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교과서에 소개된 이야기 중에는 250원이 모자라서 집에 갈 차표를 못 사서 버스터미널에서 울고 있던 소년이 도움을 받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당시 버스요금이 100원이라서 250원은 매우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1980년대로부터 30여년 이상 지난 2021년 올해에도 250원의 가치가 낮아졌을지언정 그게 돈이냐 하는 호언장담은 절대 못합니다. 구입하려는 물품의 가격이 200,000원인데 250원이 모자란 199,750원을 내밀면 그 돈이 얼마 안된다고 순순히 받을 상인이 있을 리가 없고, 모자란 금액의 추가지불을 요구하거나 물품의 인도를 거부하거나 하는 게 보통이겠지요. 할인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미리 내세운 할인율을 내세우거나 끝자리의 소액을 면제해 준다든지 하는 호의를 베풀 따름이지 처음부터 모자라는 금액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부터 안 하는게 맞습니다.
흔히 "종부세" 로 약칭되는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 여러모로 시끄럽습니다.
종부세 부과대상이 전국민의 2%밖에 안되니까 문제없다, K-세금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등등 합리화하는데, 설령 그 담론이 맞더라도 2%를 무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가 보이고 있습니다. 최소한 좋은 쪽으로는 안 보이는군요.
처음의 250원 모자란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250원이 2%려면 총액은 12,500원이겠습니다. 고작 2%라고 250원을 무시하면 나머지 98%인 12,250원의 용도가 멀쩡할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한다면 또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써야 할 분야가 확실하게 있는 이상 그 선택지는 고려할 대상조차 안 됩니다. 처음에 언급된 그 소년이 해야 할 것은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인데 그걸 포기하면 되잖아 하고 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결론은 났습니다. 2%라고 무시했다가는 남은 98%도 활용되지 못한다는 것.
2%밖에 안된다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니 저 또한 그들을 설득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 2% 담론을 말하는 자들에게는 위의 이야기에 나온 소년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98%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흙 한 삼태기가 모자라서 태산을 못 쌓았다는 옛 사람의 탄식도 귀담아듣지 않는 그들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있겠습니까. 남의 사례로도 못 배우면 자신의 사례로 배우는 수밖에. 그런데 그것도 기대할 생각이 안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