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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는 일방적으로 매도당해도 될까

SiteOwner, 2025-11-08 14:01:50

조회 수
106

애호가(愛好家)를 뜻하는 영단어인 아마추어(Amateur)라는 말은 어떤 대상에의 선호를 나타내는 어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어 자체는 매우 천대받습니다. 뭔가 부족한 사람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상종못할 사람으로까지 여겨질 정도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해도 되는 식으로. 그리고 역시 언어에 관심없는 이 사회가 늘 그랬듯이 문제의식 따위는 사고의 범위 밖에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한번 반론해 보고 싶군요.
"뭔가를 좋아해 보려는 노력조차 안 한 인간들이 말이 많아." 라고.

세상의 여러 사안은 인간의 인지범위 내에서 모두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다단합니다. 게다가 어느 분야를 안다고 해서 그 하위분야까지 빠짐없이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를테면 음악전문라도 르네상스 시대의 플랑드르악파의 작곡가 요하네스 오케겜(Johannes Ockeghem, 1410-1497)과 프랑스의 가수 세르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1928-1991)를 동시에 모를 수도 있고, 미디어산업 분야에 정통하더라도 음반회사의 1990년대의 5대 메이저 체제와 2020년대의 3대 메이저 체제를 명확히 설명하여 각 레이블의 이합집산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이런 것은 흥미나 애호 이전에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그게 나쁜 게 아닙니다.
아예 모르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닌 이상, 애호가의 레벨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논점일탈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특정분야에서 자타공인 실력자인 사람이 애호가의 단계를 건너뛰고 그렇게 정착할 수는 없으니 애호가 즉 아마추어가 나쁘다면 프로페셔널도 나빠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애초에 좋다 나쁘다 등의 가치판단은 어떤 단계에서도 개입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 전반적인 아마추어 때리기 덕분에 설정오류가 발생하는 것조차 모른 꼴이 됩니다. 옷을 다 갖춰 입었다면서 옷의 면적을 강조하지만 정작 성기 부분만은 열려 있는 옷을 입고 다니면 다들 변태라고 욕하지만, 정작 이 사안이 언어생활의 영역에서 일어나면 일말의 문제의식도 없으니 어찌 가소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기쯤 오셨다면 제 반론에서 모순을 읽으셨을 것입니다.
인지하지 못하더라도 그게 나쁜 것이 아니라고 도출했는데 "뭔가를 좋아해 보려는 노력조차 안 한 인간들이 말이 많아." 라고 반론한 데에서는 가치판단이 개입해 있으니 모순이 아니냐고. 사실 모순 맞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일어나라고 설계한 모순이 맞습니다. 아마추어가 그래도 관심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 주장은 예시를 통해 자동으로 논파되었고, 무연과 프로페셔널의 중간단계에 아마추어가 있으니 어느 상황도 나쁘지 않았으니 이미 어느 쪽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입증된 이상 아마추어가 나쁘다는 세간의 중론 또한 정당성이 없어졌으니 같이 논파된 것입니다.

하여튼, 잘못 자리잡힌 언어생활은 좀처럼 바로잡히기 힘든 법입니다.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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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대왕고래

2025-11-08 18:39:00

그렇네요, 아마추어라도 뭔가를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죠.
보통 아마추어가 욕으로 쓰이는 경우는 두가지 같은데, 하나는 "어설프게 아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자칭 전문가"라는 비난, 또는 "그냥 너는 실력도 부족한 놈이니 저리 꺼져라"하는 쌍욕이라고 생각해요.
후자는 쌍욕이니 할 말이 없고, 전자는 그냥 높게 쳐 줘서 아마추어라고 부르다가 그게 굳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로는 아마추어라는 이름에 먹칠이긴 하죠.

SiteOwner

2025-11-08 19:21:44

여러모로 어휘가 오용되는 악관행은 참 뿌리뽑기 어렵습니다. 직업종사자를 의미하는 프로페셔널이라는 어휘도 언젠가는 이렇게 평가절하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전문가도 잘못된 결과를 내는 일은 적지 않으니 그러면 아예 프로페셔널이 멸칭이 되고 "애초에 아무것도 안하면 비난받을 일도 없잖아" 라는 새로운 악관행이 자리잡힐 수도 있습니다.


2000년대 후반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라는 유행어가 있었는데 그 말을 탄생시킨 사람은 이런 상황에 만족하는지가 궁금해집니다.

