의 나라 속에서 제멋대로 이야기를 풀면서 나름대로의 위안을 받고 싶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 것 같기도 하고...
3. 지난주엔가 지인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정상으론 3박 4일이지만 첫날 저녁에 도착해서 마지막날 아침에 복귀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박 3일입니다. 집에만 있으면 뭐하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같이 다녀오긴 했지만 막상 다녀와보니 별로네요. 흔히 말하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만 다니기도 했고, 특히 마지막날은 버스투어 같은 걸 했는데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해변을 계속 코스에 넣더라고요. 뭐 둘째날은 날씨가 좋아서 바닷가 색깔(소위 에메랄드빛)이 선명하게 나오다보니 덕분에 나름대로 힐링이 되긴 했습니다만, 역시 일행이 있다보니 혼자서 오롯이 즐길 수 없었다는 게 단점이라고 해야 하나. 이러한 이유로 여행은 돈을 한바탕 쓰더라도 역시 혼자 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4. 독립한 지 거의 1년이 되어가네요. 어쩌다보니 상반기부터 큼직한 일이 들어오는 바람에 외롭다는 것에 대해선 딱히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만, 지금은 슬슬 한가해져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서서히 외롭다는 생각이 다시 머리를 들기 시작하네요. 뭐라고 해야 하나, 누군가를 만나서 해소할 수 있는 외로움이 아니라 뭔가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창작물에서 '채워지지 않는 잔이 있다'는 비유를 종종 들죠. 딱 그 느낌입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굉장히 답답하고 미칠 지경이라. 보통 이럴 때면 푹 자면 해결되긴 하는데, 솔직히 저 어제부터 틈만 나면 자서 더 이상 자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제 같은 경우는 18시간을 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안 재봐서 모르겠지만 그러고도 눕기만 하면 계속 잠이 온다는 게 웃기긴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글을 쓰다가 또 잠이 오는 게, 기면증 같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글로 풀어내니까 한결 낫긴 하네요. 이런 내용이면 티타임에다가 쓰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