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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력 빈곤층 고령층" 비하 발언과 포벨 이야기

SiteOwner 2021.11.29 21:42:41
정치권에서 헛소리를 하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늘 있는데다 그야말로 웃기기 짝이 없다 보니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늘 또 재미있는 게 하나 추가되었다 보니 포복절도하다가 정신을 차려 글을 쓰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한 발언인 “실제로 윤석열 지지자들은 대부분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 이라는 것.
그리고 그 발언이 문제가 되자 페이스북에는 이러한 해명도 올라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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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與 황운하 “尹 지지자, 대부분 저학력·빈곤층”... 뭇매 맞자 사과 (2021년 11월 29일 조선닷컴)

원래의 발언도 날조 및 비하발언인데다 해명이랍시고 올렸다는 글에도 "일반론적 해석에 근거" 운운했다가 결국 삭제했다는데...
사람의 생각이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닌데다 사과문 또한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보니 사과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이렇게 드러납니다. 사실 그가 사과하든 말든 제 급여에 변동을 미치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학력 빈곤층과 고령층이니까 멸시해도 된다는 저 표현에서 떠오르는 질문 하나.
"그럼 고학력 부유층과 청년층에는 언제 잘 한 적 있었나?" 라는.
고학력자에게는 적폐몰이, 부유층에게는 세금폭탄, 청년층에는 사다리 걷어차기와 부모찬스로 절망 안겨주기, 급기야는 그 저학력, 빈곤층 및 고령층의 지지도 얻지도 못한데다 중산층도 열심히 붕괴시키는 중인데 그러면 누구의 지지를 얻으며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 그렇게 어느 계층 할 것 없이 등을 돌리게 되었다는 게 기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어느 계층에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드러냈으니 이 상황에서 안 웃고 배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중세 프랑스의 풍자시 음악인 포벨 이야기(Le Roman de Fauvel)를 듣고 있습니다.


운명의 여신의 가호 덕분에 대저택에서 살게 된 말 포벨은 전속의 관리인이 딸려 있고 전용의 시설에서 건초를 공급받습니다. 그리고 유럽 각지에서 찾아오는 교회, 지역사회 등의 지도자들은 물론 순례자까지 그 말을 영접하고 아첨을 떨며 복종을 맹세합니다. 이후 포벨은 대우주를 여행하여 운명의 여신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베인글로리(Vainglory)라는 여인과 결혼하게 됩니다.

운명의 여신은 이후 그 포벨이 등장한 이유를 밝힙니다.

사실 포벨은 더욱 잔혹한 지도자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역할을 맡았고 적그리스도(Antichrist)의 전조이기도 하다고.


14세기 전반의 이 음악이 결코 낡거나 진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기분 탓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