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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허우" 에 "존버", 이런 말을 쓰고도 언론인가

SiteOwner 2021.05.24 18:59:19
국내 언론의 언어사용에 대해 여러번 지적해 왔습니다만, 날이 가면 갈수록 상황이 더욱 고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본 어휘 2가지가 난무하는 언론보도를 보니, 이제는 비판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듯합니다.
링링허우, 존버. 대체 이런 말을 쓰고도 언론인 건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 게시물 내에 등장하는 각종 비속어는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 및 추가사항에 따라 인용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링링허우(零零後)라는 말은 2000년대생을 가리키는 중국어입니다. 그냥 이것이 본문중에 "중국에서는 2000년대생을 가리켜 링링허우라고 부른다" 정도로 인용되었다면 그 정도야 중국의 사정을 전하는 정보니까 이해못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래의 기사를 보면 제목부터가 정상적인 언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의 기사.
‘국뽕’으로 뭉친 어린 꼰대…中 ‘링링허우’를 이해하는 키워드 넷 [23CM] (2021년 5월 24일 조선일보)

이미 속어 2개에 중국어 어휘 1개.
게다가, "국뽕" 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메스암페타민의 상표명이었던 일본어 히로뽕.
이미 2017년 가을에 썼던 글인 이상한 어휘 둘 - 필로폰 및 희귀병에서 지적한 것처럼, 언론에서 메스암페타민을 "히로뽕" 에서 "필로폰" 으로 바꿔 불러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좀 뭣한 표현입니다만, 아무리 너그럽게 보더라도 "팬티는 빤스다" 정도의 문장 정도의 가치를 넘어서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국뽕" 이라는 단어 덕분에, 그렇게도 퇴출하고 싶었던 "히로뽕" 이라는 어휘가 부분적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이런 기묘한 역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다음, "존버" 라는 단어.
이 기사의 제목은 그야말로 황당함의 극치입니다.
‘존버’ 할까요 ‘돔황챠’ 할까요… 코인 폭락에 일상이 마비됐다 (2021년 5월 24일 서울신문)

"존버" 라는 어휘는 비속어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어원은 "존나 버티자" 라는 것인데, 문제의 "존나" 라는 것이 남성의 성기에 관련된 비속어 표현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공적인 상황이나 중요한 이해관계인을 만날 때 이런 어휘를 사용한다면 그 사용자의 평가가 어떨지는 명약관화하겠지요. 게다가, 이 용어를 소개하면서 어원의 일부분을 복자처리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코인 폭락하자 전세계 거래소 한때 먹통 참조). 본문에서 '존버(X나 버티자)' 라고 소개했습니다만, X로 복자처리된 글자가 이미 약어에는 등장하니 쓸데없는 소리를 중언부언한 거나 아무 다를 게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생각없이 구사하는 어휘 덕분에, 언어생활의 중심이 중국어와 비속어에 있고, 게다가 어떤 경우에는 배제하고 싶은 어휘가 역설적으로 부활하기까지 합니다. 끝내주는 국어생활입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중국어 및 비속어 남용이 지속되면, 사전의 표제어 중 몇 가지도 성공적으로 부활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신문지상에서든 아나운서의 발언에서든, 엄연히 국어사전의 표제어 중 하나(네이버 국어사전 참조)인 "좆같다" 라는 단어를 흔히 접하게 된다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