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군대놀이, 월북논란 및 자칭 대선배, 역시...

마드리갈 2020.10.16 14:15:33
2010년대 이후로 대학내에 군대놀이라는 것이 대유행하여 사회문제가 되었죠.
다닌 대학이 집단주의적 풍조와 무관한데다 각자 자신들의 생활에 바쁘고 저 또한 그랬다 보니 저는 그런 것 자체를 경험하지 않고 졸업했지만, 다른 곳은 상당히 심각했던가 보네요. 예전에 썼던 글인 대학 안에서 선후배 서열, 대체 왜 저럴까요...? 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약간의 우위가 있어도 타인을 짓밟아도 된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횡행하는 그런 것이 이렇게 설명되고 있어요.

요즘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의 공무원 피살사건.
이것을 "월북" 운운하는 자체가 일종의 낙인효과라고 보고 있어요.
월북을 그냥 한자의 越北만 보고 북쪽으로 넘어갔다라고 해석하기에는 그 함의를 무시할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 함의는,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마련이고, 실제로 월북자 가족은 사실상 사회적으로 매장당해 왔다 보니 월북 운운은 이미 극심한 매도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요. 이번에 희생된 사람이 공무원이고, 이미 죽었는데다 유가족 또한 사회적으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니까 월북 운운하면서 비난과 조롱을 막 퍼부어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읽으면 제가 너무나도 삐딱한 것일까요?

또 하나.
별로 오래 살아온 것도 아니고 사회경험도 일천한 저조차도, 자신이 대선배를 자칭하는 사례는 이전에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사례가 생겨 있네요.
어떤 소설가의 발언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그 비판자에 대해서 소설가 본인이 대선배를 자처하며 용서못하니 그러는데...
대선배가 중요한 게 아니죠. 중요한 것은 발언 자체와 태도일 것인데. 대선배 아니라 대선배 그 이상의 존재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 이것이 제대로 비판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지위가 높은 사람에는 비굴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는 잔혹한 계급사회가 되어 버려요. 이런 세상이 그 소설가가 꿈꾸던 세상이었던가요. 그러면 기존의 높은 지위의 사람들을 타도하자는 그런 운동도 잘못된 것이죠. 그 소설가의 발언이 옳다면 이렇게 자기부정으로 귀결되고 권위주의가 정당화되어요.

이렇게 조금이라도 우위가 있으면 타인을 짓밟아도 된다는 생각이 근본부터 바뀌지 않았으니, 갑질의 공동정범은 아주 착실히 육성되었고, 이렇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어요. 과거의 갑질이 소수의 갑과 대다수의 을 구조라면, 앞으로의 갑질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갑질, 그리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 로 정당화되는 소수의 희생양 찾기가 될 거예요. 그렇게 소수를 말살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태평천하가 찾아온다는 희망과 함께.