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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대란에서 읽히는 몇 가지

마드리갈 2021.11.05 22:59:20
지금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고 있어요.
요소수(尿素水, Diesel Exhaust Fluid)란 요즘의 디젤엔진의 배기가스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해서 사용되는 물질로 요소 32.5% 및 증류수 67.5%로 구성된 수용액을 말해요. 이것은 DEF라는 약칭으로도 AUS 32라고도 불리며 개발주체인 독일 자동차산업협회의 등록상표인 애드블루(AdBlue)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이 요소수는 뜨거운 디젤엔진 배기가스에 분사되어, 엔진 내부가 고열일 경우 안정한 원소인 질소가 산소와 결합하여 생성하는 유독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환원시켜 배출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것은 요즘의 디젤엔진의 대기환경기준인 유로6 기준을 충족하기 위하여 고안된 기술이기도 해서 이게 없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는 방식으로 디젤엔진이 제작되고 있어요. 그러니 요즘의 디젤엔진은 연료는 물론이고 요소수도 있어야 가동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요소수가, 승용차든 상용차든 디젤엔진 비율이 상당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부족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서 읽히는 것은 4가지가 있어요.
  1. 산업용 요소의 97%가 중국수입
  2. 요소 국내자체조달의 인프라 붕괴
  3. "소부장 육성" 의 허상
  4. 친중의 대가

이 기사를 읽어보시면 작금의 상황이 대체로 어떻게 흐르는가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중국 의존·많은 디젤차…한국만 요소수 대란, 2021년 11월 5일 연합뉴스TV 기사

적어도 디젤엔진 관련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동떨어져 있어요. 갈라파고스화가 현저하죠.
기사에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상용차라고 해서 반드시 디젤엔진이 쓰인다는 보장은 없어요. 실제로 미국의 엔진제조사나 자동차제조사의 구매옵션에는 사용연료로서 가솔린이나 가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피스톤엔진이 아니라 가스터빈을 쓰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 경우는 다양한 연료를 쓸 수 있는데다 유독물질 배출은 디젤엔진에 비해서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적으니 이 문제에서는 상당히 자유롭다고 할 수 있어요.
일본의 경우는 이미 기사에서처럼 디젤차 자체가 별로 많지 않은데다 요소를 자체생산하고, 유럽의 경우는 디젤차가 많지만 개발주체가 독일이고 자체 공급망도 있다 보니 두 경우 모두 최소한 문제가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죠.

그런데 의문이 하나 들었어요.
우리나라의 산업화의 초석은 비료공업으로 다져진 것이었거든요. 게다가 질소비료 중 고농도이고 토양산성화의 우려가 적은 요소비료도 있는데 그 요소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조달하면 안되는가 싶거든요. 그런데 그게 또 간단하지가 않나 보네요. 이유인즉 비료용 요소 또한 대체로 중국에서 의존한다네요. 이미 2011년을 끝으로 요소의 국내생산은 끝난 상태였어요. 중국은 요소뿐만이 아니라 질산암모늄이나 질산칼륨 등까지 포함한 29종의 비료품목에 대해 수출통제를 하고 있어서 이 사태가 디젤상용차를 운용하는 운수업계, 디젤승용차를 운용하는 가구는 물론 농업 각분야에도 피해가 닥칠 것이 빤히 보이고 있어요. 중동지역에서의 수입은 가격이 비싸다다는 문제도 있으니...

이 기사도 추가로 읽어보시면 좋아요. 2건 있어요.
요소 부족해 가동 멈춘 비료 공장… “내년 농사가 걱정”, 2021년 11월 5일 조선비즈 기사
[선우정 칼럼] 文 정권, 숫자 놀이로 독립 만세 외쳤다, 2021년 7월 21일 조선일보 기사

결국 그런 것이죠.
소재, 부품, 장비를 줄여서 "소부장" 운운하며 해당분야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보낸 2년간 실제로 성과는 없어요.
게다가,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견인해 온 비료공업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는가 싶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게 드러났어요. 요소야 인간의 몸에서도 얼마든지 합성되어 배출되는 것이기도 하고 공중질소고정 덕분에 공기에 포함된 질소로 암모니아를 만들면 그 다음에는 그 암모니아를 사용해서 합성해 내면 되니 국내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봤는데, 그게 또 아니었다니 이게 참 충격적이기 그지없어요. 결국 한일 무역분쟁을 계기로 소부장 운운한 것도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친중의 대가.
아무리 친중을 해도 결과는 이렇게 되어요. 게다가 개별소비자의 직접구매창구까지 틀어막았어요.
그런데도 반중 여론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네요. 역시 일본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인 것인지.

일본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기사를 인용할께요.
“세계 최대 비료회사 야라, 석탄 대체 ‘그린 암모니아’ 日 공급”, 2021년 7월 9일 조선비즈 기사

노르웨이-일본-호주-프랑스의 4국 암모니아 협조전선이 이렇게 구축되어 있어요. 게다가 이 움직임은 상당히 빠르게 진척되는데다, 당장에는 채산성이 낮아도 미래를 위해 착실히 투자해 나간 결과 이미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대란이 터지기 한 분기도 더 전부터 이미 크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보이고 있어요.

요소수 대란으로 드러난 일련의 약점,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이전에 극복할 의지는 있을지부터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