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주류업계를 말하자면, 일단 생각나는 것은 맥주의 4대 브랜드인 기린, 아사히, 산토리, 삿포로(이상 2020년 상반기 시장점유율순)가 있어요. 그리고 현재는 코로나19 판데믹상황으로 2021년 상반기의 전년동기대비 판매량 동향은 기린이 2% 감소, 아사히가 8% 감소, 산토리가 11% 감소, 삿포로가 5% 감소하는 것으로 실적이 악화되었어요. 이 중에서 유일하게 감소율이 10%를 넘은 산토리를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네요.
산토리홀딩스의 사장은 니이나미 타케시(新浪剛史, 1959년생). 창업주 가문 출신의 토리이 신고(鳥井信吾, 1953년생)가 부회장, 토리이 노부히로(鳥井信宏, 1966년생)가 부사장이고, 니이나미 타케시는 이른바 고용사장인 셈이죠.
그는 일본의 사립 명문대인 케이오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최대의 종합상사인 미츠비시상사에 입사한 이후 미국의 하버드대학 MBA를 수료한 뒤로 미츠비시상사와 제휴관계에 있던 프랑스의 급식기업 소덱소(Sodexho, 현재표기 Sodexo) 일본지사(현재 LEOC)의 대표로 취임했고, 이후 미츠비시상사로 돌아갔다가 계열사인 편의점체인 로손으로 이동한 뒤에 로손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장기집권했어요. 그가 산토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4년부터로, 그해 8월에 산토리홀딩스의 고문이 되고 2개월 뒤에는 사장이 되었어요. 여기까지 본다면 그의 출세가도는 그야말로 기적의 성공신화 그 자체였어요.
그런데 그가 이런 발언을 했어요.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필요한 경제사회변혁에 대해서 "45세 정년제를 깔아서 회사에 의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45歳定年制を敷いて会社に頼らない姿勢が必要だ)" 라고 주장했어요. 그 발언을 담은 기사를 아래에 소개할께요.
(45세 정년제 도입을 코로나 이후 변혁으로 - 산토리 니이나미 씨, 2021년 9월 9일 지지통신 기사, 일본어)
"당신부터 실천해라" 라는 야유가 지배적이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에게는 인생설계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 게다가, 연령차별, 경험과 관록의 힘 무시, 상황이 어려우면 인건비부터 삭감하고 보는 근시안적인 태도, 일본의 인구감소 문제 가속화, 구직자들 및 소비자들의 대응 등 다방면에서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다른 주류업체들도 모두 실적이 악화되었지만 왜 유독 산토리만 실적이 두드러지게 나쁜지, 역시 기업의 경영자를 보면 알 수 있네요.
그가 산토리의 일원이 된 것이 2014년이니까 55세 때의 일이네요. 정말 그의 말대로 45세 정년제가 정착했더라면 그에게는 그렇게 산토리의 사장으로서 발언할 기회라도 주어졌을까요. 그가 로손의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미츠비시상사를 퇴직한 것이 2003년의 일이니 아예 그때 일을 접었어야 하는 게 맞겠죠. 창업주 가문 출신 사람들도 아닌 고용사장이 뭐라는 건지.
이 사태를 보니까 생각나는 에도시대의 문물이 하나 있어요. 제목에서도 언급한 미즈차야(水茶屋).
미즈차야란 오늘날의 카페나 고속도로의 휴게소 등을 생각하면 되는 업소로 일본 각지의 거리나 절이나 신사 등의 각종 종교시설 경내에서 차 등의 음료를 팔던 가게를 말해요. 당시 미즈차야의 여성종업원인 차야온나(茶屋女)의 미모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 보니 차야온나의 정년은 20세라는 말도 있었어요. 당대의 차야온나 중 미인으로 유명했던 카사모리 오센(笠森お仙, 1751-1827)은 가업이 미즈차야였고 차야온나 생활은 12세 때부터 시작하여 19세 때 그만두고 정혼상대와 결혼하여 9명의 자녀를 낳고 76년이라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긴 수명을 누렸어요. 사실 카사모리 오센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활동기간이 길었던 것이고 당대의 기록에 따르면 16세에서 20세 사이가 가장 많았는데다 모두가 카사모리 오센같이 행적이 명확히 남은 것이 아니죠. 그나마 당대의 유명한 우키요에(浮世絵, 채색판화) 제작화가인 키타카타 우타마로(喜多川歌麿, 1753-1806) 등의 화가들이 남긴 초상화로 그 존재가 후세에도 남겨진 차야온나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해요.
에도시대의 일본 전역에 대유행했던 그 미즈차야는 에도시대가 역사 속으로 퇴장한지 1세기하고도 절반 이상 지난 이제는 과거의 가도변의 관광지에나 극소수 잔존하여 잠깐 시간여행을 즐겨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당연히 그 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아니죠. 즉, 미즈차야는 그렇게 시대의 변화 속에 퇴락해 간 것이고, 현재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이나 카페체인이라든지, 고속도로휴게소, 버스터미널, 철도역, 여객선 부두, 공항 등에 입점한 각종 식당이나 카페 등이 그 미즈차야를 완벽히 대체했어요. 즉 미즈차야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된 것이죠.
이 미즈차야의 길을 산토리가 걷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그리고, 산토리의 대체재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존재하는 기업이 존재했던 기업으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
그나저나, 산토리 공식 버츄얼 유튜버인 산토리 노무(燦鳥ノム,
공식 웹사이트, 일본어), 곧 해고되겠네요. 1899년 2월 1일생이니.
사장의 이름에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새로운[新] 파도[浪]를 일으켜 강단있게[剛] 역사[史]의 영역으로 갈려나 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