Lester

2025-11-09 02:06:04

사실 스포츠를 봐도 '일반인 - 아마추어 - 프로' 하는 식으로 엄연히 일반인보다는 상위등급이자 업계(?)의 입문으로 분류되고 있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마추어 선수(ex. 아마추어 무술가)'라는 단어는 특별히 비하의 의미가 없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아마추어'라는 단어만 쓰면 언제부턴가 뭔가 하대하는 느낌이 강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더 정확히는, 애초에 아마추어를 낮잡아보는 행위 자체가 정당화되려면 그보다 상위등급에 있는 프로여야 합니다. 실력 위주의 세계니까요. 그런데 같은 아마추어도 아닌 쌩 일반인들이 아마추어, 더 줄여 아마 운운하면서 낮잡아보는 건 어이가 없네요. 마치 음악인이나 예능인에게 '딴따라'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자기가 쉽게 배울 수도 들어갈 수도 없는 세계인데 차마 프로를 낮잡아볼 깡은 없으니까, 아마추어를 천대하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배운 사람을 증오해서 킬링필드를 일으켜놓고 정작 자신 또한 해당되면서도 어영부영 넘어간 폴 포트가 생각나기도 합니다만, 너무 나갔으려나요.

SiteOwner

2025-11-09 12:40:15

좋은 뜻을 가진 어휘가 오랜 세월 쓰이면서 경의가 퇴색되는 경우는 꽤 있습니다만, "아마추어" 라는 말은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이 꼴이 나 버렸습니다. 변화는 필연적이라지만 이런 변화가 무슨 도움이 될지는 심히 의문입니다. 결국 남은 것은 황폐화된 정신세계 그리고 그 원인이자 소산인 언어생활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경의가 퇴색되거나 오히려 비하의 말이 된 경우를 좀 더 정리해 보겠습니다.

영어에서의 2인칭이 단수형이 Thou였다가 복수형인 You가 보다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지만 현대에는 그런 의미는 이미 없습니다.

한국어에서의 "마누라" 및 "양반" 은 바로 싸움나기 좋은 말로 전락해 있습니다. 마누라는 왕족이나 귀족 등의 지체높은 가문 사람들을 성별에 관계없이 지칭하는 극존칭이었지만 요즘은 아내 및 중년 이상의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입니다. 양반은 문반과 무반을 통칭하는 용어에서 조선시대 사농공상 중 사족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요즘은 드잡이질에나 쓰이는 욕설입니다.

일본어의 2인칭인 오마에(お前), 테마에(手前), 키사마(貴様)도 이제는 막 쓰면 안되는 말입니다. 자신을 기준으로 한 위치로 상대를 표현하는 처음의 두 어휘 중 그나마 오마에는 손아래의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너" 정도의 말이지만 테마에는 발음이 바뀌어 테메에(テメエ)가 되어 버리면 "이 새끼" 정도가 되어 버립니다. 키사마는 한자만 보면 "귀하신 분" 이지만 이 말을 타인에게 썼다가는 돌이킬 수 없게 됩니다.


예의 킬링필드 관련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닙니다. 사실 매우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이건 별도의 코멘트로 말씀드리겠습니다.

SiteOwner

2025-11-09 13:01:39

아마추어 멸시는 어떻게 보면 "미만 잡" 담론과 매우 밀접합니다.

사실 어떤 기준을 두고 미만 잡 운운하는 세태를 노정하는 사람들 중에 그 자신의 설정기준을 만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이미 그런 기준에 도달한 사람들이 일부러 자신의 가용자원을 낭비해 가면서 그런 사람들을 작정하고 나서서 비하하고 다닐 일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물론 전혀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그렇게 말해야 하기에는 다른 중요한 사안이 많아서 대부분의 경우는 무시한다든지 하고, 그런 경멸대상이 자신의 생활권내에 침범했다면 두들겨 내쫓으면 그만입니다. 이건 본인이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처럼 직접 흉기를 갖고 가서 폭력사건을 일으킨 경우가 왜 드물겠습니까. 폭력단의 보스가 그냥 알아서 잘 처리해 하고 간단하게 하명하면 하부 조직원들이 직접 또는 한번 쓰고 버릴 히트맨을 써서 타격하면 될 일입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예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미만 잡" 들이 다른 "미만 잡" 들을 공격하는 사실상의 수평폭력만 횡행하기 마련입니다. 사실 크메르 루주의 수법도 실질적으로는 수평폭력의 형태로 벌어졌습니다. 원론적인 것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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