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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선배님, 저를... 아시나요?”
“응, 알기라기보다는, 그냥 후배인가 보다 하는 그런 것?”
마스크를 쓴 그 남학생은 예담에게 무미건조하게 대답한다. 말투는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고등학생인 것 같은데, 2학년생인 리하르트에게서 인사를 받는다든가 하는 것을 보아서는 3학년생 같다. 감기에 걸리거나 한 건지는 몰라도, 입에서는 가끔 ‘콜록’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아... 그렇군요.”
사샤의 그 말에, 그 선배는 마스크를 코까지 다시 올리고는, 입에서는 연신 재채기를 해 댄다. 예담이 보니, ‘아마데오 보르하’라는 이름이 보인다. 아마데오라는 이름의 3학년생은 또다시 엉뚱한 소리를 한다.
“좋은 풍경이야. 요즘 애들은 책을 도통 안 읽는 것 같아 보였는데. 안 그래?”
아마데오가 엉뚱한 소리처럼 들리는 말을 하자, 예담은 잠시 당황했는지 뭐라고 할지 몰라서 가만히 서 있다가, 그 선배에게 다시 물어 보기로 한다. 무언가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다.
“저기, 선배님, 애들이 왜 이렇게 갑자기 책을 많이 읽냐면 말이죠...”
아마데오는 그런데, 예담의 말을 관심있게 들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가 하더니, 금방 또 엉뚱한 행동을 보인다. 바로, 도서관 밖을 지나가는 아멜리를 보자마자다.
“어, 아멜리! 너 나 두고 가기냐!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아마데오는 아멜리를 보자마자, 조금 전까지 예담과 사샤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던 건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잔뜩 들뜬 행동을 보이며 도서관을 뛰쳐나가 버린다. 그 콜록거리는 소리는 그대로지만 말이다.
“에이, 뭘 좀 물어보려고 했더니만...”
사샤는 아직 이 상황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은 모양인지, 아마데오가 나간 정문과 바로 옆 테이블에서 열심히 사전을 뒤지는 후배들을 번갈아 보더니,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한다.
“나는... 이 상황이 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데. 갑자기 사전을 펼쳐놓고 저러는 애들하고, 갑자기 뛰쳐나가는 선배에게서 무슨 상관관계를 얻을 수 있을까...”
“나도 모르지. 확실한 건, 누군가의 초능력으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고.”
그리고 막 예담이 그렇게 말하던 그때,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후배들 몇 명이 보인다.
“응? 너희들은 또 왜?”
예담이 보니, 민과 친구들인데, 다들 도서관에 일이 있는 것 같다. 예담은 민을 보자마자, 사전을 탐독하는 후배들을 가리키며 말한다.
“설마 너희들도... 저 애들처럼 저러는 거 아니냐?”
“아니, 나는 아닌데...”
민은 같이 따라온 아말을 가리키며 말한다.
“얘는 좀 문제가 있거든.”
“무슨 문제?”
“아... 선배님.”
예담을 본 아말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연다.
“어제부터... 어떤 발음을 못 해서요.”
“무슨 발음을 못 한다고? 너 잘만 이야기하고 있잖아?”
“저 정도면 나아요.”
아말의 그 말을 들은 예담은, 이해가 될 것 같다. 아까 안젤로와 같은 능력에 당했을 것이다. 다만 그 능력자는 자기 능력의 강약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서, 누구는 특정 단어나 글자만 말하지 못하고 또 누구는 말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보니, 후배들은 아무리 말을 걸려고 해도 입을 틀어막고서 잘 말하려 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녀석일까...”
그러자 아말이 바로 말한다.
“잘 안 떠오르네요.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아는 사람이라니?”
“맞아요... 정말 알아요!”
“언제 좀 들어보자. 어떻게 안다고 하는 건지.”
그러고 보니 마침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다. 예담과 사샤는 도서관을 나와서, 민과 헤어진 뒤 다시 교실로 향한다. 가는 길에, 사샤가 한마디 한다.
“진짜 무슨 짜고 치는 놀이라든가 하는 거였으면 좋겠는데...”
그 시간, 제이든은 ESP 클랜 배틀이 열리는 세라토 북부 교외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오늘은 릴리안이 일이 있다고 해서, 다른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서 가는 중이다. 조수석에는 다른 친구가 앉았고, 제이든은 뒷자리에서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다비드와 통화하고 있다. 그의 표정은 좀더 밝아 보인다.
“오, 그래, 다비드? 네 선에서 끝낸다니 참 다행이네.”
“정확히는, 내가 아는 동생이 해 주겠다고 나선 거야. 그건 그렇고, 정말이지? 처리하면 내 빚을 탕감해 준다는 거.”
“아, 물론이지. 훼방꾼을 성공적으로 치워 주면 네 빚도 없애 줄 거니까 그런 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비드와 통화를 마치고 나서도, 제이든은 한편으로는 심란해진다. 사채업자들에게서 오는 독촉도 독촉이지만, 이번 경기에 나올 선수들을 어떤 식으로 써서 배당금을 높일지도 걱정되고, 무엇보다도 그 꼴도 보기 싫은, 키 작은 선수를 다시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하다.
