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호지차를 좋아합니다.
호지차란, 볶은 녹차입니다. 일본어 표기는 "ほうじ茶" 와 "焙じ茶" 의 2가지.
1920년대 일본 교토에서 시작된 호지차와는 우연하게 만났는데, 우려내면 맑은 갈색을 띄는 차로, 구수한 향과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적인데다 수면을 방해하지 않는 특징 덕분에 아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혈당량 감소나 변비증상 해소 등의 효과도 있어서 건강에도 매우 좋습니다.
일본에서 모발염색, 특히 갈색으로의 염색을 "챠파츠(茶髪)" 라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차" 란 호지차, 반차(番茶) 등의 차의 색깔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어원을 좀 깊게 파들어가면 호지차가 탄생하기도 훨씬 전인 무로마치 시대(室町時代), 즉 우리나라의 고려시대 말기에서 조선시대 전기에 이르는 그 시대부터 차를 달인 물을 염료에 쓰는 관습에서 생긴 것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녹차가 음료의 주종을 차지하는 건 아니라서 거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일본에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손님에게 내오는 차가 호지차면 실례라는 인식이 통용되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해야 합니다.
이게 왜 그런가 하면, 호지차가 대체로 저품질의 녹차엽은 물론이고 줄기까지 잘게 썰어서 볶아서 만드는 것도 있다 보니 "손님에게 싼 것을 내놓으면 실례다" 라고 여겨져서 그렇다고 합니다. 사실 호지차에 반드시 싼 차엽을 쓰는 것만은 아니고, 차엽을 쪄서 말려 가공한 일반적인 센차(煎茶)는 물론 재배과정에서 3-4주 정도의 차광조치가 가해지는 등 특별하게 재배된 차엽으로 만든 100g당 수천엔대은 기본이고 1만엔을 넘기도 하는 최고급의 녹차인 교쿠로(玉露)로 만든 것도 있다 보니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호지차의 발상지인 교토에서는 고급요정에서도 호지차가 제공되는 터라 지역별로도 편차가 있습니다.
주로 저녁에 차를 같이 마시는 저와 동생에게는 호지차야말로 딱 맞는 차입니다.
게다가 색깔이 갈색이라서 동생이 좋아합니다. 동생의 어린 시절을 같이 한 애견의 털색깔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