“그 형편없는 자식, 제발 경기장에 오기도 전에 컷당했으면 좋겠는데! 그 녀석 보는 것만으로도 내 속이 다 뒤집어지게 생겼다고.”
그리고 제이든이 탄 차가 도착한 곳은. ESP 클랜 배틀이 열리는, 세라토 북부의 산지대에 있는 어느 부호의 별장. 한눈에 봐도 고풍스러워 보이는 양식의, 제법 오래된 저택으로 보이지만, 실은 내부는 개조해서 완전히 확 트여 있고, 거기에다가 좌석까지 마련되어 있다.
“도착했군. 자리는 잘 차려져 있는데.”
“맞아. 여기야.”
그 저택을 개조한 경기장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곳으로 보이는, 푹신한 방석이 깔린 자리. 그곳이 바로 제이든이 앉을 자리다. 아직 시작할 시간은 아니라, 제이든은 천천히 내부를 둘러본다. 그런데, 한쪽에 있는 참가자 대기 공간을 보다가, 제이든의 눈이 한 참가자에게 쏠린다.
그 시간, 수호 역시 잔뜩 긴장한 채로 참가자 대기석에 앉아 있다. 어제 밤을 꼬박 새 가며 이지를 잡으러 다녔건만, 거기서 오는 피곤함마저 잊어버릴 정도의 긴장감이다.
“또 보는군.”
수호를 알아본 한 참가자가 수호에게 인사한다.
“그때 쫓겨나고 나서 뭔가 깨달은 바가 있는 모양이지?”
“......”
수호는 별 말 없이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 그런데 그 순간, 제이든과 수호의 눈이 마주친 모양이다. 제이든의 목소리가 격해진다.
“야, 저 얼간이 왜 또 왔어. 전에 내쫓으라고 하지 않았어?”
“응? 자기가 와서 등록도 하고 다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막아?”
“하아, 쫓아낸 녀석이 또 기어들어 오면 어쩌라는 거야. 야! 뭐 해, 이 녀석 쫓아내지 않고.”
폭주족 복장을 한 남자 2명에게 제이든이 뭐라고 지시를 하려는데, 옆에 앉은 친구 하나가 막아선다.
“야, 제이든! 그러지 말고, 저 녀석도 오늘은 한번 하게 해 주면 어떨까? 좀 지켜보고 그때 쫓아내도 될 것 같은데.”
“에이, 안돼, 안돼! 저런 녀석이 이런 대회에 무슨 쓸모야? 이 녀석 만약에 진짜 F급으로 판명나면 너 어떡할래?”
“2억 리라 걸지.”
“야,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10억 리라를 건다고 해도 저 녀석은 안돼.”
“좋아, 그러면 30억 리라. 됐냐?”
제이든은 친구의 그 말에 코웃음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한다.
“하, 좋아. 어디 한번 걸어 보라고. 저 녀석은 안될 녀석이니까.”
그러든 말든, 수호는 살만의 지시에 따라,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도, 지명을 받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되었든, 링에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다.
이곳은 미린대의 초능력 방범대 동아리방.
“그게 사실이야, 리암?”
타마라와 신시아는 일제히 리암에게 되묻는다.
“아토모가 말한 그게 사실이냐고.”
“나도 잘은 몰라. 헤그리인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니까. 그런데, 진짜 그 헤그리인들에게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강화 시술을 받았다고 하면, 그거 혹시 이런 거 아냐?”
신시아가 리암과 타마라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내가 알기로 초능력을 개화시켜 주는 약물이 있다고 들었거든. 어디서 들었더라...”
“그게 아닌 다른 수단일 수도 있잖아? 그건 그렇고, 캠퍼스 안에 있는 진리성회 신도들 중에 혹시 그런 사람들이 있나 몰라.”
그런데, 리암의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초능력 방범대 동아리방을 염탐하는 누군가가 있다. 미린대 로고가 크게 새겨진 점퍼를 입은 그 여자는 급히 몸을 숨기며 중얼거린다.
“설마... 들통나 버린 건가...?”
점심을 다 먹고, 예담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교실을 나와서 산책에 나선 참이다. 마침 사샤도 따라 나왔다. 원래 오늘 역시도 혼자서 돌고 싶었지만, 사샤가 졸졸 따라오길래 차마 다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담을 따라잡자마자, 사샤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낸다.
“어째 점심시간에 교실에 가도 한번도 안 보이나 했어.”
“나는 너 몇 번이나 지나쳤는데? 나는 그럼 뭐냐?”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냐고! 나는 보통 이 시간에는 교실에 틀어박혀서 만화 같은 걸 보고 있으니까! 오늘은 그냥 궁금해서 한번 나와 본 거고!”
“나한테 별로 궁금해할 거 없어. 나는 그냥, 평소 습관대로 밖에 나와서 산책하는 것뿐이거든.”
사샤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지만, 곧 다시 말한다.
“아, 그래. 한번 따라가 보자고.”
그렇게 예담은 마음에도 없던 사샤와 함께 산책하게 된다. 의외로, 옆에 한 명이 더 걷는다는 것 빼고는 평소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너도 참... 재미있는 건 안 하고 이런 거나 하고 있냐?”
“그래도 교실 안에만 틀어박힌 것보다는 낫지 않나...”
“야! 교실 안에서 할 만한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런데, 운동장에서 좀 떨어진 산책로를 걷는데, 무언가 이물감이 강하게 든다. 아까 아침에 겪었을 때와 비슷한, 그런 상황이다. 아니, 똑같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동글동글하고 공중에 둥둥 떠 있는 지름 4cm 정도의 입자들, 확실히 같은 사람의 능력이다. 이번에는 입자가 좀 더 작은 것 같다. 예담은 그냥 유추할 뿐이지만, 사샤는 바로 알아보고서 다급히 예담을 향해 돌아보며 말한다.
“야, 예담아, 너 피해. 얼른 뒤쪽으로 다시 돌아가!”
예담은 모르는 척 계속 앞으로 걷는다. 그러자 사샤는 다시 소리지른다.
“너 내 말 듣는 거냐, 안 듣는 거냐! 빨리 산책로 옆으로 피하라니까!”
사샤가 왜 그러는지는 알지만, 예담은 일부러 그 능력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이다.
“야, 선우예담! 너 내 말 듣는 거냐, 마는 거냐!”
그리고 예담의 예상대로다. 산책로 한쪽에 숨어 있었던 카미오가 불쑥 나타나서, 예담의 뒤에서 예담을 잡아챈 것이다.“아까 그 사람이었어, 설마!”
예담이 그렇게 놀랄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카미오는 예담을 낚아채며 말한다.
“이렇게 간단한 일인 것을 왜 나보고 시키는 거지? 하, 이제 다비드 형님에게 보고만 하면 되곘군?”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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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마드리갈
2025-11-07 23:56:28
사전을 탐독하는 학생들은 어떤 발음을 일절 못하고 있다...그 상황을 만든 초능력자가 무엇을 원하고 또 그 상황에서 무슨 소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 시각은 그래요. 쓸데없는 짓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ESP 클랜 배틀에 참가하는 자들은 각기 자기들이 상황을 지배할 것이라 믿는 것 같은데, 그것과 현실이 일치할 확률보다는 엇나갈, 그것도 정반대로 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가 보네요. 하긴 그걸 생각하면 저런 건 안할 듯. 순간 기대가 지나쳤어요.
그러고 보니, 이전보다 퍼즐이 더욱 잘 맞춰지는 듯하네요. 마침 아토모도 카미오도 재등장했으니.
시어하트어택
2025-11-08 23:40:59
아말의 대사에서도 잘 보면 특정한 글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 미지의 능력자의 능력 발동 조건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콤플렉스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ESP 클랜 배틀의 선수들이 어떤 생각으로 대회에 나왔는지는 아직 작중에서 드러난 바는 없지만, 제이든의 돈놀이에 휘둘리는 것이라는 건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제이든마저도 자신의 돈으로 하는 게 아니고요.
SiteOwner
2025-11-08 15:49:30
아마데오 보르하라는 이름에서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와 스페인 출신의 이탈리아의 정치가인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1475-1501)가 같이 생각납니다. 보르자는 스페인어 표기로는 Borja이고 발음도 "보르하" 니까 그래서 연상되는 듯한데, 몸 상태는 신의 사랑을 받는 것 같지 않는데다 18세에 추기경이 된 체사레 보르자와는 비교할 레벨도 못 되는 듯합니다.
제이든의 허세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안 좋을 것은 예견되어 있습니다. 상대를 모르는 것도 매우 큰 패착이지만, 자신의 스테이터스에 무지한 것은 그냥 사망플래그입니다. 손자병법의 그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불태에도 잘 나와 있습니다.
자신의 필요가 아닌 타인의 필요에 의한 염탐은 남에게 이용당할 여지도 있다는 말. 손자병법 용간편에 나오는 이중간첩인 반간(反間)이 바로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듯합니다. 염탐하는 여자도, 다비드의 수족인 카미오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사실 더 독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적에게 잡혀 죽을 것을 전제로 운용되는 간첩인 사간(死間)도 있습니다. 자기 목숨을 없애면서까지 타인을 속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간첩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보니 그렇게 사간이 희생된 것을 의심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막강한 것입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11-08 23:45:10
아직 아마데오의 자세한 설정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름을 저기서 딴 건 맞습니다. 이름값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제이든은 부유한 집 자녀일 뿐이지, 미성숙한 인간이죠. 그래서 막나가는 거고, 일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그는 더더욱 엇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어떤 결과가 되어도 그가 초래한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